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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백색테러가 있다!"
"대한문 분향소 파괴는 백색테러다!"

위의 '대한문 분향소 백색테러'는 지난 24일 새벽 5시 30분경 국민행동본부 소속의 애국기동단(이하 애국기동단)과 고엽제전우회 회원 각각 20명과 30명이 대한문 앞에 있는 고 노무현 시민분향소를 4분만에 강제 철거한 사건을 두고 민주당이 발표한 성명서의 제목이다.

이날 극우익단체들의 테러를 목격하던 경찰은 손 놓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매일 분향소 주변에서 경계경비를 서고 있던 경찰들은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애써 묵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또한 이날 오후 서울시 중구청 직원들이 용역을 고용해 부서진 천막과 국화까지 철거해 버렸다. '사전 각본에 짜여진 의도된 공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유사한 사건이 이미 벌어졌다. 지난해 7월 1일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사무총장과 회원들이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를 난입하여 진중권 중앙대 겸임 교수를 비롯한 당직자를 폭행하고 당사 현판을 훼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에 가해진 '백색테러'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북핵 도발ㆍDJ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이날 새벽 덕수궁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에서 뺏어온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북핵 도발ㆍDJ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이날 새벽 덕수궁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에서 뺏어온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다.
ⓒ 사진제공 레디앙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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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에서 벌어지는 '백색테러'는 좌우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해방공간에서도 발생했다. '백색테러'란 말은 64년 전인 1945년 12월 10일 중도 우파 국민당위원장 안재홍이 기자회견에서 이승만 등이 주도하고 있는 극우익청년·학생들의 테러행위를 두고 한 말이다. 단독정부수립 직전인 서울에서 극우익단체들은 소련을 지지하거나 미국을 반대하는 모든 단체들에 대해 '묻지마 테러'를 자행했다.

해방공간에서 처음으로 테러를 당한 사람은 중도좌파의 여운형이다. 그는 1945년 8월부터 괴한들에게 수차에 걸쳐 테러를 당했다. 반탁·찬탁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던 1946년 1월 18일 반탁성토대회를 마치고 나온 반탁학생총연맹 학생 600여 명은 인민당, 청총, 조선인민보사 등을 습격했다. 이날 체포된 이철승을 비롯한 49명 중 3명만 재판에 회부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국민행동본부에서 추앙하고 있는 청년 이철승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여러 차례 좌익이나 우익에 대한 테러로 체포되었으나 장택상에 의해 바로 석방됐다.

현재 애국기동단을 비롯한 우익단체의 테러행위에서 해방공간 우익단체들의 행동이 그대로 오버랩되고 있다. 민병돈 국민행동본부 고문(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의 "폭도를 말로 진압하나?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그 교훈이 해방 정국에서 좌익 진압과 건국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렇게 해서 건국한 것이다"(지난 3월 25일 애국기동단 결성식에서)라는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해방 직후 단독정부가 수립되기 직전 극우익청년단체와 좌익단체간의 테러는 '파시스트'와 같은 폭력행위라고 규정되었다. 그 테러행위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극우익단체들에 의해 64년만에 다시 저질러지고 있다.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 고엽제전우회 같은 극우익단체는 이승만의 휘하에 있던 '서북청년회'와 흡사한 테러주의자들이자 '파시스트'와 다르지 않다.

애국기동단은 결성 3개월만에 '反 헌법적 좌익폭도들과 싸우기' 위해 '정당방위적 자위권을 행사'("종북반역세력 제거에 목숨을 바치겠다", 민중의 소리, 2009. 3. 25)하겠다고 했다. 우익단체들에게 '애국인사'로 불리고 있는 조갑제는 애국기동단 결성식에서 '민노당 (민노총), 전교조, MBC 등 3대 좌익 단체'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있다.

결국 애국기동단은 '3대 좌익단체'와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까지 몰려가 '깡패집단'처럼 행동하고 있다. 오늘 26일에도 이 단체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 앞에서 공무원 노조 시국선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앞으로 이 단체가 '좌익깽판'으로 지목한 모든 단체와 시민들에게 어떤 행동을 자행할지 우려되고 있다.  그럼 애국기동단과 같은 여러 우익단체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해방공간에서 일어난 사건과 비교해 보도록 하자.

