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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프랑스 447기 사고발생 원인이 드디어 밝혀지는 것일까.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에어 프랑스 447기 탑승객의 시신과 비행기 잔해가 하나둘씩 발견되고 있다.

사고발생 3일 후인 6월 3일 오후, 파리 시내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228명의 희생자를 위한 추도 미사가 거행되었다. 전직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를 비롯하여 사르코지 대통령과 카를라 브뤼니 대통령 부인, 오브리 사회당 수석 등 프랑스 정계의 주요인물들이 대거 추도식에 참석해 희생자의 가족들과 고통을 나누었다.

추도미사에는 희생자들의 종교의 다양성을 감안하여 가톨릭뿐만 아니라 회교도, 유대교 등의 인사들이 초대됐다. 브누와 16세 교황은 메시지를 보내 유족들을 위로했다. 장-시릴 스피네타 에어 프랑스 사장을 비롯해 조종사, 스튜어디스들에 의해 호위되어 성당 안에 들어온 유족들은 제단 앞에 228개의 촛불을 밝혔다. 시편과 성서 구독은 불어, 영어, 포르투갈어 3국어로 이루어졌다. 노트르담 성당 앞 광장에서는 10여 개의 에어 프랑스 버스가 도열했다.

6월 3일 오후,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이루어진 비행기 희생자 추도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나서는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
 6월 3일 오후,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이루어진 비행기 희생자 추도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나서는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
ⓒ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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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추측 : 에어 프랑스 447은 왜 사라졌나

사고 한 달 전에 정기 점검을 마친 것으로 밝혀진 에어 프랑스 비행기 추락 원인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르 피가로> 6월 3일자는 비행기가 비상상황에서 폭파했을 가능성을 보도해 테러 가능성을 열어 놨다. 에어 프랑스 측은 사고 발생 4일 전인 5월 27일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발 비행기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익명 전화를 받은 바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에어 프랑스측은 문제의 비행기를 엄정하게 수색한 결과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비행기는 비행시간을 90분 경과한 후 예정대로 이륙했다. 

반면 6월 4일 일간지 <르 파리지엥>은 브라질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해 비행 중 폭발설을 일축했다.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으로 보이는 대서양 표면에 겉돌고 있는 비행기 윤활유의 존재가 그런 추측을 불가능케 한다는 것.

같은 날, 스페인 일간지인 <엘문도>는 자국 조종사의 흥미로운 증언을 실었다. 스페인 항공사인 에어 코메에서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마침 에어 프랑스가 추락한 시간에 페루의 리마를 출발해 마드리드로 향하는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었다. 에어 프랑스와 멀지 않은 지점을 비행하고 있었던 그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갑자기 멀리서 하얀 빛이 번개처럼 번쩍 일어나는 것이 보였는데 이 빛이 수직으로 하강하더니 6개의 파편으로 나누어졌다."

이 장면은 이 조종사뿐만 아니라 같은 비행기의 부조종사, 여성 승객 한 명도 보았다고 한다.

에어 프랑스 추락 사고를 전면으로 싣고 있는 무료일간지 metro 6월 2일자.
 에어 프랑스 추락 사고를 전면으로 싣고 있는 무료일간지 metro 6월 2일자.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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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고 원인으로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은 속도감지계 고장이다. 비행기가 습기 차고 기후가 거친 기압골을 지날 경우 속도감지계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럴 경우 비행기의 속도가 감소되거나 향상될 수도 있다. 비행기 속도가 감속될 경우, 비행능력이 상실돼 추락을 피할 수 없고, 속도가 향상될 경우엔 비행기의 해체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비행기의 속도가 음속에 가까워질 정도로 향상되면 비행기가 그 속도를 지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락한 비행기는 사고 당시 고도 3만5천 피트를 날고 있었는데 원래는 3만7천 피트를 날고 있어야 했다. 아마도 엄청난 바람과 시커먼 구름떼를 포함한 폭풍을 피하기 위해서 조종사가 의도적으로 낮은 고도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때부터 조종사는 비행기를 자동조종에서 수동조종으로 변환해 비행기의 속도도 늦추었을 가능성이 많은데, 비행 전문가에 의하면 이 고도에서 수동조종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럴 경우 아무리 베테랑 조종사라고 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총 1만1천 시간의 비행을 기록했던 58세의 베테랑 조종사로 알려진 마크 뒤브와도 비행기가 비행 중에 해체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6월 8일 현재 17구의 시체 발견... 블랙박스 발견될까

