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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앞 "도대체 저게 어떻게 아방궁이냐고. 우리가 조중동에 속은거야."
▲ 사저 앞 "도대체 저게 어떻게 아방궁이냐고. 우리가 조중동에 속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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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제가 많이 사랑하는, 한 마을에서 같이 사는 형과 동생이 결혼하는 날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미리 골라놓은 한복을 입고 두 딸에게도 서두르라고 채근했습니다. 결혼식 뒷풀이 때 두 사람을 즐겁게 해주려고 준비한 공연도 한번 더 다듬었습니다. 따라주지 않는 몸 덕에 애를 먹었지만 흥겹게 몸을 돌리는데, 슬픈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대."

믿을 수 없는 말에 시시각각 날아드는 뉴스에 매달렸습니다. 언론이 쏟아내는 소식이 이렇게 간절해지기도 오랜만입니다. '오보겠지' 하던 의심이 '그래도 설마' 하는 걱정으로 변하고 마침내 '이럴수가' 비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결혼식은 흥겨운 잔치였습니다. 늘 마주치는 마을 아이들이 제주민요 '너영나영'을 불렀고, 친구들이 재미난 축가로 하객과 신혼부부를 웃겼습니다. 주례 선생님은 "자기 가정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건 즐거운 일이고 세상 모두가 행복한 일을 하는 건 기쁜 일이다"며 "즐거움은 지나치면 몸과 맘을 망가뜨린다. 두 부부가 기쁜 일을 많이 하며 살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뻔한' 주례사와는 사뭇 다른 말씀에 신랑신부는 물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렇지만 준비한 뒷풀이는 취소했습니다. 신랑신부가 마음 놓고 기뻐할 상황이 아니라며 결혼식으로도 맘껏 축하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아방궁'은 어디 있냐고?

조문하려고 줄 섰어요 큰 딸은 조문한 뒤 방명록에 "노무현 할아버지 사랑해요"라고 써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름 '주한별'은 자기가 괴발새발 썼다.
▲ 조문하려고 줄 섰어요 큰 딸은 조문한 뒤 방명록에 "노무현 할아버지 사랑해요"라고 써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름 '주한별'은 자기가 괴발새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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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내, 두 딸과 함께 월요일 늦은 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로 떠나 다음날 아침 도착했습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조문을 하려면 제법 긴 줄을 서야 했습니다. 피곤했지만 어린 딸들(5살, 3살)도 잘 따라주었습니다. "아빠 이 꽃 노무현 할아버지 주는 거지!" 엄마, 아빠 얼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큰 딸이 국화를 들고 제법 어른스러운 척 합니다.

조문한 뒤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사저는 어디 있나?' 처음엔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어느 집인지 모를 정도로 큰 집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나뿐 아닙니다. 함께 조문 온 여러 사람들도 어디인지 몰라 두리번거립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국회의원과 <조선><중앙><동아> 같은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진시황이 지었다는 아방궁 같다고 떠들었는데, 그래서 다들 사저가 꽤나 호사스러울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우리 눈앞에서 평범한 집 한 채가 있을 뿐입니다.

100만 명이 봉하를 다녀갔다고 합니다. 영결식과 노제가 끝난 뒤에도 추모객은 줄지 않는다고 합니다. 추모객 중에는 처음부터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 사람들의 주장을 믿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 많은 이들이 현 정권과 여당의 말을 믿고, 조중동에게 눈과 귀를 의존하고 삽니다.

한 젊은이가 나이든 어른들에게 그야말로 열변을 토합니다.

"저게 어디 아방궁입니까. 건축비 10억 원 정도 들인 집인데, 어떻게 100억 원으로 뻥튀기합니까. 이 길 보세요. 차도와 인도조차 구분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아스팔트입니다. 나중에는 언론들이 495억 원을 들여 노무현 타운을 짓는다고 떠들었습니다. 노 대통령과 아무 상관도 없는 김해시 사업을 집어넣는 것도 모자라 몇 배로 부풀렸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해 수구 언론들이 거짓말로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고, 국민 품으로 들어간 노무현을 국민으로부터 때내려 했습니다. 우리는 속고 살았습니다."

