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陊, 검이불루 화이불치)"(삼국사기 백제 온조왕 15년(BC.4)조에 새 궁실을 표현한 말).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과 비석 제작을 맡았던 유홍준 아주작은비석 건립위 위원장(전 문화재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 대해 이같은 '미학'을 부여했다. 그는 "지상의 비석은 검이불루하게, 지하의 안장시설은 화이불치하게 했다"고 말했다.

 충남 부여에서 온 돌로, 노무현 대통령의 유골함을 안장한 뒤 맨 위에 고인돌 형식으로 놓이는 비석으로,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충남 부여에서 온 돌로, 노무현 대통령의 유골함을 안장한 뒤 맨 위에 고인돌 형식으로 놓이는 비석으로,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가운데 천조각으로 덮어져 있는 부분이 유골함이 안장될 곳이며 뒤에 검정색 가림막이 보이고 위쪽에 봉화산 사자바위가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가운데 천조각으로 덮어져 있는 부분이 유골함이 안장될 곳이며 뒤에 검정색 가림막이 보이고 위쪽에 봉화산 사자바위가 보인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노 대통령의 묘역과 비석에는 남·북 팔도의 대표적인 돌과 모래가 사용되었다. 건립위는 "노 대통령의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국정철학에 맞추어 묘역 조성과 안장 시설에 전국의 물산이 고루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안장시설부터 보면, 석함은 충남 보령 남포오석(삼부석재 남기택 기증), 연꽃석합은 전북 익산 황등석(금강조각 윤대중 기증), 유골이 들어가는 백자합은 경기 성남 백자가마(박영숙 기증), 습기 방지를 위해 들어가는 참숯은 강원도 횡성, 모래는 경상도 화포천에서 갖고 온 것이다.

바닥에 놓인 박석도 전국 각지에서 왔다. 제주 현무암(4.3유족회 기증)과 강화도 박석(강화군 기증), 남해 청석(남해군 기증), 북한 황해도 해주 쑥돌(애석)이 사용되었다. 해주 쑥돌은 창림통상 정소진 대표가 중국 상하이를 통해 수입한 돌이다.

이제 생산되지 않는 돌도 많은데, 금강조각 윤대중 대표는 15년 전 작품하기 위해 소장하고 있던 돌을 내놓았고, 남해군도 보관하고 있던 돌을 내놓았다. 유홍준 위원장은 "전국 8도의 돌과 모래 등 물산들이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묘역 비석 아래에 새겨진 어록.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묘역 비석 아래에 새겨진 어록.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유홍준 아주작은비석건립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골함 등의 실물을 설명하고 있다.
 유홍준 아주작은비석건립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골함 등의 실물을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유홍준 위원장 "밥 먹으면서도 고민했다"

건립위는 7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대통령의 묘역 조성과 안장방식 등에 대해 설명했다. 봉하마을회관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유홍준 위원장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건축가 승효상씨 등이 참석했다. 유 위원장은 봉화산 사자바위 기슭 아래에 있는 묘역으로 이동해 설명하기도 했다.

 유홍준 아주작은비석건립위원회 위원장이 7일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골함 덮개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홍준 아주작은비석건립위원회 위원장이 7일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골함 덮개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유 위원장은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안장될 모든 시설물을 공개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께서 유언으로 남기신 '아주 작은 비석' 건립을 권양숙 여사께서 제게 위임했을 때, 사람들은 '아주 작은 1차 방정식 문제' 정도로 생각하고 그깐 일에 무슨 위원회냐고 꾸짖기도 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화장된 유골을 산골하지 않고 매장하되 봉분을 쓰지 않겠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비석 건립은 안장시설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 유언의 '아주 작은'이란 검소하게 하라는 뜻인데, 전직 국가원수의 묘역이고 비석이니 누추해 보여서는 안되고, 예기치 못한 조문 열기에서 보여준 국민의 뜻은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크니 이는 3차방정식으로도 풀 수 없는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이전 전례가 하나도 없지만, 예법에서 어긋나지 않고 또 전통에 근거를 두어야 하고, 나아가 옛날보다 잘해야 하는 미적분 문제"라며 "미적분의 해법을 찾기 위해 밥 먹으면서도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하에 안장시설을 하고 그 위에 돌을 얹는다면 고인돌이라 생각했고, 아주 작아야 한다면 북방식이 아니라 남방식이어야 하고, 그렇다면 메주덩이 모양인 창녕 유리 고인돌이 아닌 너럭바위 모양의 고창 상갑리 고인돌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자장면 먹다가 떠올라 스케치했다"고 덧붙였다.

