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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름 방학 때 바다에 갈까?"

"예!!"

 

두어 달 전이었다. 고3 아이들의 대답 소리가 유난히 컸다. 당장 학급회의를 했다. 여행 날짜를 정했다. 경남 남해 상주해수욕장으로 장소도 정했다.

 

'1, 2학년도 아니고 모름지기 고3인데 과연 교감, 교장 선생님의 결재가 날까? 고3 아들을 둔 학부모들이 동의를 할까? 우리 반만 가면 다른 반에 지장은 없을까?'

 

담임으로서 고민은 깊어만 갔다. 7월 18일부터 19일까지 그것도 1박2일로 계획을 세워 놓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아무리 고3이라도 못 할 게 뭐 있어!'

 

먼저 최고 결재권자인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횡재(?)였다. '탈 없이 잘 갔다오라'며 격려해주셨다. 교감 선생님은 '고1, 2학년도 아니고 고3인데 좀 무리한 거 아니냐'며 달갑지 않은 눈치였으나 '교장 선생님이 허락했으니 특히 안전사고에 유의해 달라'며 기안 문서에 사인을 했다.

 

됐다. 학부모에게 가정 통신문을 보냈다. 우리 반 34명 전체 학부모가 참여란에 동그라미를 했다. 1박2일 여행자 보험도 들었다. 관광 버스를 예약했고 민박집도 구했다. 절차가 복잡했지만 고3 학생들을 위한 일이니 모두 즐거웠다.

 

모둠 편성을 했다. 모두 6개 모둠이다. 모둠별로 밥을 해먹기로 했다. 1박2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계획도 세웠다. 고3 아니랄까봐 원만하고 성숙하게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그 뿌듯함이란!

 

출발하는 날, 일부 엄마들이 출발 장소에 나와 김치와 과일을 실어주었다. '고3이니까 공부해야지!'보다 '고3이더라도 잘 놀고 오라'고 응원해 주었다. 이 나라 엄마들이 다 이랬으면!

 

 

민박집 한 채를 통째로 빌렸다. 신나게 놀았다. 잘 노는 것도 공부다. 모둠별 식사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장마철 장대비를 염려했으나 기우였다. 적당한 구름이 뜨거운 햇살을 막아줬다. 제법 높은 파도가 일었다. 바탕이 충청도라 바다는 늘 신비다. 모두들 높은 파도에 몸을 섞었다. 대여섯 명이 친구 팔다리를 붙잡고 밀려오는 파도에 내동댕이쳤다. 우정도 용솟음쳤다.

 

 

닭싸움, 배구, 씨름, 축구를 하며 백사장을 달궜다. 한 학기를 지나면서도 싱겁던 관계가 바닷물만큼이나 짜디 짠 관계로 발전했다. 서로에게 절실한 존재감을 확인했다. 나와 공동체의 가치를 터득한 1박2일이었다.

 

"강호동이 나오는 1박 2일보다 우리가 찍은 1박 2일이 훨씬 더 뜻 깊었다. 애썼다, 멋진 7반!" 

 

 

나는 그렇게 돌아오는 차 안에서 종례를 했다. 아무리 고3이라도 학급 수련회나 여행 체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리고 방학! 있으나마나 한 방학! 이 지독한 입시경쟁교육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오늘도 의문을 품으며 하루를 여닫는다. 이 나라 고3들이여! 사랑한다!

 

ⓒ 박병춘


태그:#남해 상주해수욕장, #학급 수련회, #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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