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기 아이누리 서울랜드 체험여행
 경기 아이누리 서울랜드 체험여행
ⓒ 김진석

관련사진보기


"베트남 엄마를 두었지만 당신처럼 이 아이는 한국인입니다.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고, 세종대왕을 존경하고, 독도를 우리 땅이라 생각합니다. 축구를 보면서 대한민국을 외칩니다. 스무 살이 넘으면 군대에 갈 것이고,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할 것입니다. 당신처럼."

모 금융그룹의 캠페인 광고입니다. 볼 때마다 왠지 마음이 '짠'해지던 광고였습니다. 특히 "스무 살이 넘으면 당신처럼 군대에 갈 것"이란 대목에서는 '다문화가정'이란 말에 담겨 있는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물론 그때뿐이긴 했습니다만, '남의 이야기'였습니다만.

"당신의 나뭇잎 하나로 아이들이 즐거워집니다"

그러다 얼마 전, 비록 잠깐이지만 '나의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여행캠페인, '우리 아이들에게 신나는 여행을'이란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경기 아이누리(http://www.inoori.or.kr)' 체험여행을 취재할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경기도, 경기관광공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요. 전국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경기도로 초청해서, 1박 2일 동안 체험여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경기 아이누리, "경기도를 아이들이 신나게 누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캠페인 진행방식이 독특합니다. '사랑의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클릭을 해줘야 아이들이 여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클릭 1건당 사랑의 잎사귀 1개가 생성되고, 10개 잎사귀가 모이면 다문화가정 어린이 1명의 여행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이와 같은 '응원'이 후원이나 협찬의 근거가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나의 이야기'로 다가온 것은 지난 달 21일이었습니다. 경기 아이누리의 여섯 번째 여행이었고, 첫날 여행지는 서울랜드였습니다. 왜 그 때 이야기를 이제야 하느냐.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때 기사를 쓰지 못했거든요.

지난 달 21일 서울랜드에서 진행된 경기아이누리 체험여행
 지난 달 21일 서울랜드에서 진행된 경기아이누리 체험여행
ⓒ 김진석

관련사진보기


부실한 취재수첩, 기사도 쓰지 못했지만

핑계를 대자면 이렇습니다. 일단, 취재 여건이 열악했습니다. 하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게다가 놀이기구를 따라 이곳저곳 이동해야 하다 보니, 엄마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아직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은 분도 있어 소통도 생각만큼 원활하지 않더군요.

허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참 신나게 놀더군요. 이정현 경기아이누리 캠페인본부 본부장 말처럼, "비가 온 덕분에 한가로워"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원하는 놀이기구를 실컷 탈 수 있었습니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제3자가 보기에도 이럴 정도니, 엄마들이야 오죽했겠습니까.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더군요. 원래 엄마 마음이 그런 것이겠습니다만, 아이들이 마냥 행복해 하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다는 것이 참 마음에 걸렸습니다. 도저히 그들 사이에 끼어 들 자신이 생기지 않더군요. 그러니 그저 주변만 얼쩡거리다 온 셈입니다. 당연히 취재수첩에 적힌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구요. 서울랜드에서 놀다 온 과정을, 이렇게 늦게나마 고백합니다.

꿈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어린이들
 꿈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어린이들
ⓒ 김진석

관련사진보기


종이비행기에 적혀 있는 소원 "사랑해요"

이제는 '자진납세'하는 이유를 말씀드릴 차례네요. 그 날 작지만 의미 있는 이벤트가 있었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소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도록 한 것이죠.

적어도 종이비행기에서 '다문화가정'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1년 동안 친구들과 즐겁게 살고 싶다"는 꿈에서는 잠시 물음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비행사란 꿈에서는 섣부른 해석을 작동하려고 했습니다. 허나 모두 종이비행기 주인공이 다문화가정 어린이란 걸 알고 있는데서 비롯된 선입견일 수 있겠지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화가를 꿈꾸는 어린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소원을 하나씩 옮기다가, 잠시 하던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해요"라고 적혀 있는 종이비행기였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뻤습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든 지켜줘야 하는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그 마음을 꼭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그들의 꿈을 전합니다. 군인, 도둑을 없애는 경찰, 세계를 누비는 외교관,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소중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꿈꾸고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처럼 말입니다.


경기 아이누리 6차 체험여행 B팀 어린이들의 '꿈'

강균헌  공부도 잘하고 글씨도 예쁘게 쓰겠어요
강다현  나는 화가가 되고 싶다.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김만수  부자가 되고 싶어요
김시정  달리기 1등 선수가 되고 싶어요
김시효  마사지사가 되겠다
김예름  미용사
김희수  비행기 조종사
배경진  경찰관 되고 싶어요
배윤미  엄마
배윤선  선생님
백   린  화가
석   준  한의사가 꼭 되게 해주세요
손관우  나는 1년 동안 친구들과 즐겁게 살고 싶다
신효선  군인
양성주  미술선생님
옹미령  비행사
유경수  화가
유은미  선생님
윤두관  선생님
윤수란  사랑해요
윤형서  파일럿
이보람  댄스가수, 모델, 발레리나
이승찬  과학자
이예슬  선생님
이예은  온 세계를 누비는 외교관이 되고 싶어요
이준광  나의 꿈 피아니스트
이준호  군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지혜  도둑을 없애는 경찰이 되겠습니다
임경지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전채영  화가가 되고 싶어요
정미연  간호사
정보희  목사가 되고 싶어요
최예림  선생님이 꼭 되게 해주세요


태그:#다문화, #다문화가정, #아이누리, #경기도, #서울랜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