비문에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쓴 것에 대해, 그는 "약력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의 비석에도 이력을 붙이지 않았던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셀로나 무명용사의 비와 파르테논신전, 우리나라 근정전 등 세계 40여 곳의 시설물을 조사해 참고했다"고 밝혔다. 묘역 주변 바닥에 놓인 박석 15개에 추모객들이 남긴 글을 새겨 놓았으며, 안도현 시인과 공선옥 작가가 쓴 '헌시'의 일부도 새겨 놓았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건립위원인 황지우 시인한테 애초에 비문을 부탁하려고 하니, 그는 절대 비문을 우리가 쓰면 안 된다고 했다"면서 "비문을 아무리 잘 쓴다고 해도 추모 기간에 나온 일반 국민들이 쓴 글보다는 못할 것이기에 추모의 글을 박석에 새겼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으로, 노 대통령의 유골함이 안장될 곳은 지금 천조각으로 덮여 있다.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으로, 노 대통령의 유골함이 안장될 곳은 지금 천조각으로 덮여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묘소 안장은 전통적인 화장 예법 따라

노 대통령의 묘소 안장은 전통적인 화장 예법에 따른다. 또 국가원수 묘소로서 예를 갖추었으며, 건립위는 박명근 동국대 강사와 윤용이 명지대 교수한테 자문을 받기도 했다.

유골 봉안은 부부 합장묘의 예에 따라 공간을 확보해 놓았으며, 열고 닫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앞으로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별세하면 노 대통령 유골함 옆에 같이 안장하게 된다.

덮개돌에는 한자로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1946~2009)'이라고 새겨져 있으며, 이 글씨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쓴 것이다. 유골함이 들어갈 연꽃석합은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디자인하고, 금강조각 윤태중 대표가 제작했다.

유골이 들어갈 백자합은 도예가 박영숙씨가 제작했다. 박영숙씨는 청와대 외빈 접대용 그릇을 만들기도 한 도예가다. 백자 지석에는 그래픽 디자인으로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1946~2009'이라고 새겨넣었다.

묘역에는 9m 높이의 국기게양대가 설치되는데, 그 속에 잘 보이지 않게 밤에도 불빛을 비추는 조명장치가 들어간다. 노 대통령의 유골을 안장할 때 부장품도 들어가는데, 건립위는 유족과 논의해 2개의 DVD를 넣기로 했다. 부장품으로 들어가는 DVD에는 참여정부 5년의 기록과 추모자료 영상이 담겨있다.

유홍준 위원장은 "세계 건축사에 내놓아도 자신있다는 생각으로 했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국가의 묘역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만든 묘역이 앞으로 국가사적이 되고 세계 건축가들이 와서 둘러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홍준 '아주작은비석 건립이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봉하마을회관에서 노무현 대통령 묘역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유홍준 '아주작은비석 건립이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봉하마을회관에서 노무현 대통령 묘역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신영복 선생이 쓴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
 신영복 선생이 쓴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주변 박석에 새겨진 글.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주변 박석에 새겨진 글.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주변 박석에 새겨진 글.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주변 박석에 새겨진 글.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주변 박석에 새겨진 글.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주변 박석에 새겨진 글.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주변 박석에 새겨진 글.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주변 박석에 새겨진 글.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