테러단체에 재정지원하는 MB정권

 여운형은 해방공간에서 처음으로 우익청년에게 테러를 당했다. 그는 우익청년에 의해 총격을 받아 사망하고 말았다. 사진은 <동아일보> 1947년 7월 25일자.
 여운형은 해방공간에서 처음으로 우익청년에게 테러를 당했다. 그는 우익청년에 의해 총격을 받아 사망하고 말았다. 사진은 <동아일보> 1947년 7월 25일자.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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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에서 테러에 적극 가담한 우익청년·학생들을 지원한 사람들은 이승만 같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미군정과 군정청의 하수인으로 활약하던 장택상 수도경찰청장 등이었다. 

반탁학생연맹의 후신인 전국학생총연맹을 아끼고 사랑했던 이승만은 좌익단체의 테러를 지원하면서, 각종 우익 청년·학생단체를 지원했다. 청년·학생단체의 테러로 인하여 구속되면 장택상 수도경찰청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석방시켜 주기도 했다.

또한 우익단체의 자금은 '인촌 김성수의 주머니가 바로 이철승의 주머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성수를 비롯한 이승만, 박흥식, 장덕수, 김활란 등 일제강점기 친일·친미 매국노들로부터 나왔다.

강력한 지원자는 미군정이었다. 친일경찰은 미군정의 첨단 무장력으로 좌익을 때려잡기에 선봉장으로 나섰다. 사상검사로 잘 알려진 오제도나 선우종원 등도 테러에 직접 참여한 청년·학생들을 비호하였고 미군정청의 구호물자와 배급품을 지원받았다.

일례로, 1946년 1월 19일 장택상 경기도 경찰부장이 이끄는 경찰 3백여 명은 학병동맹본부를 총기를 난사하며 습격하고, 러치 군정장관은 장택상에게 학병동맹원들을 미군 지원없이 체포한 데 대해 감사장을 수여하고 경찰을 절대 신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럼 64년이 지난 지금 '백색테러'를 지원하고 있는 사람과 자금은 어디서 나오고 있을까. 이번 '백색테러'를 자행한 국민행동본부는 행정안전부로부터 '헌법 수호 및 선진 시민정신 함양운동'을 명목으로 31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또 국민행동본부 대표인 서정갑 예비역 대령이 참여하고 있는 '예비역 대령 연합회'도 '국가 안보전략 연구, 세미나, 교육 및 국정과제 실천운동'으로 3000만 원을 받았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법질서 수호운동' 등 2개 사업으로 보조금 1억900만 원을 타냈다.

또한 대한문 앞의 '백색테러' 당시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경찰들은 애국기동단 등의 테러를 묵인·방조했다. 경찰은 '테러분자'들을 한 명도 특정하지 못했고, 시민상주들을 상대로 한 피해자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과 청년위원장, 고엽제 전우회 송파지회장 등 3명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들은 '표창장을 받아야 한다'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파시스트' 폭력을 조장하는 MB정권

 25일 오전 보수성향의 단체인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군복을 입고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6.25전쟁 59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는 가운데, 서울광장 건너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표현의 자유를 위한 문화행동 <굿나잇 앤 굿럭>'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5일 오전 보수성향의 단체인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군복을 입고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6.25전쟁 59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는 가운데, 서울광장 건너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표현의 자유를 위한 문화행동 <굿나잇 앤 굿럭>'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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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의 회원 한 분은 "극우익단체들이 저렇게 활개치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언제 테러를 당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러한 '백색테러'까지 난무하는 현재 대한민국은 틀림없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 정권도 한 몫하고 있다.

현 정권은 시민단체의 집회나 기자회견까지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여 방해하고 있으나, 국민행동본부를 비롯한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특수임무수행자회'(HID) 등은 불법·폭력 단체에서 제외했다.

경찰은 진보 성향 단체가 서울 도심에서 개최하겠다는 집회를 모두 불허하고, 24일 오후 국민행동본부가 서울역 앞 광장에서 개최한 '북핵도발, DJ규탄 총궐기대회'는 묵인하는 등 이분법적인 법적용과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단체, 촛불집회에 참여한 단체 등을 모두 '좌익깽판' 단체로 지목하여 애국기동단 등이 나서서 '척결'하겠다고 하니, 64년 전의 해방공간과 무엇이 다른가.
또한 현 이명박 정권은 극우익단체들에게 예산까지 지원해 가면서 그 운동을 격려(?)하고 있으니, 과연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있는 '민주정부'인지,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정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에 관한 권리가 테러 단체에는 자유롭게 적용되고, '눈에 가시 같은' 단체에는 엄격 혹은 무법적으로 제한되는 세상에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최민수가 주연한 <테러리스트>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 하나가 생각난다. 아마 지금과 같은 세상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다.

'법보다는 주먹이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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