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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으나 정작 어르신들 은퇴후 일자리는 많이 부족한 현실속에서 한 자치단체가 '노인 일자리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개업한 국수매장이 예상밖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제2, 제3의 실버매장 개업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어 화제다.

 

안양시가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2500만원을 지원하고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안양시노인복지회관(관장 박양숙) 안양시니어클럽이 지난해 11월 3일 동안구 호계동에 오픈한 국수전문점 '잔치하는 날' 1호점이 성공을 거두자, 지난 15일 2호점을 개설했다.

 

'잔치하는 날'뿐 아니라 지난 8일에는 최신 유행의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을 개업하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책임을 맡겼다.

 

 

대박 터진 국수전문점 '잔치하는 날' 2호점 개업 

 

지난 27일 토요일 오후, 안양시 안양8동 구 안양경찰서 사거리에서 성결대학교로 가는 길에 자리한 '잔치하는 날' 2호점을 찾았다. 개업축하 화분이 문 입구 한쪽에 놓여진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자 깔끔한 복장을 차려입은 60대 여성 어르신들이 살갑게 반겨준다.

 

"어서오세요. 주문하시겠습니까. 무엇을 드릴까요."

 

깔끔한 제복에 머리에는 혹여 음식에 머리카락이라도 들어갈까 모자(머리수건)을 쓴 아주머니 한분이 시원한 냉수 한잔을 테이블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으며 음식 주문을 청한다.

 

국수전문점 '잔치하는 날'에서 무엇을 먹을까. 메뉴판을 살펴보니 가장 비싼 메뉴가 해물칼국수와 냉콩국수, 도토리묵국수로 4천원이다. 김치비빔국수와 김치말이국수가 2500원,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는 2천원이며 참숯으로 구운 계란은 3개에 1천원이다.

 

"날도 더운데 시원한 냉콩국수 하나 주세요"

 

음식 주문을 하고 식당안을 살펴보니 주방 안쪽에 두명. 홀에 한명 모두 세명의 어르신들이 바삐 움직인다. 식탁은 6인용이 3개, 4인용이 1개, 1인용 3자리 등 모두 합쳐야 25석 정도의 자그마한 공간이지만 청결한 시설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늦은 오후임에도 계속 이어지는 손님에 주방안의 한 할머니가 대장격인듯 능숙한 솜씨로 국수를 삶고, 다른 할머니는 반찬을 담고 하느라 손길이 분주하고, 홀의 할머니는 음식 주문전산기계가 아직 낯선듯 입력하는 손길이 다소 서툰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국수를 삶는 10여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맛있게 드세요"라고 건네는 정겨운 말 한마디와 함께 테이블에 놓여진 냉콩국수가 깔끔하고 정갈스럽기만 하다. 또 예쁜 도자기 접시에는 김치와 노란색의 단무지는 소박하게 담겨져 늦은 오후 식욕을 당긴다.

 

식사를 마치고 자그마한 디카를 꺼내 벽면에 부착한 메뉴판 등 게시물 등을 담고, 또다른 손님의 국수 만들기에 분주한 주방안을 모습을 조심스럽게 살짝 한컷 찍자 다소 놀라는 듯 하더니 "일하시는 모습 취재 좀 나왔어요" 말을 건네자 금세 환하게 웃어주신다.

 

마침 식당을 살펴보러 왔던 안양시니어클럽 사회복지사 정미선(29) 팀장이 "잔치하는 날은 60세 이상 어르신들에 의해 운영되는 국수전문점으로 지난해 11월에 개업한 1호점이 놀라운 성과를 거둔데 힘입어 지난 15일 이곳에 2호점을 개설했다"고 설명한다.

 

 

어른신들에게 급여 지급... 안정적 일자리 제공

 

잔치하는 날 1호점의 경우 33㎡(약10평)의 작은 매장으로 어르신들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2교대로 일주일에 3.4일 정도, 하루 5시간 정도를 일한다. 이런 매장에서 첫 달부터 월매출 500만원이 쏟아진 것. 이 말을 들으니 "대박이 났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국수 한그릇에 2천원임을 감안하면 매일 100그릇 이상의 국수가 팔려 나간 셈으로 판매 수익금 전액이 어르신들 급여로 지급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1호점 운영의 성공으로 개업한 '잔치하는 날' 2호점 역시 33㎡(약10평) 크기로 안양시가 3400만원의 초기투자비를 지원했다. 이곳에는 1호점 보다 적은 6명이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가장 많이 찾아오던 고객인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지금 근무하시는 세 분 중 송선순 할머니는 연세가 66세이고 황분순, 최명자 할머니는 62세로 1호점과 2호점에서 일하는 어르신들 가장 연세가 많은 분이 77세이고, 평균 65세로 일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신다"고 말했다.

 

잔치하는 날 1호점에서의 경험을 2호점에서 전수하고 있는 송선순(62) 할머니는 "점심 시간에 우리가 만든 국수를 먹으려고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교육받은 60-70대 어르신들 커피점도 운영

 

 

안양시와 안양시니어클럽의 노인 일자리 만들기 사업은 국수가게에 그치지 않고 있다. 초기 투자비 5300만원을 지원해 최신 유행인 '테이크 아웃 커피점'을 지난 8일 안양시 동안구 호계2동에 개업하고 60-70대 어르신들에게 직접 운영을 맡겼기 때문이다.

 

면적 27㎡(약8평)의 커피전문점 '커플데이'는 바리스타 양성교육을 받은 퇴직교사, 회사원, 자영업 출신의 만 60세에서 70대 중반의 노인들로 구성된 18명의 직원들이 향긋한 커피와 부드러운 와플을 제조.판매하며 하루 3인1조 3교대로 4시간 정도를 근무한다.

 

어르신들은 개점에 앞서 4주간 전문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또 손님접대 서비스와 메이크업 교육도 이수했으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펼쳐 합격점을 받았다.

 

안양시니어클럽 유성현 사회복지사는 "작은 커피전문점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친절함과 친근함에 인근 사무실과 호계도서관 이용 시민들이 자주 애용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일을 통해 넓어진 대인관계뿐 아니라 사회참여 보람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안양시니어클럽은 고령화시대를 맞아 어르신들이 일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서 노동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소규모 창업을 지원하거나 업체로의 취업을 연결하는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국수전문점 '잔치하는 날', 커피전문점 '커플데이'뿐만 아니라 지하철.아파트 택배사업 등 시장형 사업과 백년가약주례사, 방문요약보호사, 파워맨사업, 조차관리원파견 등 인력파견사업 등을 펼치면서 인생 후반부 사회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국수전문점 잔치하는 날 1호점
안양시 동안구 호계도서관 입구(031-455-9004)
운영시간: 월-토 09:30~21:30

국수전문점 잔치하는 날 2호점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성결대학교 입구(031-441-9007)
운영시간: 월-금 09:30~21:30/ 토 09:30~15:00(방학중)

커피전문점 커플데이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호계도서관 입구(031-472-9002)
운영시간: 월-토 07:30~21:00

안양시노인복지회관 안양시니어클럽
어르신 취업상담(031-455-0558/ 0551)


태그:#안양, #노인일자리, #고령화, #잔치하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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