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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우리 사회에 많은 성찰의 기회를 갖게 했다. 그동안 지나온 길들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사회구성원 각자가 나눠져야 할 책임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부 들어서 우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들을 겪었다. 촛불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탄압, 미네르바 박대성씨 구속, 용산 참사, 인터넷 조회수 조작 단속, <PD수첩>을 비롯한 비판언론 죽이기 등. 이 모든 사건은 권력이 검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일들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 국민들이 공분을 느끼게 된 이유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전직 대통령의 투신자살이라는 참혹한 사태 또한 그동안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추모도 마음대로 못 하는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일째인 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국민장 노제를 끝낸 추모객들은 시청 광장에 남아 계속 추모를 하려는 순간 경찰 버스와 경찰 병력이 들어오자 물병과 쓰레기를 던지며 국가 인권위 앞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일째인 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국민장 노제를 끝낸 추모객들은 시청 광장에 남아 계속 추모를 하려는 순간 경찰 버스와 경찰 병력이 들어오자 물병과 쓰레기를 던지며 국가 인권위 앞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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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지만, 사건의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청와대와 검찰이 보여준 태도는 정치보복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인간적인 모멸감과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치안 유지를 이유로 경찰을 동원해서 광장을 봉쇄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행사를 불법집회로 규정하여 진압하는 등 스스로 부도덕하고 잔인한 정권임을 보여줬다.

국민들의 슬픔은 분노로, 다시 분노는 저항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국을 휘감은 추모물결은 그 자체로 이명박 정부의 강압적인 통치에 저항하는 제2의 촛불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외침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시에, 적반하장의 '화해와 용서'를 강요하며 뜬금없이 'MB악법이 지배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기적으로 선거가 열린다는 것을 제외하면 민주사회라고 볼 수 있을만한 근거를 상실했다.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말도 마음대로 못 하는, 아니 추모도 마음대로 못 하는 사회가 무슨 민주사회란 말인가?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괴상망측한 정권으로부터 우리의 민주주의를 되찾는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민주화세력 내부의 문제들을 되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자 했으며 무엇을 이루었는가, 그리고 어떤 좌절과 실패를 했기에 우리가 세웠던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라는 참혹한 사태를 맞게 됐는가? 서로 책임추궁을 하기에 앞서 모든 이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 경찰에 의해 둘로 나뉜 서울광장과 덕수궁 앞 풍경은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경찰 버스에 둘러싸여 덩그러니 비어 있는 서울광장은 부존재를 통해 그 존재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많은 것을 누렸지만 빼앗기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되었다.

동시에 텅 빈 서울광장은 민주화세력의 성과와 한계의 상징이기도 했다. 피눈물 나는 민주화투쟁을 통해 광장을 열어낸 것이 분명한 성과라면, 불과 1년 반 만에 이처럼 쉽게 허물어지는 허약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한계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주화세력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엿새째인 28일 저녁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얼굴을 그린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려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엿새째인 28일 저녁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얼굴을 그린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려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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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원인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나붙은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라는 글귀는 단지 서민 대통령을 표방했던 인간 노무현을 향한 애절한 연민의 표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약속을 끝내 지켜내지 못했던 민주화세력에 대한 원망이기도 했으며, 서민들을 삶의 낭떠러지로 끊임없이 밀어내고 있는 이 잔혹한 정권의 폭압을 누군가 멈춰 세우기를 바라는 갈망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양극화의 늪에 빠진 서민들의 삶의 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했느냐 안 했느냐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경위가 어찌되었든 피폐해진 서민들의 삶은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는 저변의 냉소를 낳았고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토양이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화세력 가운데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은 노 전 대통령 개인에게만 귀속시킬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약속이 어찌 노무현 개인의 약속이었겠는가. 그것은 민주정부를 세우고 만드는 일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이 나눠져야 할 책임이다.

오늘날 민주화세력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서민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의무를 갖는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가 되기 위한 일관된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다시 한 번 한 시대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MB식 폭압통치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명박 시대를 맞아 우리 국민은 새로운 유형의 민주주의를 집단으로 체험하고 있다. 대통령과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저항은 일상이 되었지만, 정권의 폭압을 국민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앞뒤 재지 않는 강압통치의 원인은 물론 이명박 정부 자체에 있다. 이미 여러 논자들이 밝혔듯이 이 정부는 지난날 우리가 겪었던 정부들과 궤를 달리한다. 이들은 자본과 권력이 자웅동체를 이루어 그 자체로 특권층의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삼는 특수이익집단이다. 그렇지 않다면 들끓는 민심을 저렇듯 외면하는 정권의 행태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이 끝난 다름날인 30일 오전 경찰이 서울광장에서 밤샘 촛불추모 행사를 한 시민들을 강제로 몰아낸 뒤 경찰버스로 차벽을 쌓아 봉쇄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이 끝난 다름날인 30일 오전 경찰이 서울광장에서 밤샘 촛불추모 행사를 한 시민들을 강제로 몰아낸 뒤 경찰버스로 차벽을 쌓아 봉쇄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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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어려움들의 또 다른 원인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허약함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다른 말로 대안정부다. 현재의 집권당이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모아 새로운 집권당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집권당이 터무니없는 정치로 국정을 파탄내도 이를 대체할 능력이 야당에 없다면 그 나라는 이미 큰일이 난 것이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없으므로 권력은 더 이상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 권부 핵심뿐만 아니라 관료집단과 검경 조직까지 일상적으로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능멸할 수 있는 것은 정권이 넘어갈 일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권이 넘어간다고 생각한다면 뒷감당이 두려워서라도 저렇게까지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한국정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야당들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집권할 수 있는 전망을 세워내는 일이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교체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최소 작동요건이며, 야당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견제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반대가 저절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대로 계속 간다면 다음 대선에서 야당이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5년을 거치면서 겪었던 정치적 부침에 따라 지지자들도 뿔뿔이 흩어졌고, 여전히 그 흩어진 마음들을 하나로 모아낼 구심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가동되고 있는 반MB연합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가져왔으나, 국민들 사이에 들끓고 있는 슬픔과 분노의 에너지를 야권에 대한 지지와 새로운 희망으로 바꿔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말 그대로 '반대' 연합이기 때문이다. 민주화시대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반대 그 자체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것과 민주정부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뼈저리게 확인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이 꼭 이뤄져야 우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왼쪽은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이 꼭 이뤄져야 우리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왼쪽은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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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반대를 통해서 이명박이 하는 것을 막아내는 데 성공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명박 반대가 저절로 이명박 이후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반MB연합을 이명박 반대를 뛰어넘어 이명박 이후를 전망하는 대안연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반MB연합은 당장 눈앞의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집권전망을 포함한 장기 구상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반대연합의 필연적인 한계라 할 것이다. 무언가 반대할 때는 연합이 이루어지지만 무언가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는 다시 뿔뿔이 흩어지고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다.

