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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들의 집회를 보면 어느 집회에서나 군복을 차려입은 노인들을 보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군 출신이기 때문에 이들이 집회에 군복을 입고 등장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정체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들 보수단체들은 수많은 작은 단체들이 모여 있는데 군 출신 단체도 서정갑 같은 군 장교 출신들이 한 축이고, 다른 한 축은 베트남전 등 참전군인 및 피해군인들이다.

이들은 생애 대부분을 한반도의 냉전시대를 이끌었던 사람들이거나 혹은 그 시대의 피해자들이다. 이들이 툭하면 던지는 말처럼 '6·25를 겪어' 본, 즉 전쟁과 냉전의 피해자 세대들이기에 그들의 사상적 편협함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곡해는 사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자들이 이땅에 내놓은 생채기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단체와는 좀 성격이 다른 보수단체가 나타났다. 24일 덕수궁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피습에 고엽제전우회와 함께 동원되었다는 애국기동단이란 단체다. 피습현장의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국방색 군복을 입은 자들이 고엽제전우회고, 검은색의 용역복장 같은 옷을 입은 자들이 바로 애국기동단이다.

노무현 빈소를 피습중인 애국기동단 지난 24일 노무현 빈소를 피습하고 있는 검은 복장의 애국기동단
▲ 노무현 빈소를 피습중인 애국기동단 지난 24일 노무현 빈소를 피습하고 있는 검은 복장의 애국기동단
ⓒ 유튜브동영상 캡쳐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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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기동단은 국민행동본부의 별동부대로 올해 3월 발족했다. 홈페이지에 있는 출범식 동영상을 보면, 이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좌익폭도들과 싸우기를 맹세한다'며 '자위력 행사를 선언'하고, 좌파(종북반역세력)를 제거'할 것을 천명했다. 즉 자신의 이념에 반하는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하여 자위력으로 무장하고 사실상 무력을 행사할 것을 천명한 것이다.

이들은 부대 체계를 갖추며, 가스총 등으로 무장한다. 즉 '테러 집단'인 것이다. 그리고 이 테러 부대의 역할은  "(좌익세력을) 한마디로 박살내는 그런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해야겠습니다"라고 출범식에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이 정의했다.

문제는 이 단체가 법과 질서를 해치는 세력과 (물리력으로) 싸우겠다면서, 정작 자신들이 법과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개인과 단체도 공권력을 대신할 수 없다. 공권력을 자신들이 대신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 단체는 스스로 정권을 자임하는 무정부 반정부단체가 된다. 게다가 무력행사를 공언하고 이를 위한 준군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에 가깝다.

 24일 오후 여의도 MBC 본사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진입을 시도하던 고엽제전우회 회원이 가스총을 꺼내 'MBC를 향해 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동영상 화면)
 24일 오후 여의도 MBC 본사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진입을 시도하던 고엽제전우회 회원이 가스총을 꺼내 'MBC를 향해 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동영상 화면)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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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탓에 이들과 비슷한 단체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국전쟁 전후로 서북청년단 같은 단체가 이승만 정권의 비호 아래 국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준군사조직이 되었고, 이른바 정치 깡패들이 권력자들의 비호아래 폭력을 휘둘렀다. 이런 청부 깡패들은 스스로를 돈받고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 쓰레기라고 불렀을까? 그렇지 않다. 문장의 길이나 어휘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아마도 이 애국기동단이란 단체가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명분으로 자신을 포장했을 것이다. 이는 외국의 어느 테러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단체들이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는가다. 오랜 독재를 끝내고 직접민주주의제도가 정착된 이후로 이런 류의 준군사조직은 와해되었다. '민주주의에 반하기 때문' 즉 민주주의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런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도 이런 단체가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라는 것, 이런 시대착오적 조직과 대통령이 하는 주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혹자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독재'라고 표현하는 한 징표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 불법적 폭력을 휘두른, 즉 보수정권의 법률가이드라인마저 넘어버린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입만 열면 이야기하는 탈이념 중도정치의 증표가 될 것이다. 

애국기동단, 지난 3월 자위력 행사 등을 표방하며 창립
애국기동단은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 직설의 단체로 지난 3월 출범했다. 이 출범식에는 이영애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이상훈 전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고, 조갑제가 특강을 했다.

애국기동단 출범식 군복을 차려입은 애국기동단의 출범식
▲ 애국기동단 출범식 군복을 차려입은 애국기동단의 출범식
ⓒ 국민행동본부 동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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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기동단 출범선언문 전문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가치인 진실 정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친다

우리는 좌익들의 테러로 도처에서 법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을 개탄하며 여기에 모였다.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는 탄식은 많지만 행동하는 용기가 보이지 않는다. 나라는 착한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악당을 응징하지 못할 때 망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에 담긴 국가정체성과 자유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자유통일과 일류국가 건설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몸을 던져 반헌법적 좌익폭도들과 싸우기를 맹세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약한다.

하나.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가치인 진실정의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친다.

하나. 우리는 공권력에 도전하여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공공의 적들과 싸워 한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한다.

하나. 우리는 애국인사들에 대한 좌익들의 잇단 패륜적 테러를 우려하며, 이에 대하여는 정당방위적 자위력 행사를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북한 노동당 정권의 평화적해체에 의한 자유통일이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임을 확인하면서 연방제 적화통일을 주장하는 종북반역세력을 공동체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제거하는 일에 목숨을 바칠것을 맹세한다.

하나. 우리는 법과 예절을 지키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교향있는 모범시민이 되어 젊은 세대가 건전한 국민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한다.

하나.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한다.

하나. 우리는 떳떳한 사람만이 용감할 수 있다고 믿기에 국가지도층의 자정노력과 솔선수범을 촉구한다.

2009년 3월

* 출범 동영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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