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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왕따 논란을 일으켰던 동영상 화면. 윤아가 티파니의 치마를 들추는 모습이 찍혔다.
 티파니 왕따 논란을 일으켰던 동영상 화면. 윤아가 티파니의 치마를 들추는 모습이 찍혔다.
ⓒ 인터넷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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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미니앨범 2집 '소원을 말해봐'를 발표하고 가수로서의 활동을 재개한 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느닷없는 왕따설,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의 발단은 소녀시대의 팬들이 촬영한 두 편의 동영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6월 27일 방영한 MBC <쇼! 음악중심>의 사전 녹화 무대에서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가 동료 티파니의 치마를 들어 올리며 뭔가 말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티파니 왕따설'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제시카는 욕하고 티파니는 따 당하고?

신곡 '에뛰드(Etude)'를 부르기 전 일렬로 서 있을 때 윤아가 앞에 서 있던 티파니의 치마를 들추며 "(속바지) 안 입었어?"라고 말하는 듯 보였고, 이에 수영이 나서서 티파니의 복장 상태를 점검하는 듯했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티파니 왕따설을 주장했고, 다른 누리꾼들이 이에 반박하면서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졌다. 왕따설을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윤아의 행동이 단순한 걱정 때문에 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좀 지나쳤다", "하필이면 사람들이 보는 무대 위에서 그렇게 치마를 들춰야 했나?"라고 주장했고, 반박하는 누리꾼들은 "속바지를 입었으니 치마를 들춘 게 아니냐" "동료를 걱정하는 게 어떻게 왕따시키는 거냐?"며 반박했다.

결국 이 왕따설은 소녀시대 멤버들이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하여 해명하면서 일단락 지어졌다. 지난 1일 MBC 라디오 <태연의 친한 친구>에 출연한 윤아는 "티파니는 속바지를 입었다. 치마와 속바지를 옷핀으로 집어서 고정해야 춤을 출 때 속이 안 보이는데 티파니가 <쇼! 음악중심> MC를 보고 바로 온 탓에 그러지 않아서 '안 집었어?'라고 물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아는 "내가 봐도 '안 입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제시카 욕설 논란도 이와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쇼! 음악중심>의 사전 녹화 리허설 무대에서 동료 서현이 자신의 앞을 가리자 제시카가 서현을 확 밀쳐내는 듯한 동작을 취한 뒤 얼굴을 찌푸리며 뭔가 말했고, 이에 서현과 옆에 있던 써니의 당황해 하는 표정이 동영상에 찍혔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제시카가 자기 앞을 가리는 서현을 밀쳐내며 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경질적인 동작, 찌푸린 얼굴, 입모양을 미뤄볼 때 욕설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왕따설에 이어 욕설 논란까지 일자 소녀시대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이와 같은 논란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소녀시대의 팬들은 "다른 각도에서 찍힌 동영상을 보면 서현이 지나간 뒤 제시카와 써니가 마주보며 웃고 있다", "생일을 앞둔 서현의 깜짝 생일 파티를 위해 제시카가 일부러 못되게 군 것"이라며 해명했다.

피해갈 수 없는 '직찍'... 사소한 모습까지 무방비 노출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계기는 팬들이 촬영한 동영상 때문이다. 이제는 팬들이 직접 찍은 사진 및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대중들에게 퍼지고 각종 논란과 의혹이 확산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인터넷의 발달과 카메라 기능을 장착한 휴대폰 및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이제 연예인들은 사소한 모습 하나까지 대중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사전 녹화 리허설 무대의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일 같은 건 불과 몇 년 전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것이지만, 이제는 지극히 보편적인 일이 됐다. 전문기자 못지않은 화려한 장비를 갖춘 고성능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모습들을 담아내려는 열혈 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음악프로의 공개 방송이나 대학 축제, 행사, 콘서트 등을 쫓아다니면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렇게 찍힌 아이돌 가수의 사진과 영상은 UCC 동영상 사이트를 거쳐 그들의 팬 카페 등지에 올려지고, 누리꾼들은 이를 빠른 속도로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등지에 퍼뜨린다.

