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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달 23일부터 경찰버스로 봉쇄되어 있던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4일 새벽 경찰버스가 철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달 23일부터 경찰버스로 봉쇄되어 있던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4일 새벽 경찰버스가 철수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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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서울시청 광장에 산책을 다녀왔어요. 단식 사흘째, 운동을 해야 몸이 가라앉지 않는다고들 하셔서요. 촛불을 들고, 저까지 세 명이, 공연 중인 서울광장 둘레를 돌았습니다. 대학생들 서명운동 밀어내겠다고 갑자기 경찰이 몰려왔기에, 경찰 대열 앞도 돌았지요. 촛불을 들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잔디밭을 걷는 기분, 좋더군요.

이 서울광장을 두고 공방이 한창입니다. 시민사회와 야당들은 다가오는 6·10 범국민대회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까지 포함해서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노제가 열린 바로 그곳에서 많은 국민들과 함께 하자는 것이지요. 그러나 경찰과 서울시는 이미 금지통고를 한 상태입니다.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닙니다.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들리자마자 서울시청광장이 차벽에 둘러싸였습니다. 29일 영결식 아침 7시에야 열린 시청광장은, 정확하게 30일 새벽 5시 30분 다시 차벽으로 가로막혔습니다. 그나마, 노제가 끝나자마자 오후 3시 무렵 차벽을 치려다가 시민들이 반발하자 물러난 것입니다. 광장은 만 하루도 채 못 되어 다시 닫혀버렸습니다.

6월 4일, 제가 단식을 시작한 날 아침 차벽은 치워졌습니다. 그러나 투명 차벽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바로 그날 저녁,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촛불문화제를 하려고 시청광장에 들어갔다가 경찰이 밀어내는 바람에 모두 쫓겨났고, 어제는 대학생 예닐곱 명 서명운동에 경찰 수백 명이 들이닥쳤습니다. 6·10항쟁 범국민대회도 끝까지 허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가면 갈수록 더합니다. 작년 촛불집회 때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더니, 이제는 아예 말도 못하게 하고 모이지도 못하게 합니다. 말도 못하게 하는 것이 무슨 민주주의입니까. 국가인권위원장도 헌법상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고 성명을 발표할 정도입니다. 닫힌 광장은 빼앗긴 민주주의의 표본입니다.

민주주의를 되찾는 작은 걸음을 광장에서 내딛으려 합니다. 매일 저녁 7시, 촛불을 들고 서울광장을 산책하려구요. 아무 문제없다는 건 제가 어제 확인했습니다. 안심하고 나오세요. 혹시 경찰이 좀 귀찮게 하면, "국회의원도 국민과 똑같은 법을 적용받는 사람인데 국회의원에게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왜 나한테만 시비냐"고 하시면 됩니다.

저와 함께, 민주주의 산책, 포근한 잔디 위에서 함께 하지 않으시겠어요? 저녁 7시, 여러분을 기다릴게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정희


태그:#민주주의, #서울광장, #경찰, #인권,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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