에어 프랑스가 추락된 곳으로 예측되는 장소는 브라질 해안에서 1000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 이곳을 중점으로 팔방 200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지역 내에서 비행기 파편 수색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6월 2일 브라질 레이저 비행기에 의해 7미터에 달하는 대형 금속판이 발견됐고, 이곳저곳에서 비행기 파편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 파편들은 비행기가 비상 중에 해체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프랑스 측은 이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쓰레기통으로 불리기도 하는 바다에는 항상 모든 종류의 물질들이 떠다니기 마련이어서 브라질 레이저 비행기가 발견한 파편과 금속판이 반드시 문제의 에어 프랑스 잔해라고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6월 5일 <리베라시옹>에 의하면 브라질 해군선박이 4일 발견한 파편은 사고 비행기 잔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대서양 표면에 떠있는 기름 떼도 비행기에서 나온 기름이 아니고 선박의 기름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수색작업은 서서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브라질 공군기 12대와 프랑스 비행기 2대가 6000킬로미터에 해당하는 바다 위를 수색하고 있고 브라질 군함 석 대도 사고 발생지역으로 보이는 곳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이들은 6일(현지시간) 승객으로 보이는 2구의 시신 발견을 시작으로 6구의 시신을 발견하였고 7일 다시 11구의 시체를 발견함으로써 사고 1주일 만에 총 17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에어 프랑스 로고가 찍혀진 기내 의자, 산소마스크, 에어 프랑스 티켓이 들어있는 소 트렁크를 발견함으로써 수색에 현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로써 해저 4000미터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수색이 불가능해 보였던 블랙박스 수색에도 희망이 보이고 있다. 블랙박스의 신호 배터리 수명은 한 달인데 현재 사고지역으로 향하고 있는 프랑스의 고도 잠수함에 기대를 거는 것. 두 개의 잠수 로봇을 보유한 고도의 이 잠수함은 해저 6000미터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비행기와 함께 사라진 운명들...216가지의 사연

6월8일자 르피가로. 17구의 시체를 발견한 대서양.
 6월8일자 르피가로. 17구의 시체를 발견한 대서양.
ⓒ 르피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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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어 프랑스 추락 사건은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아메리칸 에어라인 사고 이후(265명 사망) 최대의 피해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16명의 승객 중에는 150여 명이 관광객이었고 나머지는 사업상 브라질을 드나드는 사람들이었다.

73명의 희생자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프랑스 승객들의 사연도 하나둘씩 공개되면서 가슴을 울리고 있다.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전자부품 공급업체인 CGED는 이 사고로 한꺼번에 열 명의 직원을 잃었다. 사측은 영업성과가 가장 좋은 직원들에게 4일간의 브라질 여행을 제공했는데 이들은 각자 가족이나 친구 한 명을 초대할 수 있었다. 이 열 명 중의 하나였던 23세의 매점원 라티시아 알라자르는 동료 한 명이 여행을 포기하는 바람에 대신 여행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타이어 제조업체인 미슐렝도 이 사고로 3명의 간부를 잃었다. 27년간 미슐렝에서 일해 온 50세의 루이즈 로베르토 아나스타시오는 지난 5월 4일 남미 미슐렝 사장으로 발령을 받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또 28세의 여자 엔지니어인 크리스틴 피에라에르는 브라질에서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프랑스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를 낸 국가는 브라질로 5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25세의 한 젊은 변호사는 성대한 결혼식을 마치고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신부와 같이 비행기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브라질 황제 직계 서열 4위인 26세의 피에르-루이 도를레앙 브라강스 젊은 왕자도 변을 당했다. 이 왕자는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자신이 살고 있는 룩셈부르크로 돌아가다가 변을 당했다.

영국 엔지니어인 61세의 코클리는 원래 사고 비행기 전의 비행기에 예약이 되어 있었는데 승객이 많아 다음 비행기로 순서가 미뤄졌다가 불상사를 당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 프랑스 노의사 부부는 파리에서 중요한 의사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사고 비행기를 타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였으나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순간의 거절이 이들의 삶을 연장해준 셈이다.

브라질 무용 안무가인 시리아코도 이런 면에서 행운아다. 그는 원래 사고 비행기에 예약되어 있었으나 3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이전 비행기를 타려고 하던 젊은 여자에게 200유로를 주고 티켓을 바꾸었다. 3시간을 기다리는 대가로 200유로를 벌었던 젊은 여자는 결국 4시간 후에 자신의 목숨을 내주어야 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이들은 모두 32국가에서 온 사람들이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프랑스 유족들 중에는 지난 3일 희생자 추도미사에 반발한 사람들도 있었다. 사고 원인도 모르고, 희생자들의 시체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추도미사를 올릴 수 있냐는 것. 이런 그들에게 주말의 시신 발굴 성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또 다른 기적을 기원하고 있다.


태그:#에어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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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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