과거에는 가수들의 공연은 TV를 통한 음악 프로를 시청하거나 그들의 콘서트 등에 직접 가서야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기회가 적었고,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팬이 찍어 올리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다양한 모습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아이돌 가수 팬덤(fandom)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대표적인 긍정적 효과는 바로 팬 층의 저변 확대이다. 아이돌 가수를 10대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보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이제는 '삼촌팬', '아저씨팬' 등으로 불리는 넥타이 부대들도 그들의 팬을 자청하고 나선다. 그들은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고 집에 와 소녀시대, 카라 등이 펼치는 발랄한 무대를 보며 위안을 얻는다.

이런 고령자(?) 팬 층이 생기고 늘어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직찍('직접 찍은'의 줄임말) 영상 등에 있다. TV 음악 프로를 챙겨볼 수도, 콘서트에 따라다닐 수도 없는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아이돌 가수의 화려하고 톡톡 튀는 공연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매력에 흠뻑 빠진 그들은 '팬'이 되었다.

또한 아이돌 가수들에게도 직찍 영상의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그들은 팬들이 찍어준 영상을 통해 기존의 공연에서 보여주기 힘들었던 자신들의 숨겨진 매력을 발산하기도 하고, 그것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실수한 부분이나 문제점은 없는지 체크하기도 한다. 또 올라온 영상의 밑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을 보면서 그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한다.

'떡밥' 던지는 누리꾼... '아니면 말고~'

제시카 욕설 논란을 일으켰던 동영상 장면.
 제시카 욕설 논란을 일으켰던 동영상 장면.
ⓒ 인터넷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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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정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위에 언급했던 각종 논란과 의혹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그들의 매력만을 부각시켜 주지 않았다. 그들의 사생활, 의도치 않은 모습까지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왕따설, 욕설 논란 같은 것은 이제 아이돌 스타라면 예외 없이 거쳐 가야 할 통과의례가 되었다.

2007년 전국을 강타한 노래 '텔미(Tell me)'로 인해 순식간에 슈퍼스타로 급부상한 여성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는 오랜 시간 소희 왕따설에 시달려야 했다. 그룹 내 막내 멤버인 소희가 다른 멤버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몇몇 누리꾼들에 의해 제기되면서 순식간에 사건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방송이나 직찍 영상 등에서 소희가 멤버들과 따로 떨어져 혼자 있는 모습이나 다른 멤버들과 섞이지 않고 따로 행동하는 장면, 유난히 말이 없고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 등을 캡쳐해 인터넷에 퍼뜨리며 왕따설을 주장했다. 원더걸스가 이에 열심히 해명했지만, 왕따설이 가라앉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이런 왕따설, 욕설 논란이 문제가 되는 점은 그 파급력에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이나 동영상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그리고 의혹은 그럴싸한 소문과 만나 살을 덧대어 '진실'로 둔갑한다. 누리꾼들은 처음에는 '정말 그랬을까?' 하다가도, 정말 그런 것 같은 사진, 동영상 등을 보고 나면 '정말 그랬구나!' 한다.

여기에 나름대로 해당 아이돌 그룹의 정보통인 몇몇 누리꾼들이 카더라 통신성 '떡밥(누리꾼들을 낚는다고 해서 붙여진 말)'들을 던져놓으면 사건은 그 안에서 짜 맞춰진다. 누리꾼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판단되어지고, 결론지어지는 것이다. 사실관계나 진위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논란을 만들어내는 일 자체이기 때문이다.

직캠 동영상에 쏟아지는 설왕설래가 불편하다

해당 가수들이 누리꾼들의 추리보다 더 명확하게, 납득이 갈만한 해명을 해도 별 소용은 없다. 그저 그 순간만 지나갈 뿐이다. '아님 말고' 식의 반응, 게다가 그런 일은 앞으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또 다른 왕따설, 욕설 논란이 제기되면 누리꾼들은 과거에 해명되어졌던 그 사진, 동영상을 들먹이며 인과관계를 추론할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실제로 티파니가 왕따를 당하는지, 제시카가 욕을 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리허설 장소 또는 개인적 공간에서 오간 말에 대해서까지 세세하게 시선을 던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고 최진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중 하나는 인터넷에 퍼진 작은 루머였다. 무심코 던진 작은 의혹은, 눈밭 위를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이런저런 루머들과 만나 결국 거대한 진실로 둔갑할 수도 있다. 그 거대한 진실의 덩어리 앞에서 연예인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상처받는 것은, 언제나 그들의 몫이다.

소녀시대의 밝고 쾌활한 모습에 사람들은 힘을 얻는다. 그것이 아이돌 가수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길 바란다.


태그:#소녀시대, #티파니, #제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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