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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1년여가 지났음에도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 전역에서 쇠고기 리콜 조치가 급격히 증가해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월 이후 미 농림부 산하 식품안전검사국(FSIS, Food Safety and Inspection Service)에 의한 육류제품 리콜 건수는 6월 28일 현재 47건. 이 중 쇠고기 관련 건수만 17건에 달한다.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한 5월 이후부터 대량의 쇠고기 리콜이 발생하고 있다.

 

5월 21일 - 9만5898 파운드(약 43톤)

5월 22일 - 35만 파운드(158.7톤)

5월 29일 - 24만1천 파운드(약 109톤)

6월 2일 - 3만9973 파운드(18톤)

6월 5일 - 7만9312 파운드(약 36톤)

6월 24일 - 4만1280 파운드(18.7톤) 6월 28일-약 380,000파운드(172톤)으로 확대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24일(현지시각)에 18.7톤의 쇠고기를 리콜 조치 받고, 다시 28일 172톤으로 9배 넘게 리콜 대상을 확대해야 했던 회사는 다름 아닌 미 농림부 품질관리평가제도(USDA QSA)의 승인을 받아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줄줄이 리콜... 한국수출 작업장에서도 "대량 리콜"

 

6월 24일, 미 식품안전검사국(FSIS)은 "콜로라도 그릴리 소재의 JBS 스위프트 비프 컴퍼니에서 생산한 18.7톤의 간 쇠고기가 이콜라이 0157:H7에 오염된 것으로 의심되어 자진 리콜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28일, FSIS는 다시 리콜 적용 대상을 같은 회사의 제품 172톤으로 9배 넘게 확대했다. FSIS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합동 조사 결과 미국의 여러 주에서 최소 24건의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로 JBS 스위프트 비프 컴퍼니는 지난 4월 21일 이후 생산된 자사의 모든 쇠고기·쇠고기 제품을 리콜해야 할 상황이 됐다.

 

애초에 간 쇠고기(그라운드 비프)가 문제가 되어 리콜됐으나, 이번 확대 적용으로 스테이크, 로스트용으로 쓰이는 프라이멀(primal, 쇠고기를 부위별로 절단했을 때 제일 처음으로 분류되는 단위)이나 서브프라이멀(sub-primal) 또는 박스 포장된 쇠고기가 모두 포함된다.

 

JBS 스위프트 비프 컴퍼니는 작업장 번호 'EST. 969'로, 작년 7월 9일 USDA QSA 프로그램의 승인을 받아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장은 같은 해 12월 12일 자격 효력이 정지됐다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9일 다시 수출을 할 수 있게 된 곳이다.

 

24일 1차 리콜 조치에서, 미 식품안전검사국은 리콜 대상이 된 JBS 스위프트 비프 컴퍼니의 쇠고기 제품이 올해 4월 21일과 22일에 생산된 것으로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13개 주의 소매업체로 팔려가거나 재포장을 거쳐 다른 유통업계로도 판매됐다고 설명했었다.

 

(*13개주: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플로리다, 일리노이, 미시건,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오리건,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유타 그리고 위스콘신)

 

여기에 28일의 2차 리콜 조치에서는 확대 적용된 수거 대상의 제품이 미국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유통되었다고 미 식품안전검사국은 지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재포장, 재처리, 그리고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작업장 번호 'EST. 969'가 삭제, 생략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유통 단계에서 문제의 쇠고기를 정확하게 선별, 제거하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콜라이 0157:H7은 맹독성 식중독균으로 감염됐을 경우 피가 섞인 설사, 탈수가 일어나며, 심할 경우엔 신장 기능 정지를 불러올 수도 있다. 어린이와 노약자,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이 주로 이콜라이 균에 감염된다. FSIS에서는 이콜라이 감염에 의한 리콜을 'Class I'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경우에 내려지는 단계이다.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작업장에서 이번과 같은 대량 리콜 사태가 벌어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대량 리콜" 한국수출작업장들은 QSA 승인 업체

 

2008년 6~8월에 걸쳐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소재의 네브래스카 비프(Nebraska Beef Ltd.)(작업장 번호 EST. 19336)는 무려 3200여 톤의 쇠고기를 자진 수거해야 했다. 당시 FSIS의 리콜 사유도 이콜라이 감염이었다. FSIS에 따르면, 이 작업장은 2008년 5월 중순부터 "이콜라이 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에 불충분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쇠고기를 갈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브래스카 비프에 대한 8월 리콜은 이곳에서 생산된 쇠고기 제품을 섭취한 10개주 26명과 캐나다인 1명이 이콜라이 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 이후 내려졌다.

