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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호(유준상). 안산에서 '한국태권도'을 운영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이다. 안산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동네 방범대에 참여해 순찰을 돌던 인호는 한 이주노동자의 노점을 불법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철거한다.
동네 유지들과 사람들을 초청해 시범대회를 여는 인호.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치고 이제 고생이 끝나나했는데 갑자기 대련 신청을 받는다. 대련을 청한 이는 전에 인호가 속한 방범대에게 수모를 당한 바로 그 노동자 '로니'(마붑 알엄). 폼을 잡는 인호에게 로니는 태권도에는 없는 변칙 기술, '주먹'으로 인호를 가격한다. 인호는 쓰러지고 '한국태권도'의 운영은 점점 위태로와진다.
▲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사범 인호(유준상) ⓒ 영화사 진진
자신을 망신시킨 로니를 찾기로 한 인호는 그날 태권도장에서 로니와 함께 있었던 로니의 친구 뚜힌(로빈 쉬엑)을 만난다. 뚜힌은 로니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면서 인호를 은근히 약올린다.
자신의 노점을 인호에게 맡긴 채 인형뽑기 놀이에 골몰하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태평스럽게 흥얼거리며 눈치없이 '삼겹살에 소주'를 청하는 뚜힌이 인호는 못마땅하지만 어쩔 것인가. 그가 아니면 로니를 찾을 방법이 없는데.
한국인과 이주노동자의 위치를 절묘히 뒤집다
심상국 감독의 <로니를 찾아서>를 봤을 때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통쾌함'이었다. 한국의 전통 무예인 태권도가 한국에서 멸시받는 이주노동자의 주먹 한 방에 무너지고, 로니를 찾아야하기에 지겹도록 자신을 쫓아다니며 반말을 내뱉는 뚜힌을 떼놓지 못하는 한국인 인호의 모습에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이주노동자의 '작은 승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호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시범대회를 통해 태권도장을 살리려했지만 막판에 로니의 일격에 당하면서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렇게 복수를 위해 시작한 '로니 찾기'는 뚜힌을 거치면서 복수가 아닌 '친구 찾기'로 변하기 시작한다.
▲ 로니를 찾아준다며 인호를 쫓아다니는 뚜힌(로빈 쉬엑) ⓒ 영화사 진진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에 매료되어 한국에서 돈을 벌기로 한 뚜힌은 여느 이주노동자처럼 차별에 시달리고 심지어 동료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멸시를 당한다. 이런 그에게 인호는 마음껏 자기 뜻대로 다룰 수 있는, 그렇기에 잘하면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띠동갑? 어쨌든 동갑이잖아?"
멀리서 봤을 때는 미개하고, 가난하고, 두렵다고 생각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 하지만 뚜힌을 만나면서, 타인을 가까이서 보면서 인호는 그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미래를 향한 꿈이 있고 한국의 생활을 나름대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 또한 노동자들과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인호와 뚜힌이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띠동갑' 이야기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같은 범띠이지만 둘은 12살 차이가 나고 나이는 물론 인호가 더 많다. 그럼에도 뚜힌은 "어쨌든 동갑아냐?"라며 끝까지 반말로 나온다. 이제 두 사람의 벽이 깨지기 시작했고 이제 로니는 복수의 대상이 아닌, '또 하나의 친구'가 된 것이다.
▲ 띠동갑인 인호와 뚜힌은 조금씩 친구가 되어간다. ⓒ 영화사 진진
그래서 인호는 뚜힌을 괴롭히는 이주노동자 패거리들을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하지만 패거리의 우두머리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사무소 직원을 피해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다친 뚜힌을 보게 된다. 뚜힌을 안고 병원으로 향하는 순간 인호는 자신의 무모한 짓을 후회하면서 뚜힌을 비로소 친구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로니를 찾던 인호, 친구를 찾다
<로니를 찾아서>는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유쾌한 유머로 풀어간다. 이 영화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체념이 없다. 대신 차별받는 곳이지만 그래도 정을 붙이고 살아가려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로니와 뚜힌을 내세워 감독은 이주노동자를 무시하는 한국의 위선을 고발한다.
동시에 감독은 꿈을 잃은 상태에서 로니를 찾으려하는 인호를 통해 한국인이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나 사실은 똑같은 처지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그들보다 잘 산다는 알량한 자존심과 막연한 선입견이 차별을 부르고 있지만 결국은 모두 꿈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인호는 마침내 방글라데시에 와서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다. 인호의 미소를 정면에서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이 로니던 뚜힌이던, 아니면 제3의 인물이던 상관없다. 적어도 둘 사이에는 차별도 없고 적대감도 없다. 서로 비슷한, 만나면 행복한, 나이를 잊은 친구일 뿐이다.
▲ 방글라데시로 온 인호. 로니를 만났을까? ⓒ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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