과거의 책임론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서 미래를 향한 대안을 내놓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며, 각자 가진 정치적 기득권에 연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야당들이 모두 각자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과연 무엇으로 이명박을 심판할 것이며, 이명박 이후의 대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대로 각자 가게 되면 제대로 반대하는 일조차도 어렵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야권의 대단결은 불가피한 일이다. 폭넓게 연대하되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뿔뿔이 흩어진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작업에 나서야만 한다.

이때 야권대단결은 '묻지 마 단결'이 될 수 없다. 정치인들끼리 아무런 원칙도 없이 덮어놓고 통합하고 단결하는 것은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대단결이 아니며, 그렇게 해서는 집권 전망을 세워 낼 수 없다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낮은 단계의 정책 공조부터 시작해서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민들의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정책연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신뢰를 쌓고 서로 간에 쌓인 정서적 벽을 조금씩 허물면서 크고 작은 선거에서 연합하는 수준까지 진지하고도 조심스러운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시민들의 참여 속에 연립정부 구성을 매개로 개혁진보 진영이 연대하는 방안이 성공적으로 모색된다면, 이 같은 흐름을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연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폐기와 연합정치의 모색이 필요한 이유

정서적인 벽 외에 걸림돌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정책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지금 정책에서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의 문제는 대동소이하기에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실험은 이미 세계적인 실패로 끝났다. 다 끝난 것을 이명박 정부만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것을 야당이 따라 할 필요가 없다. 깨끗하게 폐기하면 된다. 이것을 굳이 고집해서 그 누구도 이득 볼 일이 없으며, 이명박보다 나은 대안을 내놓아야 집권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문제는 이해관계가 아니라 결단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노선이다. 진보정당들은 그동안 '비판적 지지'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연합정치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으며, 힘을 합쳐서 집권 전망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도 또 다른 비판적 지지가 아니냐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해 6월 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시작을 알리는 문화제를 마친 뒤 명동 입구를 지나 종로로 향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해 6월 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시작을 알리는 문화제를 마친 뒤 명동 입구를 지나 종로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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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합정치는 독자정당 노선의 포기가 아니다. 독자적인 정체성은 유지하되 연합정치를 통해서 현실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경로를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다. 야당 가운데 가장 큰 민주당이 열린 마음으로 기득권 포기를 선언하고 다른 야당들을 진지하게 설득해야 한다. 진보정당들도 관념적 급진성으로 현실의 도전을 회피하는 타성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 같은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끝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새로운 중심세력을 만들고 집단적 리더십을 형성하는 일이다. 지금 야권의 문제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중심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민주화시대에는 민주화세력이라는 확실한 중심이 있었다. 그런데 정권이 교체되고 민주화시대가 끝났다. 그렇다면 지금 이 난국을 돌파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하는데 아직 그것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민주화세력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진보세력은 혼자 힘으로 이 시대의 문제들을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힘이 약하다.

지속가능한 성장뿐만 아니라 노동, 복지, 인권 등 사회경제적 차원의 문제도 자신의 의제로 삼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과도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무엇보다 광장의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문제들을 정치 안으로 통합해 낼 수 있는 유능하고도 낮은 권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화세력은 진화해야 하고 진보세력은 힘을 키워야 한다. 나는 반MB연합을 집권연합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가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 시대적 모순을 시민들과 함께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해 나갈 새로운 중심세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해서 집단적인 리더십을 형성하고 집권 전망을 열어낼 때 이 잘못된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적 심판을 통해 다시 한 번 민주정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실천이 절실하다

우리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고 10년 만에 야당이 되었다. 스스로 지지기반을 해체하고 지지층을 사분오열시킨 탓이다.

실망이 누적되면서 지지자들은 기대와 신뢰를 철회하고 하나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각자의 정치적 성향과 전망에 따라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깊게 패인 상처와 감정의 골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다.

이제 각자가 환골탈태하는 노력과 더불어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열기 속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진실은 대중을 감동시키는 것은 정치공학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실천이라는 사실이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통합의 정치로 흩어진 지지자들을 모아야 한다.

이제 곧 6월항쟁 22주년이다.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아 국민들은 이승만 시대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외치고 있다. 국민들의 절규에 정치권은 응답해야 한다. 이 어둠의 시대를 넘어 다시 한 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한 진지한 논의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태그:#노무현, #반MB연합, #2012년 정권교체, #임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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