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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뤄진 신문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 과정에서 '찬성' 투표가 중복으로 이뤄져 대리투표 의혹이 강한 것이 17건에 이른다면서 이중 일부 정황을 26일 공개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실에서 국회 본회의장 전자투표 시스템의 접속 기록을 제출받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윤성 부의장이 직권상정한 미디어 관련법 중 재석 163명 중 찬성 152표, 반대 0표, 기권 11표로 가장 먼저 처리된 신문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 중 비정상적 투표 행위가 의심되는 것이 34건에 달했다.

 

전 의원이 말하는 '비정상적 투표행위'란, 투표가 진행되는 시간 동안 '반대'와 '찬성'이 바뀌었거나, 찬성투표를 반복하는 등의 행위다. 이 중에서 중간에 '찬성'만 반복해서 투표된 것이 17건이고, 이 17건에 대한 대리투표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것.

 

이 17건 중에서 전 의원이 공개한 1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91번 의석 

오후 3시 39분 29초 버튼 투표'재석'

오후 3시 39분 34초 버튼 투표'찬성'

오후 3시 40분 2초 터치스크린 투표'재석'

오후 3시 40분 3초 터치스크린 투표'찬성'

 

국회 본회의장 각 의원별 의석에는 책상 위로 올라와 있는 터치스크린이 있고 이 스크린을 통해 '재석' 표시와 '찬성', '반대' 투표를 할 수 있다. 재석 표시와 찬·반 투표는 책상 안 투표 버튼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터치스크린으로 투표를 했다면 투표를 완료했다는 표시가 나타나지만, 버튼을 이용해서 투표를 했을 때는 '투표를 해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계속 표시된다.

 

이 291번 의석처럼 버튼 투표로 이미 투표가 돼 있는데도 잠시 뒤 터치스크린으로 '찬성' 투표가 반복적으로 이뤄진 사례에 대해 전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의혹을 입증하는 사례"라면서 "의석 사이를 이러저리 뛰어다닌 '메뚜기'들이 지나간 흔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의석의 원래 주인이 평소 버릇대로 버튼 투표를 한 뒤 자리를 떴지만, 터치스크린에는 여전히 '투표해 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계속 떠 있었고, 이같은 메시지를 본 제 3자가 의석으로 와서 터치스크린을 통해 다시 한번 찬성 투표를 했다는 주장이다.

 

한 의석에서 반복적으로 찬성 투표가 돼 찬성표가 2표가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의원의 의석에서 대리투표를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은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해 투표를 하지 못한 의원의 자리에서 제3자가 투표를 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회사무처가 제출 거부하는 CCTV 확보가 관건... 증거보전신청 계획

 

전 의원은 "신문법은 재석 163명인 것으로 처리됐는데,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의 대리투표 행위로 '재석' 사례로 됐고, '재석' 처리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본회의장에 없었던 것이 이미 확인됐다"며 "여기에 더해 13명 이상만 투표 문제를 입증하면 신문법 통과도 정족과반수가 안돼 원천무효가 되는 것은 물론, 단 한 명이라도 대리투표가 입증되면 부정투표로 원천무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을 중심으로 채증반을 구성한 민주당은 이 본회의장 투표시스템 접속 기록과 국회 의사당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폐쇄회로화면) 33개의 영상을 분석해 대리투표를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즉, 투표시스템에는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투표를 했다고 돼 있는 시각에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 확인되면 대리투표 의혹이 입증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CCTV 자료 확보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 국회사무처가 '개인신상 비밀보호'를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행정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해 자료제출거부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전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을 재투표해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긴 것은 '낙장불입'을 깬 셈이고 신문법의 대리투표는 야비한 부정행위로 '파토'를 낸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조순형 "부결선언 안 하면 투표불성립" - 이상민 "종료 뒤 정족수 부족은 부결"

 

방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의 재투표와 관련, 자유선진당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순형 의원은 지난 24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 종결은 선언했지만 가결이나 부결을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 불성립 상태로 볼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상민 선진당 정책위의장은 26일 개인 자격으로 성명을 내고 방송법 재투표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 투표종료선언 이후 의결정족수 부족 문제는 표결절차의 성립 여부 문제가 아니라 표결절차의 결과 즉, 가결 또는 부결의 문제"라며 "표결종료선언까지 있었고 그 결과 출석의원수가 재적의원 과반이 아니라 당연히 부결된 것이고 표결 결과는 의장의 부결 공포 여부와는 관계 없이 부결로 확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논란 차단... "헌법재판소에 갔으니 결과 지켜봐야"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갔으니 조용히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며 논란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송법 처리 중 재투표가) 법적인 요건을 결여하고 있는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인지 국회법 등에 대해 이미 논리 근거가 깨졌다"며 "민주당은 빨리 민생속으로 들어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듣고 국민들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게 정치인들의 도리"라고 말했다.

 

장 사무총장의 이런 태도는 24일까지만해도 공식회의 석상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역대리투표 사례를 일일이 언급하면서 장황하게 설명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등의 문제제기에 대해 민주당의 역대리투표가 논란의 근원이라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차분히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재투표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한나라당은 황우여 의원을 단장으로 박민식·손범규·여상규 의원 등 법률가 중심의 팀을 꾸려 헌재 재판에 대비하기로 했다. 또 대리투표 문제에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리에서 반대투표를 했거나 투표를 방해한 행위를 수집하고, 각종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는 적극적인 고소와 고발로 대응하기로 했다.  


태그:#전병헌, #신문법, #미디어법, #대리투표,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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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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