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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 운동장에서 인조잔디 공사후, 축구 경기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마산공설운동장 보조경기장
 다목적 운동장에서 인조잔디 공사후, 축구 경기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마산공설운동장 보조경기장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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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시작된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계획> 그리고, 2009년부터 시작된 <문화예술 체육교육 활성화 사업추진계획>에 따라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인조잔디 운동장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처음 사업이 시작되던 2006년에는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는 단일 사업이었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인조잔디 운동장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2009년부터는 인조잔디, 천연잔디, 우레탄 운동장 중에서 선택하여 설치하도록 사업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2008년 11월을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4.2%인 474개 학교가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인조잔디 운동장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흙 먼지 날리는 운동장 대신에 사계절 내내 푸른 인조잔디 운동장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학교운동장을 천연잔디, 인조잔디 혹은 우레탄 운동장으로 바꿀 경우 중앙정부에서 공사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일선학교에서는 정부지원을 받는 중요한 학교 환경 개선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7월 14일, 마산YMCA가 주최한 아침논단에는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 심언봉 부지부장이 '유해한 학교환경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를 주제로 발표 한 후 참석자들과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마산YMCA 아침논단에서 발표하는 심언봉 참교육학부모회 경남 부지부장
 마산YMCA 아침논단에서 발표하는 심언봉 참교육학부모회 경남 부지부장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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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잔디, 7년마다 한 번씩 교체 해야

YMCA 아침논단에서 이루어진 토론에 따르면,  현재 설치되는 인조잔디 운동장은 중금속을 비롯한 여러가지 오염물질에 대한 위험 지적도 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수명이 6~7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 학교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설치하면, 7년 후에는 현재 설치된 인조잔디를 걷어내어 폐기 처분하고 또 다시 인조잔디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축구장 크기 만한 인조잔디 구장을 설치하는데, 대략 10억 정도가 소요된다면 7년 후에는 또 다시 10억여 원을 들여서 새로 잔디를 깔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인조잔디를 한 번 설치하고 나면, 앞으로 매 7년 마다 10억여 원의 예산을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를 교체하는데 쏟아 붓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학교 운동장 크기에 따라 설치 비용이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는 있지만, 전국에 1만 개가 넘은 학교가 있으니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야 전국의 학교운동장 인조잔디를 교체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처음 10억여 원을 들여서 설치한 인조잔디를 걷어내면 모두 폐기물이기 때문에 이를 정화하는데 적지 않은 환경비용이 추가로 들어야 한다. 학교운동장에 설치한 인조잔디는 처음 설치한 후 7년 후에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 뻔한 일이다.

비용 문제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운동장 사용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인조잔디 구장은 축구를 하기에 좋은 대신에 다른 활동을 하는데는 오히려 제약이 따른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하는 운동장 바닥에 금을 그어 하는 놀이나 땅따먹기, 사방놀이 같은 놀이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조잔디 뿐만 아니라 우레탄으로 운동장을 조성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비용이 들고 똑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인조잔디와 우레탄 모두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다. 학교 운동장은 아니지만, 마산의 경우 공설운동장 보조 경기장을 인조잔디를 깔기 전에는 각 단체 체육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다목적 시설로 사용하였지만, 인조잔디 설치 후에는 축구경기 외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천연잔디, 제초제 위험 피할 수 없다

천연 잔디의 경우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첫 째는 천연잔디가 설치되면 잡초를 제거하기 위하여 '제초제'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천연잔디를 잘 가꾸기 위해서는 잔디 사이에 자라는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것이 필수인데, 일일이 수작업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초제를 사용하게 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는 현재의 흙 운동장에도 풀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제초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만약, 정부 예산으로 천연잔디를 가꾸기 위한 추가 인력이 배치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제초제 사용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잔디관리로 인하여 운동장 사용에 제한이 따른 다는 것이다. 천연 잔디의 경우 1년에 수개월은 잔디를 보호하고 가꾸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는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천연 잔디운동장을 설치하게 되면, 학교의 교사들과 아이들이 '잔디'를 모시고 살아야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초제가 무엇인가? 월남전에 사용된 그 무시무시한 고엽제를 약하게 만든 것이 바로 제초제라고 한다. 제초제가 뿌려진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 한 번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흙바닥 운동장이 바람직한 대안

우레탄 운동장, 인조잔디운동장이 설치되고 나면, 가장 큰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은 바로 아토피, 천식과 같은 환경 질환을 가진 아이들이다. 아토피 아이들 중에는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나서 증상이 악화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자연의학으로 아픈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임낙경 목사는 자신이 쓴 책에서 '아토피'는 아이가 흙을 피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아토피, 천식, 비염같은 환경 질환은 아이들이 흙에서 멀어지고,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면역력을 잃어가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다목적으로 운동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학교 운동장은 흙바닥이 가장 좋은 대안인 것이다. 물빠짐이 좋지 않은 운동장은 비가 온 후에 물빠짐이 잘 이루어지도록하는 배수 공사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인조잔디, 천연잔디, 우레탄 바닥을 시공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아이들이 흙을 만지며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문화예술 체육교육 활성화 사업추진계획>에 따라 학교운동장 파 뒤집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보기에 먼지 날리지 않고 좋아 보이는 인조잔디, 천연잔디 운동장이 정말 아이들 교육을 위하여 꼭 필요한 시설인지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7년 후에는 교장선생님도 바뀌고, 교사들도 전근을 가고, 7년 후에 다시 인조잔디를 교체해야 할 시기가 되면  누구도 책임질 사람 없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마구잡이로 벌어지고 있다.

멀쩡한 학교 운동장마저 흙을 걷어내고 인조잔디를 깔고 나면, 이제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산과 공원이 아니면 더 이상 흙조차 밟을 수 없는 삭막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교운동장, #인조잔디, #잔디운동장, #우레탄,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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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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