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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 "인도에서 하는 3보 1배 막는 이유가 뭔가?"

 

18일 오후 5시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시청광장 옆 분수대 앞에 모였다. 목장갑을 끼고 무릎보호대를 찼다. 지난 17일에 이어 이틀째 3보 1배를 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은 유족 앞에 사과하고 용산참사 해결하라"는 펼침막도 다시 펼쳤다.

 

이날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 고 윤용헌씨 부인 유영숙씨 등 유가족과 함께 3보 1배에 나섰다. 문정현 신부는 펼침막을 잡았다. 노 대표는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됐는데도 고인들은 땅에 묻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 달려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하늘에서 내리는 장대비도, 경찰의 방패와 곤봉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재숙씨는 "우린 '없는 것'밖에 죄가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뭐가 그리 떳떳해서 사과 한마디 하지 못하는지 청와대에 가서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전씨는 "고인들을 좋은 곳으로 보내는 한편, 검찰이 내놓지 않고 있는 수사기록 3000쪽을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5시 26분, 3보 1배가 시작됐다. 유영숙씨는 팔에 깁스를 한 채 3보 1배에 나섰다. 오후 5시 45분이 되자, 부슬비가 거센 장대비로 바뀌었다. 아직 시청광장을 반 바퀴도 돌지 못한 시각이었다. 대책위 관계자들이 잠시 3보 1배 행렬을 멈추고 유족과 노 대표 등에게 우비를 권했지만 이들은 거절했다. 거세게 내리는 폭우를 온몸으로 받으며 이들은 다시 3보 1배를 시작했다.

 

전날과 달리 이들의 행렬을 촘촘히 막지 않았던 경찰은 그러나 오후 6시쯤 시청역 4번 출구 근처에서 3보 1배 행렬과 후미 반절 행렬을 분리했다. 노 대표와 유족 등 3보1배 행렬이 지나간 뒤 기습적으로 후미 대열을 막아나선 것이다. 진보신당 관계자들과 유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했으나 경찰은 이들을 계속 '격리'조치했다.

 

결국 이 시각부터 3보 1배 행렬은 크게 줄어 30여 명만 앞으로 나아갔다. 행렬이 프레스센터와 파이낸스센터를 지나고 청계광장 옆 광화문 공원에 이르렀으나 거기까지였다. 경찰은 진행을 막아나섰다.

 

유족들과 문 신부가 "인도에서 하고 있는 3보 1배를 막는 이유가 뭔지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 "사람을 죽인 것과, 인도에서 3보 1배를 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불법이냐"며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경찰력은 계속 증강됐다.

 

노 대표와 유족들은 경찰 방패를 등지고 주저앉았으며 다른 사람들 역시 "경찰이 격리시킨 후미 행렬을 풀어줄 때까지 이 자리에서 연좌시위할 것"이라며 자리에 앉았다. 경찰은 줄곧 "먼저 해산하면 즉각 (행렬을) 풀어주겠다"고 했으나 유족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경찰 "선량한 시민은 대열에서 나와달라, 시위대로 간주될 수 있다"

 

 

6시 30분 무렵이 되자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해산을 명령하기 시작했다. 1차 명령 이후 경찰력이 추가로 투입돼 이들을 동그랗게 둘러쌌다. 경비과장은 "시위대에 섞여 있는 기자들과 '선량한' 시민들은 대열에서 나와달라. 시위대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경고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결국 경찰이 '6시 50분'을 최후통첩 시각으로 발표했고, 진보신당 관계자들과 유족들은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3보 1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할 무렵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사람들이 들고 있던 여러 개의 우산들이 뒤집힐 정도였다.

 

문정현 신부가 지팡이를 이용해 몸을 어렵게 일으켜 옆에 있던 전재숙씨와 유영숙씨를 껴안았다. 그동안 경찰의 방패 앞에 묵묵히 앉아있던 전씨가 문 신부 품에서 하늘을 보며 서럽게 오열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어깨를 만지며 위로하는 노회찬 대표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유씨가 남대문서 경찰들에게 재차 항의하면서 긴장감이 흘렀지만 큰 불상사는 없었다.

 

 


태그:#용산참사, #삼보일배, #3보1배, #노회찬, #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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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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