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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미탕 한 그릇 합시다."

"일 하느라 나 점심도 안 먹었는데 얼른 오씨오."

 

난데없는 쎄미탕 타령을 하며 약속장소를 말하고선 전화를 끊는다. 허나 쎄미탕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두 번이나 쎄미탕 취재를 하려다 쎄미가 없어서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쎄미는 귀한 고기다.

 

 

 

식당에서 만난 일행들에게 대충 인사를 건네고 주인장에게 쎄미 안부부터 물었다.

 

"요즘 쎄미 잘 나옵니까?"

"어쩌다가 나옵니다."

 

"쎄미는 어느 계절에 제일 맛있습니까?"

"지금이 쎄미 알밸 때니까 제철이에요."

 

"아무 때나 찾아오면 먹을 수 있나요?"

"쎄미가 귀해가지고 힘들다니까요. 생선 중매인에게 특별히 부탁을 하는데도 구입하기가 어려워요."

 

 

여수에서 쎄미라 불리우는 생선의 원래 이름은 쑤기미다. 귀한만큼 맛도 값도 유별나다. 대부분 쎄미탕 한 그릇에 1만원을 받지만 이집(환희)은 아직까지 8천원을 고집한다. 주인장의 말에 의하면 옛날에 쎄미는 일본인들이 좋아해 전량을 일본에 수출해 국내에서는 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쑤기미에 대해 '손치어, 석어(쏘는 물고기)는 '등지느러미에 강한 독이 있고 성이 나면 고슴도치처럼 되어 적이 가까이 가면 찌른다. 이것에 찔리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손질해놓은 쎄미의 등줄기가 시원스레 벗겨진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그 이유인즉슨 쎄미의 등지느러미에 독이 있어서 다 제거했다고 한다.

 

"쎄미 가시에 찔리면 병원에 가야돼요. 독이 있어 정말 아파요."

 

황금빛을 띤 노란 쎄미도 있다. 쎄미는 맛에 비해 생긴 것은 정말 볼품이 없다. 범을 닮았다 해서 범치라 불리기도 한다. 괴상한 몰골이 물메기나 아귀, 삼식이 사촌쯤 되어 보인다.

 

"속이 다 시원하네요. 정말 맛있어요."

"생선 그 자체가 시원해요."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요?"

"집에서 만든 육수에 소금간해서 지리탕으로 끓였어요. 원래 쎄미 맛이 특별해요."

 

 

그 녀석 생긴 것 하고는 전혀 다르다. 국물 맛이 이름처럼 쎄하다. 살코기는 쫄깃하고 알은 고소하다. 취향에 따라 송송 썬 청양고추를 넣으면 국물이 얼큰해진다. 밑반찬은 아삭아삭한 죽순나물과 감칠맛이 담긴 꼴뚜기젓이 먹을 만하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쎄미탕은 쎄미를 토막내어 개운하게 끓여낸 지리탕과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게 한 매운탕 두 종류가 있다. 주인장은 매콤한 매운탕이 더 나을 거라고 말했으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우린 그냥 지리탕으로 통일했다.

 

시원하게 끓여 내온 쎄미 지리탕이 정말 좋다. 별미음식으로 권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쎄미탕, #쑤기미, #지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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