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획재정부의 '2008년도 공무원 정원 및 인건비 예산 내역'에 따르면 평균 임금이 가장 적은 정부 부처는 노동부로 평균 3,862만원이다. 중앙공무원 평균 연봉이 5150만원인 것에 비하면 천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뒤져보면 딱히 타 부처에 비해 박봉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노동부는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 비율이 전체 5450명 중 88.5%인 4824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하위직인 9급이 4명 중 1명꼴이다.

 

노동부가 타 부처에 비해 이처럼 9급 공무원 비율이 높은 이유는 뭘까? 이는 민간인 신분인이던 고용지원센터 소속 직업상담원 1400여명이 지난해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비정규보호법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새삼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직업상담원들의 공무원 신분 전환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들 역시 비정규직 신분으로 고용 불안정 문제를 여느 정부 부처보다 뼈저리게 경험하며 투쟁하였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직업상담원들의 투쟁은 외국인고용허가제가 막 시행되면서 제도 안착이 중요했던 2003년에 외국인고용지원업무를 맡고 있던 전국 고용지원센터에서 일어나 사회에 관심을 일으켰고,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단체행동이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 앞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직업상담원 신분의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에 따라 노동부는 전국 81개 고용지원센터 상담원 1567명을 공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

 

그런데 당시 노동부 노조는 고용지원센터의 민간 운영이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이들의 공무원화에 반대했다. 노동부 노조는 직원상담원의 공무원화를 반대하는 한편, △6급 이하 승진인사 조속 시행 △7급 승진 대상자 중 승진 소요 연한을 경과한 자는 모두 승진시킬 것 △인사운영지침의 불이익 규정 폐지 △경쟁을 야기하고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기관평가 개선 △6급 이하 공무원 대표의 혁신위원회 참석을 요구하였고, 요구의 상당 부분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반대의사를 밝혀왔던 노동부 노조는 직업상담원을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노동부 직제 개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당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직업상담원들의 공무원 전환은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되게 된다.

 

이러한 전례를 갖고 있는 노동부에서 장관이 비정규직 보호법 유예안을 밀어붙이지 못해 안달인 한나라당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해 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조직 내부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고용이 불안한 민간인 신분의 직업상담원을 공무원으로 전환시켰던 전례를 갖고 있는 부처가 현재 취하고 있는 입장변화는 결국 제 밥그릇만 챙기는구나 하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노동부는 고용지원센터 직원상담원들의 공무원 전환 사례를 교훈삼아, 지금이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태그:#비정규직보호법, #노동부, #직업상담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