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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잡지에서 제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레몬트리>의 작년 12월호 기사 '모티프#1 이안수 선생의 수동 모카 포트' 기사입니다.

능력 있고 강단진 세 아이의 학부형 엄마인 레몬트리의 박미순 기자는 취재원을 향해 뻗은 촉수가 예민하기로 이름 높습니다.

그녀가 작년 봄 저와 보름쯤을 함께 했던 이탈리아의 젊은 화가 발레리오(Valerio Berruti)가 이탈리아로 돌아가기 전에 저에게 전해준 모카 포트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법에 대해 감지하고 그녀의 기획기사 '이 멋진 커피 머신'에서 공개했습니다.

박미순기자와 레몬트리 취재팀. 발레리오의 방법에 따른 커피의 맛을 감별하기위해 특별하게 커피 맛의 감식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진기자를 대동했습니다.
 박미순기자와 레몬트리 취재팀. 발레리오의 방법에 따른 커피의 맛을 감별하기위해 특별하게 커피 맛의 감식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진기자를 대동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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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작년 발레리오와 함께 했던 추억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로 돌아가기 하루 전, 저와의 우의에 대한 정표로 그가 전 세계를 떠돌면서 애용하던 모카 포트와 그가 애용하던 illy커피를 함께 제게 선물하고 갔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자신이 직접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창작욕이 솟는다는 그가 가장 아끼던 모카 포트와 커피였습니다.

그가 떠나기 하루 전날 밤, 저와 저의 처를 불러서 그 모카포트로 커피를 추출하는 법을 시연하면서 내밀하게 전해주었습니다. 이 방법은 전문 바리스타를 포함한 이탈리아의 전 인구 중에서 뛰어난 커피 맛을 낼 줄 아는 상위 2% 안에 든다는 자신의 아버지 방법에 따른 것이라 했습니다.

발레리오가 제게 선물한 모카 포트와 illy 커피
 발레리오가 제게 선물한 모카 포트와 illy 커피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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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전한 핵심은 2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커피를 추출한 커피의 찌꺼기를 다음번 새로운 커피를 추출할 때까지 모카 포트 속에 그대로 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포트가 커피향을 더 머금게 된다고 그는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포트를 오래 사용할수록 그 커피 맛은 더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모카 포트는 매번 그 전보다 더 맛난 커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아버지는 같은 포트를 22년째 사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크림을 사용하지 않고 크림을 넣은 것 같은 부드러운 맛을 내는 방법입니다. 모카 포트에 커피가 20%쯤 추출되었을 때 그 원액을 백설탕 적당량(자신의 기호에 따라 한두 스푼)에 부어 완전히 녹을 때까지 젓고 나머지 80%의 커피를 마저 추출한 다음 믹스하는 것입니다.

물론 에스프레소만의 짙은 커피 맛을 원하시는 분은 설탕을 넣지 않으면 됩니다.

저는 발레리오의 이 원리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모카포트는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그 구조가 단순하여 아무리 사용하여도 고장 날 염려가 없다는 것입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 만 원하는 자동 커피 추출기는 그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전기와 전동모터 등 그 복잡한 구조로 쉬 고장이 나게 마련이지요. 또한 점유하는 공간도 적지 않습니다. 한 제품을 골동이 될 만큼 오래 쓰게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 들어가는 이 발레리오의 방법에는 편리함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지금의 방법과는 다른 미덕이 있습니다.

둘째는 우유나 크림을 상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백설탕은 우유나 크림보다 오래보관이 가능하므로 불쑥 방문하는 방문자들의 기호에도 부응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발레리오가 이 모카 포트를 주면서 자신의 비법을 제게 전수해주기 전에는 늘 핸드드립에 집착했습니다. 저의 방식은 허형만의 '압구정 커피집'에서 배운 방법이었습니다.

허형만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커피회사에서 20여년 가까이 근무하시면서 생두를 선별하고, 로스팅 방법을 실험하고, 로스팅 후 그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실전적 경험을 축척하신 분입니다. 그 분은 압구정에 허형만 커피집을 내고 그곳에서 커피의 추출기술을 전수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허 선생님의 방법 뿐만 아니라 모티프원에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바리스타분들이 찾아오시곤 합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따른 노하우를 한 수씩 제게 전하고 갑니다.

모티프원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 높은 분들이 출입하시곤 합니다. 그리고 그 노하우들을 서로 나누게 됩니다. 올 1월에 방문하셨던 이 분은 전문 바리스타입니다.
 모티프원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 높은 분들이 출입하시곤 합니다. 그리고 그 노하우들을 서로 나누게 됩니다. 올 1월에 방문하셨던 이 분은 전문 바리스타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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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모든 것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그 감사의 마음을 모티프원을 찾는 또 다른 분들에게 전하곤 합니다.

커피는 그 자체가 문화이며 커피가 있는 공간은 또 다른 문화의 생산지입니다.

저는 이 커피가 가진 정신적, 문화적 마력에 대해 모티프원을 즐겨 찾으시는 '공주'님에게 말씀드렸고, 그 분은 새로운 인생의 도전을 큐레이터가 되고자하는 애초의 마음을 바꾸어 커피 유통에 몸을 담았고, 마침내 국내 중소 커피 로스팅회사의 이사님이 되셨으며 지금은 자신의 커피 브랜드를 만들 꿈에 부풀어 계십니다.

그 분은 용기를 준 저에 대한 고마움으로 명동의 한 전망 좋은 호텔로 저를 초대해서 맛난 점심을 사주셨습니다.

공주님의 초청으로 '용의 눈물'의 김재형 감독님과 소엽선생님과 함께했던 명동 한 호텔에서의 점심식사. 김감독님은 시공간에서 연극을 하셨던 옛 추억을 점심식사 만큼이나 맛나게 들려주셨습니다. 김재형 감독님은 식사가 끝나고도 자리를 옮겨 드라마의 각종 비사와 동국대학교의 명예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나는 행복을 얘기하셨습니다.
 공주님의 초청으로 '용의 눈물'의 김재형 감독님과 소엽선생님과 함께했던 명동 한 호텔에서의 점심식사. 김감독님은 시공간에서 연극을 하셨던 옛 추억을 점심식사 만큼이나 맛나게 들려주셨습니다. 김재형 감독님은 식사가 끝나고도 자리를 옮겨 드라마의 각종 비사와 동국대학교의 명예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나는 행복을 얘기하셨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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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순 기자의 기사는 발레리오를 생각나게 했고 발레리오의 커피는 공주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때론 일상이 힘겹기도 하지만 벽돌과 벽돌 사이를 단단히 잊는 매질(媒質)모양 그 틈을 잊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커피향처럼 향기로운 기운을 얻습니다.

발레리오 창작 영감의 원천이었던 모카 포트와 일리커피 그리고 그 커피 추출 노하우를 몽땅 제게 물려주고 간 그 아낌없는 우의에 저는 그가 이탈리아로 떠나는 날 아침, 그의 사진을 찍어 그의 귀국 짐에 저와 대한민국의 정을 보탰습니다.

저는 되 갚을 수 없는 발레리오의 깊은 우의에  이 사진을 찍어 선물했습니다.
 저는 되 갚을 수 없는 발레리오의 깊은 우의에 이 사진을 찍어 선물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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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에스프레소 만들기

내가 반하는 에스프레소 추출법
 내가 반하는 에스프레소 추출법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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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에스프레소, #발레리오, #커피, #모티프원, #커피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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