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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발맞추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나 각 기관에서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각종 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관광정책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다른 분야보다도 더 열을 올리는 것이 관광분야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제주도의 경우 저탄소 녹생성장을 접목한 관광개발을 추진한다든지, 강원도의 경우 저탄소 녹색관광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새만금 관광단지 개발 역시 저탄소 녹색성장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한국관광공사는 아예 녹색관광팀이란 전담팀을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공표 이후에 설치한 바 있다.

관광산업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말로 대신 쓰기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한국관광총회에서 관광산업은 저탄소가 아니라 노(No)탄소 녹색성장 산업이라고 강조를 한 바 있다. 과연 그의 말대로 관광산업은 노탄소 녹생성장산업이라 할 수 있을까?

이매진 피스 임영신씨와 이혜영씨가 쓴 <희망을 여행하라>라는 책에는 여행으로 인한 환경파괴문제가 잘 나타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날아간 거리는 해마다 60%씩 늘고 있고,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지구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3% 수준이다. 특히 지상이 아닌 높은 고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은 지상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3배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뿐인가. 네팔에 여행을 간 사람이 따뜻한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3그루의 나무를 베어야 한다며, 따뜻한 샤워를 요구하지 말아달라고 여행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관광산업이 제품을 제조하지 않는다고 하여 노탄소 산업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근본으로 돌아가보자. 이명박 정부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근본 의미를 본다면 탄소배출을 낮추고, 대체 에너지라 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등의 산업 촉진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웬일인지 저탄소 녹색성장의 취지와 달리 이명박 정부에서는 다른 개념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테면 4대강 살리기 사업까지 말이다.

물론,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대체 어디까지를 녹색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으나, 넓은 의미로 지역 개발, 토건정책에 의한 뉴딜사업까지를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된다. 즉, 녹색뉴딜사업을 바로 저탄소 녹색성장사업과 연결짓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시아연구국제연구소의 피터 커스터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월호에서 녹색뉴딜에 대하여 비판하며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녹색 뉴딜>을 자처하는 정부는 <군사적> 케인스주의와 결별해야 한다. 오직 지구상의 생명 보호를 분명한 목적으로 하는 장려정책과 투자만이 이 <녹색 뉴딜>의 칭호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원자력 에너지 생산이 종식돼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폐기물이나 온실가스 문제의 악화를 초래하는 모든 투자도 종식돼야 한다. ...(중략)... <녹색 뉴딜>은 <사회적 뉴딜>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오로지 케인스주의적인 규범에 입각한 정책은 아무런 지속적인 해결책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즉, 녹색뉴딜이든, 저탄소 녹색성장이든 제대로 된 정책 추진을 위해서라면 폐기물이나 온실가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투자, 이를테면 말뿐인 녹색인 조경, 건축, 토목사업에 대한 배제를 의미한다. 또한, 사회적 복지를 배제한 정책은 결코 녹색으로 포장할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에도 단순히 환경부문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모두 합치될 때 비로소 녹색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그런데,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환경적> 지속가능성인 것처럼 "마치 포장하고",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녹색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광정책에서 제시하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광의 결합이란 무엇인가? 사실 세부사업을 보면 말만 저탄소 녹색성장과의 결합이지, 오래전부터 대안관광으로 이야기되어왔던 녹색관광(농촌관광)이나 생태관광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이 정도에서 그친다면 사실 그나마 안심이다. 문제는 이를 벗어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주변관광개발이나 4대강 연계 관광상품 역시 저탄소 녹색관광으로 포장이 된다는 점에 있다. 기존 관광개발계획까지 물길 주변에 있다고 하여 연계가능한 내용을 첨가하여 녹색관광으로 불리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관광개발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만일 진정으로 저탄소 녹색관광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녹색관광(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농촌, 농업, 농민 등 3농 정책부터 제대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고, 생태관광지의 보전 및 보호를 위하여 환경교육과 자본주의와 토건 중심의 개발주의에 대한 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광정책이라는 것이 참으로 우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정부에서 거시적인 패러다임을 들고 나오면, 이에 부응하는 각종 관광정책들을 쏟아낸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하여 우리 모두 동참하자'며 지자체는 그 지역의 저탄소 녹색성장 연계관광개발을, 각 정부기관은 녹색관광팀을 설립하거나, 저탄소 녹색관광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학계에서는 저탄소녹색성장과 관광이라는 주제로 학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국내 관광지나 관광상품들을 보고 있자면 많은 테마들이 겹치고 획일화되어 보인다. 이리로 쏠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 저리로 쏠리고 할 때마다 지역의 고유 문화와 관광상품은 죽어나간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이 취임식에서 한 이야기를 보고 더욱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관광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는 동메달도 만족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면서 관광 선진국 1등을 강조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관광발전을 위해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1등 만능주의 정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올림픽에 참여하여 다른 참가자와 함께 공정하게 경쟁해나가고, 공동체의식을 발현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신. 바로 올림픽 근본정신이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만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관광이 될 수 있고, 저탄소 녹색관광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필자의 온라인 한겨레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



태그:#저탄소 녹색성장, #관광정책, #이참 관광공사 사장, #녹색관광, #생태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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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를 위한 관광과 여가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현재는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수 대표로 관광 컨설팅 및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획자로 여행을 다니며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을 지으면서 주택, 타운하우스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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