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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 진짜! 제가 예약한 자리는 A3(테이블 번호)이잖아요. 근데 왜 이제 와서 바꾸라는 거죠?"

 

지난 주말(1일)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바닷가로 놀러 갔습니다. 그 바닷가에는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전망 좋은 식당이 있습니다. 친구도 놀러 온 김에 그 식당에 전화해 미리 자리를 예약했습니다.

 

지난번에 예약 없이 갔다가 앉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던 그리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 번을 당부해가며 예약을 했는데, 정작 왔더니 그 자리는 이미 다른 손님이 예약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나서 앞뒤 정황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점원들에게 화부터 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A3 자리 주신다면서요? 그렇게 예약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안 된다는 건데요?"

"미리 다른 손님이 와서 예약하고 가셨거든요."

"뭐라고요? 그러면 처음부터 다른 자리를 주셔야죠!"

"이 바로 옆자리도 같습니다. 옆에 앉으세요."

 

더 화를 내려다가 같이 온 친구 표정을 보니 그다지 표정이 밝지 않은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하긴 기분 좋게 놀러 왔는데 아직 놀기도 전부터 화내고 짜증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았겠습니까.

 

게다가 식당에서 다시 잡아 준 자리는 A3자리 바로 옆에 있는 사실 거의 같은 위치에 있다고 해도 무방했습니다. 다만 들어오자마자 제가 예약한 자리를 줄 수 없다는 직원의 말에 성질 나쁜 제가 참지 못하고 화를 낸 것이었습니다. 한 번 화를 내고 나니 쉽게 가라앉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메뉴판을 보는 순간에도 짜증이 불쑥불쑥 밀려왔습니다.

 

"뭐 먹을래?"

"어, 뭐 그냥!"

 

짜증이 계속해서 밀려오다 보니 같이 온 친구에게도 계속해서 짜증스런 목소리로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제 감정만 소중히 여겨 같이 온 친구에게 혹시 실례를 한 것은 아닌지 싶어 친구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친구 얼굴 역시 밝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을 보다가 친구 역시 짜증이 나고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화를 꾹 눌러 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즐거운 기분으로 놀러 왔으니 최대한 즐겁게 놀고 가려고 하는 듯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냥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데 날씨도 덥고 해서 지나치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지 않았나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온 친구 기분은 어떨 것이며, 비록 자신들이 실수를 하긴 했지만 더운 여름에 청바지를 입고 일하는 직원들 역시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그래서 최대한 제 감정을 억누르고 평정심을 찾은 후 즐겁게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일단 친구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어 직원에게도 이러 이러 해서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고 차분히 얘기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면서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점점 기분이 나아져 열심히 밥을 먹고 있다 앞쪽을 바라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가 원래 앉으려고 했던 자리에 있던 파라솔이 바람을 못 이기고 계속 넘어질 듯 말 듯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무서웠던지 그 테이블에 있던 아기는 엄마 뒤에 숨어서 울려고 하고, 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아저씨는 파라솔을 세우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제가 당해야 할 일이었는데, 참 묘하게도 그 가족이 저 대신 밥도 못 먹고 밥 먹는 동안 몇 번이나 파라솔과 씨름하고 있게 된 것입니다. 결국 그 아저씨는 파라솔도 자꾸 쓰러지고 음식도 빨리 안 나왔던지 직원에게 가져오라는 것을 빨리 가져오지 않는다며 마구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화를 내는 것을 보니 직원이 참 딱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청바지 입은 것도 더워 보이고 여기 저기 분주히 뛰어다니느라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렇게까지 화를 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그 아저씨 모습에 제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방금 전 저도 저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다들 이 무더운 여름 즐겁게 놀자고 온 바닷가인데 그런 공간에서 좋게 말해도 될 것을 저렇게 마구 화를 내는 것을 보니 안 그래도 더운데 더 덥고 짜증까지 밀려 왔습니다.

 

제가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낸다는 것은 특별한 묘책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릅니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자 해수욕장에 가서도, 계곡으로 놀러가서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 없이 무턱대고 화를 내고 짜증만 내다보면 그 여름은 결국 시원하게 보낼 수 없는 것은 아닌지요.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방법과 물질적인 것들을 동원한 것보다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서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즐겁게 즐기고 오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까요?

 

 

그 식당에서 그렇게 스스로를 반성하고 난 후, 그 날 저는 바닷가에서 다소 언짢은 일도 있었지만 최대한 슬기롭게 대처하고 재미있게 잘 놀다 왔답니다. 여러분도 여름을 시원하게 즐기시고 싶다면 꼭 잊지 말고 챙겨가십시오. 꽉 막힌 고속도로, 수많은 인파 속에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려 갔다가 열만 받고 올 수도 있으니까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게 여름을 보내고자 하는 정신!'

 

꼭! 잊지 말고 챙겨가시기를!

덧붙이는 글 |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글


태그:#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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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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