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옛날이면 부지깽이도 일을 했을 만큼 요즘 농촌은 쉴틈이 없는 때입니다. 농기계가 있어 옛날처럼 바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은 사람 손길이 가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 마늘 뽑은 후 2주 만에 모내기 때문에 고향에 갔습니다.

 

그런데 형님이 약을 잘못 뿌리는 바람에 모가 다 말라 버렸습니다. 모내기는 하지 못하고 텃밭에 심은 감자, 참깨, 콩, 팥을 돌아보았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땅은 메말랐습니다. 큰 일입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 죽을 것 같습니다. 감자꽃이 시들시들합니다.

 

 감자꽃

 

어머니께서 심었던 씨감자부터 문제가 있더니 비 마저 오지 않아 올해는 제대로 된 감자 먹기는 틀렸습니다. 아내가 감자를 좋아해 얼마 전부터 '감자 감자' 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감자와 고구마 따위는 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완전 친환경 농산물입니다. 비가 오면 그래도 조금은 좋은 감자를 먹을 수 있겠지만 내리쬐는 햇볕을 보니 감자는 아마 내년을 기대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옆에서 콩이 새싹을 금방 틔웠습니다. 메마른 땅을 뚫고 올라온 것을 보니 대견한 생각이 듭니다. 지난 번 마늘을 뽑고 나서 심은 콩입니다. 2주 만에 올라운 콩을 보면서 생명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콩
 
붉은 콩는 이미 꽃을 피웠고, 열매까지 열렸습니다. 우리 고향은 붉은 콩을 '본디'라고 합니다. 왜 본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올해는 본디가 잘 되었네요?"
"그래 본디가 잘 되었다 아이가. 비가 좀 왔으면 더 잘됐다 아이가. 고마 비가 안 왔다가 아이가."
"그래요 비가 와야지. 콩도 올라 왔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그렇다 아이가 본디는 이리 다 열어서 조금 있다가 따면 되는데 콩하고, 깨는 큰 일이다가 비가 좀 와야 될낀데."
 
 빨간콩

 

 빨간콩

콩 옆에 있는 참깨입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가장 키우기 힘든 녀셕이 참깨입니다. 이 녀석은 땅이 비가 너무 오지 않아도 문제, 너무 많이 와도 문제입니다. 성격 하나 정말 까다롭습니다. 옛날 어른들 말로는 참깨는 마대자루에 넣어야 농사가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키우기 힘듭니다. 아무리 참깨가 잘 되어도 하룻밤 비가 오면 따 떨어져버리고, 낫으로 수확을 해놓고 햇볕에 말릴 때 비가 올 때 설거지를 못하면 썩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참깨는 정말 노심초사 하지 않으면 키울 수 없는 녀석입니다.

 

 참깨

 

워낙 배합사료값이 비싸 동생이 청보리를 심어 조사료를 한우에게 먹입니다. 청보리를 논에 심었는데 집 옆 돌밭에 청보리 씨앗이 떨어졌든지 청보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대단한 생명력입니다. 돌밭에 난 청보리를 보면서 사료값이 좀 떨어지고, 정부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정성 중 10% 정도만 농민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돌밭에서 자란 청보리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청보리 돌밭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과일 나무가 제법있습니다. 단감 나무, 대추 나무, 앵두 나무, 매실 나무 따위가 있지요. 그 중에 무화과 나무가 있는데 늦여름과 초가을이면 아내가 가장 먹고 싶어하는 과일입니다. 무화과가 탐스럽게 커가고 있습니다. 올 늦여름 아내에게 가장 먼저 기쁨을 줄 녀석입니다. 무화과도 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입 안에 들어갑니다. 잘 익은 무화과 단맛은 어떤 과일도 따라 올 수 없지요.

 

 무화과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대추 나무를 하나 심었는데 이 녀셕이 자식을 넷이 낳았습니다. 대추나무 생명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냥 나뭇가지를 땅에 꼽아도 살아날 정도이지요. 대추가 열렸는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모든 과일이 이렇게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에서 크게 자랍니다.

 

 대추꽃

 

과일 중에 나는 단감을 제일 좋아합니다. 조금 딱딱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납니다. 다른 과일은 한 두 번 씹으면 삼키지만 단감은 한 두 번으로 안 되지요. 찬 바람이 돌 때 단감 먹을 생각하니 그만 입 안에서 침이 고였습니다. 동생이 약치는 것을 워낙 싫어해 단감도 나무에 달린 것을 그 자리에서 따 먹을 때가 많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지지난해(2007년) 어머니께서 단감나무에서 단감 따다가 그만 떨어져 허리를 다쳤지요. 올해는 단감 나무에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감입니다.

 

올해도 감자, 붉은 콩, 참깨, 청보리, 대추, 무화과, 단감과 함께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적당한 비와 바람, 햇빛으로 이 녀석들을 보살펴 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람 손길이 있더라도 하나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농사를 짓다보면 사람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