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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꿈이지만
사라질 리 없다
기억하자!
당신이 내게 준 마음
기억하자!'

홍콩섬에 위치한 빅토리아 공원에서 지난 밤 15만의 홍콩인들이 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20년 전 1989년 6월 4일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죽어간 사람들을 위한 울림이었다.

홍콩 촛불시위 현장.
 홍콩 촛불시위 현장.
ⓒ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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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새벽 0시, 라디오 방송에서는 이 촛불시위에 20만 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아침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 및 스탠다드와 같은 영문판 신문에서도 15만 명으로 보도되었다.

행사장인 공원 내의 참여자가 15만 명, 공원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그 주위에 모여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5만 명. 이 15만 명은 1990년 처음 시작된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와 같았다. 그러나 경찰 측은 6만2800명라고 주장했다.

우리 잊지 말자

홍콩 촛불시위 전경.
 홍콩 촛불시위 전경.
ⓒ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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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간 이들의 뜻을 이어받자. 횃불을 통해 우리 뒤에 올 이들에게 민주주의의 참뜻을 이어주자."

애국민주주의 운동을 지원하는 홍콩연합회에서 주관한 이 촛불시위의 주제이다. 가족, 연인, 학생들. 아직 천안문민주항쟁 (혹은 6.4 학살)이 무엇이었는지 배우지도 않았을 어린 아이에서부터 당시 천안문민주항쟁을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제는 백발이 된 사람들, 그리고 민주주의의 참뜻을 가슴속으로 함께하고자 하는 홍콩거주 외국인들이 모두 모였다. 무엇보다도 홍콩의 젊은 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두드러졌다. 공식교육공간에서 천안문항쟁의 역사를 배울 통로를 갖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매년 열리는 촛불시위는 역사를 배우는 살아있는 현장이다.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꿋꿋이 들고 있는 할아버지.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꿋꿋이 들고 있는 할아버지.
ⓒ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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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말자 촛불셔츠
 잊지말자 촛불셔츠
ⓒ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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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이들은 특히 촛불시위의 의미를 상징하는 다양한 셔츠를 입고 등장하여 시선을 끌었다. 6.4 항쟁 당시 대학생 지도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홍콩연합회의 활동에 참여하게 된 시옹 얀씨가 무대에서 섰다.

"홍콩은 중국의 자부심이며, 세계적 자랑입니다. 홍콩이 자유를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중국땅으로 돌아온게 정말 행복합니다"

1989년 출생한 젊은이들도 연단에 섰다. 이들은 당시 사망한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하며 그들의 명예회복을 외쳤다.

천안문어머니회와 촛불시위 선언

6.4 항쟁의 명예회복과 보통선거실시
 6.4 항쟁의 명예회복과 보통선거실시
ⓒ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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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항쟁을 기리는 문화공연을 시작으로 20주년을 기념하는 횃불에 불을 당겼다. 당시 정부에 의해 살해당한 이들의 어머니모임인 '천안문어머니회'에서 가슴 절절한 낭독이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홍콩의 동포와 친구여러분! 올해는 6. 4 비극의 20주년입니다. 예년처럼 우리 홍콩동포들이 올해도 빅토리아 공원에서 거대한 촛불시위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에서 저는 중국의 '천안문어머니회'의 위임을 받아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진심으로 1989년 6월 4일 죽어간 희생자들을 기리고, 그들의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학살의 책임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고 정의를 구하기 위해 여기 모인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가슴이 진정되질  않습니다. 저는 늘 중국인으로서 우리의 삶이 너무 무겁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백년 동안 중국인들은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다른이들의 동정의 대상이었고, 표현과 행동의 자유가 없었으며,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 5년, 10년, 그리고 이제는 20년이 지났습니다. 얼마 전 홍콩행정장관인 도날드 창은 입법의회 의원들로부터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홍콩인들의 6.4 항쟁에 대한 감정을 나도 이해한다. 그러나 사건은 오래 전에 이미 오래 전에 일어났던 것이다. 지금와 당시 사이에, 우리 나라는 모든 발전영역에 있어 상당한 성과가 있었고 그러한 성과가 오늘날 홍콩의 경제적 번영을 가져온 것이다.'

이 발언은 다시 말해, 경제가 성공적인 발전을 이뤄내면 지난 역사가 남겨준 부정의는 다시 언급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인가요?"

촛불시위의 선언문도 홍콩의 경제발전과 역사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20년 전, 그들의 양심을 묻어버렸던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20년의 성공적인 경제발전이 6.4 항쟁의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발전이 6.4 학살을 합법화하고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피의 역사 없이 경제발전은 없었을 거라는 말인가? 홍콩정부는 경제적 이해를 위해 권력을 남용한 사람들의 죄를 덮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 촛불을 높이 들자. 우리의 존엄성과 양심을 높이 세우자. 도날드 창, 당신은 우리를 듣고 있는가?"

"나는 꿈이 있어요"

나는 꿈이 하나 있어요
민주주의의 꽃이
언젠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꿈이지요
나는 꿈이 하나 있어요
자유의 깃발이
독재의 칼날을 녹슬게 하는 꿈이지요
- 89년 5월 21일 중국북경의 포스터와 전단에 씌여진 시.

다른 나라, 다른 역사, 다른 현실이지만 홍콩의 자유를 부르짖는 촛불꽃들의 시위현장은 오늘 한국사회의 모습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이 촛불 꽃들은 7월 1일 다시 촛불을 들 예정이다.


태그:#홍콩의 촛불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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