어른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듣습니다. 호사스럽다던 연못은 더욱 처참했습니다. 평범한 논을 조금 손본 정도였습니다. 돌로 가장자리를 다듬고 논둑길 위에 나무판을 깐 게 전부였습니다. 지나가던 분이 그럽니다.

"이게 뭐 호화판 연못이냐고. 나도 이 정도는 만들겠다."

연못을 바라보며 골프를 친다는 건 더욱 황당한 소리였습니다. 이미 이 지역 언론이 사제 골프장은 보수용 잔디를 팔려고 만든 100평짜리 밭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골프채는 조카 장난감이었습니다. 호화요트도 아주 소박한 돛단배였습니다. 그래도 거대 언론이 한번 보도하고 나면 모든 게 사실이 되어 버립니다.

"권력의 개들은 가라"

"이게 호화판 연못이야?" 생태연못에서 쉬고 있을 때 신혼여행온 형 부부를 만났다. 급하게 여행지를 바꿔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했다.
▲ "이게 호화판 연못이야?" 생태연못에서 쉬고 있을 때 신혼여행온 형 부부를 만났다. 급하게 여행지를 바꿔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했다.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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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취를 맡으러 봉하러 간 사람들은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의 왜곡보도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취재 나온 기자들에게 "권력의 개들은 이곳을 떠나라"며 조중동 기자들을 색출합니다. 언론을 비판하는 펼침막도 곳곳에서 나부낍니다. 웬만한 곳에서는 '프레스' 이름표를 달면 맘껏 활보하지만, 이곳 봉하에서는 왠지 부끄러운 '주홍글씨'로 보입니다.

큰 사건을 거치면 새로운 진실에 대한 집단적인 각성이 일어납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미국의 실체를 경험했고, 1986년 6월항쟁 이후에는 시민사회라는 영역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는 걸 보면서 '새로운 나라,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우리 국민은 무엇을 각성할까요.

우리의 눈과 귀, 머리 역할을 독점했던 조중동의 위선과 폭력을 깨닫고 있습니다. 머리로 이미 알고 있었더라도 봉하에서 '아방궁'의 실체를 자기 눈으로 목격하면서 수구언론에 대한 불신도 깊어갑니다. <한겨레> <경향> 같은 언론이 뒤늦게 언론인들의 반성을 촉구했지만, 봉하에서 생성된 민심은 "너희도 똑같다"며 '그 때 뭐했냐'고 꼬집습니다.

이런 민심은 <한겨레>가 5월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맡겨 조사한 결과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주된 책임을 묻는 질문에, 국민들은 검찰(56.4%) 다음으로 언론(49.1%)을 지목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34.8%)과 한나라당·여권(34.4%)을 꼽은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민이 지목한 조직들은 우리 시대에 뼛속부터 변해야 할 순서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은 조중동의 황당한 말장난에 속을 만큼 우매한 것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도를 갑니다.

부엉이바위까지 둘러보고 돌아서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날 결혼식을 올린 형 부부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신혼여행지를 급하게 바꿔 봉하 마을을 찾게 되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형이 탄식합니다. "어디서 희망을 볼까." 속으로 말했습니다. '형, 우리는 이미 변하고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조중동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잖아.'

"민주의 성지에 개들을 오지마라" 한 시민이 봉하마을 어귀에 걸어놓은 펼침막. 우리는 언론의 속살을 알게 제대로 알게 되었다.
▲ "민주의 성지에 개들을 오지마라" 한 시민이 봉하마을 어귀에 걸어놓은 펼침막. 우리는 언론의 속살을 알게 제대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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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곳곳을 누비는 작은딸 슬픔에 젖은 사람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작은딸은 분향소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 분향소 곳곳을 누비는 작은딸 슬픔에 젖은 사람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작은딸은 분향소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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