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북한의 차기 후계자 지명 문제를 놓고 과도한 취재경쟁을 벌이던 일본 TV매스컴이 6월 10일 <TV아사히>의 오보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TV아사히>는 10일 "북한 김정일 총서기 후계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3남 김정운의 사진 단독 입수"라고 보도했지만 <세계닷컴>등 국내 언론사가 사진 속 인물은 국내에 거주하는 평범한 한국인이라고 보도해 오보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 뉴스가 <TV아사히>의 "슈퍼J채널" 등의 전파를 탄 후, 직접 방송국 홍보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았다. 홍보부 관계자는 "그런 지적이 있어 지금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어떤 형태로든 공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의 < TV아사히 >가 1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꼽히는 김정운이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사진 속 인물은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의 한 카페지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TV아사히 화면 캡쳐 사진.
 일본의 < TV아사히 >가 1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꼽히는 김정운이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사진 속 인물은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의 한 카페지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TV아사히 화면 캡쳐 사진.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후 <TV아사히>의 간판 뉴스프로그램 "보도스테이션"의 후루타치 이치로 아나운서는 "<TV아사히>는 낮시간대의 뉴스방송에서 북조선(북한)의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3남 김정운씨의 사진을 단독입수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오보"임을 인정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자사의 간판 프로그램 도입부분에 이 정도 유감을 표했다는 것은 사실상 오보라는 말과 다름없다.

실제로 사내 분위기는 엉망이다. <TV아사히> 보도국에서 뉴스담당 기자를 맡고 있는 중견기자 E씨 역시 필자의 전화취재에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이번 오보사건은) 너무너무 부끄럽다"면서 "겉으로는 유감표시에 그쳤지만 사내에서는 누구나 '오보'라고 보고 있다"고 침통해 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L씨 역시 오보임을 전제로 "너무 큰 건이다 보니 (윗선의) 정보 독점이 생겨나 제대로 크로스 오버(교차 확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사전 확인 과정이 아쉽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세계적 특종이 반나절만에 확정적인 "오보"로 둔갑해 버린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이대로 끝나나 했던 것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향신문> 등 한국의 언론사들이 "日 방송사, '北 김정운 사진, 한국 당국이 제공'"이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낸 것이다. <경향>은 이 기사에서 "TV아사히는 (김정운의 사진을) 한국 당국의 관계자로부터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TV아사히 "한국당국 관계자로부터 김정운 사진 입수"

10일 필자의 전화취재 때 <TV아사히>는 "취재 프로세스나 유입경로는 밝힐 수 없다"고 한 바가 있다. 이 기사내용이 사실인지 다시 한번 확인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TV아사히> 의 광고홍보부(広報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국 매스컴에서 "한국 당국이 김정운의 사진을 제공했다"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다.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

- 사실인가?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당국이 아니다. 한국 당국의 '관계자'한테서 입수했다고 나왔을 거다."

- 한국 당국의 관계자로부터 입수했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말인가?
"음... 사실이다."

- TV아사히의 공식 입장이라도 봐도 되는가?
"현재로서는 공식 입장이다."

- '현재로서는'이라는 말은 아직 오보인지 아닌지 조사 중이란 말인가?
"그렇다. 하지만, 오보일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고 보고 있다."

- 한국 당국의 관계자는...
"그건 말할 수 없다. 취재원 보호 차원이다."

- 어제 "보도스테이션"에서 사과를 했는데, 이 부분에 관한 별도의 정정보도는 없는가?
"오늘 11시 45분에 시작된 정오뉴스 ANN에서 어제 뉴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 아니었다는 정정보도를 했고, 또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는 말도 했다. 저녁의 '슈퍼J채널'에도 한번 더 나갈 수 있다. 아무튼 아직 조사 중이다."

- 취재 프로세스 등의 문제나 지적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제 그런 지적들이 많이 나왔고 그런 것들을 사내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확정된 사항은 방금 말한 정도다."

- 다시 새로운 게 나오면 연락하겠다.
"알겠다."

<TV아사히>와 한 전화통화를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이번 사진이 한국 당국의 관계자한테서 건네졌다는 것이다. <TV아사히> 같은 대형언론사가 이런 커다란 "오보" 소동으로 체면을 구긴 상태에서 다시 거짓을 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정부 당국의 관계자가 무슨 의미로 이런 사진을 일본 매스컴에 흘렸는지 궁금해 진다. 필자는 일본에 나와 있는 '정보' 당국 관계자 A씨에게 사실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A씨는 "무슨 말이냐"면서 오히려 <TV아사히>를 비판했다.

"정보는 무슨 정보. 일본 민간 방송국한테 왜 그런 정보를 줍니까? 우리 내부에선 사진 이야기 듣고 오히려 그쪽(TV아사히)에 정보를 준 사람들은 관서지역의 대학교수라든가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던 판국에 무슨 당국 관계자가 나오고 말이지. 이거야 원..."

A씨는 이쪽 정보당국에서도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정보기관 쪽 라인에서 이정도까지 펄펄 뛴다면 정보기관이 아닌 다른 당국 관계자가 되거나, 혹은 <TV아사히>가 자신들에게 돌아올 화살을 피하기 위해 한국 당국에 그 책임을 뒤집어씌웠다는 말이 된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박철현 기자는 일본전문 뉴스사이트 '제이피뉴스(www.jpnews.kr)'의 정치사회부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제이피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태그:#김정운 사진유출, #아사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