 

그러나 네브래스카 비프는 2008년 7월 10일, USDA QSA 프로그램의 승인을 받은 이래 계속 한국으로 쇠고기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도대체 미 농림부 품질관리평가제도(USDA QSA)가 어떤 것이기에 이곳의 승인을 받은 업체임에도 식품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일까.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기 위한 자격 요건(FSIS Notice 46-08)에 따르면, "도축 날짜가 QSA(Quality System Assessment) 프로그램의 승인 날짜와 같거나, 그 이후일 때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은 SOV(Statement of Verification, 품질 증명서)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나와 있다. 그만큼 QSA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와 중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미 추가협상 산물 '한국용' QSA는 무용지물?

 

미 농림부 웹페이지에 따르면, QSA는 "농업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가 일관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보증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QSA 프로그램의 승인 여부(QSVP-Quality Systems Verification Programs: 품질 시스템 인증 프로그램)를 판단하는 곳은 USDA가 아니라 "독립적인 제3의 기구"이다. 또 이 QSVP는 "자발적이고, 사용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프로그램이다.

 

QSA 프로그램 자체에는 30개월 미만의 소만 도축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시 강조해온 'QSA 프로그램'이란 기존의 QSA 프로그램에 한국 소비자들의 요청사항을 덧붙인 '30개월 미만을 검증하는 한국을 위한 QSA 프로그램'(USDA Less than 30 Months(LT30) Age Verification QSA Program for Korea)이다.

 

한국에만 적용되는, 이 '한국용' QSA 프로그램은 엄밀히 말해 'QSA Marketing Programs'의 한 종류로, 이것을 따로 만든 목적은 도축 당시 소의 나이가 30개월 미만이라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미국과 한국 간의 쇠고기/쇠고기 제품에 대한 교역을 원활히 하자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한국용' QSA 프로그램을 만족하려면 무엇을 갖춰야 할까.

 

이 프로그램의 승인을 받아 한국에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작업장의 명단은 "USDA QSA 프로그램의 승인을 받은 한국용 수출 작업장 공식 명단"(2009년 3월 25일 최종업데이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정부, 한국 수출 작업장 '제대로' 살펴보긴 했나

 

ARC 1035A라는 절차를 만족하면 된다. 2008년 6월 25일에 작성된 이 한 페이지 반짜리 문서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통관 서류(FSIS 9060-5 Meat and Poultry Export Certificate of Wholesomeness)에, "USDA Less than 30 Month Age-Verification for the USDA QSA Program for Korea"를 반드시 명시하라."

 

1년 전, 추가협상 당시 한국정부가 주장해온 대로라면 QSA가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한국용' QSA 프로그램은 "서류로 시작해서 서류로 끝나는" 1장 반짜리 문서일 뿐이다.

 

이미 국내에서 여러 차례 지적됐듯이 이 '한국용' QSA 프로그램에는 광우병 쇠고기 예방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없을 뿐더러, 한국 수출을 희망하는 작업장들이 진짜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도축해서 한국으로 수출하는지를 검증하는 방법도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24일 대량 리콜 사태를 낳은 스위프트 비프 컴퍼니와 지난해의 네브래스카 비프가 막대한 피해를 내고도 여전히 QSA 프로그램 승인을 받은 한국용 수출 작업장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한국 검사관을 현지 파견해 작업장을 둘러보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어느 정도로 꼼꼼하고 세밀하게 지켜졌는지 궁금하다. 2008년 7월 9일 당시 한국 수출을 위한 USDA QSA 프로그램의 승인을 받았던 미국 내 작업장 29개는 현재 47개로 대폭 증가한 상태다.

 

아직까지는 '한국용' QSA 프로그램의 승인을 받지 않은 작업장으로부터 나온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은 정식 통관항을 통해서는 한국으로 반입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QSA 프로그램의 승인을 받았다 한들 그것이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안전성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글 | * 참고사이트
http://www.fsis.usda.gov/Fsis_Recalls/Recall_Case_Archive/index.asp
http://www.fsis.usda.gov/fsis_recalls/Open_Federal_Cases/index.asp 
http://www.fsis.usda.gov/News_&_Events/Recall_034_2009_Release/index.asp 
http://www.fsis.usda.gov/OPPDE/rdad/FSISNotices/46-08.pdf 
http://www.ams.usda.gov/AMSv1.0/getfile?dDocName=STELPRDC5070251 
http://www.ams.usda.gov/AMSv1.0/getfile?dDocName=STELPRD3107505 
: http://www.fsis.usda.gov/fsis_recalls/Recall_Case_Archive_2008/index.asp 
http://www.fsis.usda.gov/News_&_Events/Recall_034_2009_Expanded/index.asp 


태그:#미국산 쇠고기, #리콜, #한국수출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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