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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4철거구역 남일당 빌딩
그 앞에 서면 이 나라가 보인다
이상도 하지
그곳은, 삶의 비루함이 꼬질꼬질하게 흐느적대는 곳
숭고한 국가지대사를 논하기엔 너절하기 짝이 없는 옹색한 공간인데도
그 흉측한 거리에 서면, 이 나라가 보인다
이 나라는,

ⓒ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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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겠다고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을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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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맣게 탄 시신을 국과수로 빼돌려, 가족 동의도 없이 난도질 부검을 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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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죽은 이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라 명명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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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진압을 총지휘해 놓고도 "무전기 꺼놨다"고 발뺌하는 경찰총수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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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진압에 항의하는 이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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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깡패들이 마음껏 폭력을 휘두르도록 망을 봐주는 경찰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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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애워싸고, 툭하면 두들겨 패는 나라,
다섯 달이 넘도록 사과 한마디는커녕 장례협의조차 하지 않는 나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사기록만 공개하고, 불리한 3천쪽의 수사기록을 몰래 감추는 검찰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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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러 온 성직자들의 팔을 꺾고 아스팔트에 내동댕이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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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영정을 들고 흐느끼는 여인에게서 영정을 빼앗아 부숴버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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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의무경찰이라는 이름으로 양심의 고통을 강요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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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소망이라곤 오로지 소망교회에만 있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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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인가, 이 나라는
"사람 여섯이 불에 타 죽었다"고 울부짖어도 모른 채 외면하는 민주시민의 나라,
덕수궁 분향소에서 5시간을 기다려 조문하고 흐느낄 줄은 알아도,
겨우 15분 거리, 1분을 기다릴 필요도 없는 용산 분향소로는 발길 돌릴 줄 모르는 이중감정의 나라
그렇게 불에 탄 시신이 다섯 달째 냉동고에 처박혀 있어도, 눈만 꿈뻑꿈뻑대는 메마른 양심의 나라
쥐를 욕하면서도 그 자신 '반인반쥐'가 되어가는 줄 모르는 착각의 나라

이런 나라도 나라인가
이런 나라가 우리의 아이들이 숨쉬고 사랑하며, 미래를 꿈꿔야 하는 나라인가

이것이 지난 다섯 달, 내가 용산에서 목격한 이 나라의 모습이었다
이것이 지난 다섯 달, 내가 용산에서 목격한 이 나라의 실체였다
이것이 지난 다섯 달, 내가 용산에서 목격한 이 나라의 브랜드였다
이것이 지난 다섯 달, 내가 용산에서 목격한 이 나라의 녹색성장 사업이었다
이것이 지난 다섯 달, 내가 용산에서 목격한 이 나라 민중의 지팡이들이었다
이것이 지난 다섯 달, 내가 용산에서 목격한 이 나라 민주시민의 가면이었다

한심하고 비열한 나라
치졸한데다가 잔인하기까지 한 나라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는 나라
사람이 쥐를 다스리지 못하고, 쥐가 사람을 통치하는 나라

ⓒ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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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히.틀.러.만.이.사.람.을.산.채.로.태.워.죽.이.는.것.은.아.니.다.

덧붙이는 글 | 1. 21일 일요일에도 용산에서는 믿을 수 없는 풍경이 벌어졌다. 고단한 이들의 편에 서고자 했던 천주교 신부들의 옷이 찢기고, 칠순의 문정현 신부는 젊은 경찰들에게 제압당했다. 팔순 철거민 할머니의 눈에는 피멍이 들었다. 이것이 사람의 나라인가. 아래에 링크하는 영상은 우리 모두 두 눈을 뜨고 바라봐야만 하는 이 나라의 현주소다.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6&id=295

2. 저작자의 사적재산권만을 옹호하려는 무차별적이고 배타적인 저작권 강화 움직임에 반대한다. 저작물은 누군가의 창작물인 동시에 그 사회의 창작물이다. 특히 용산참사와 같은, 사회적 연대와 공유가 절실한 문제를 다룬 저작물들은 더 많이 복제되어야 하고, 더 널리 전파되어야 마땅하다. 용산참사의 해결을 바라는 많은 문화인들은 용산에 관한 자신의 저작물이 저인망식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기를 원치 않는다.



태그:#용산, #살인진압, #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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