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사는 김모(27·여)씨는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아 평소 쓰레기 분리수거에 신경을 쓴다. 김씨는 종이류만큼은 일반 쓰레기에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이런 김씨가 재활용품을 분류할 때 유독 헷갈리는 품목은 '우유팩'이다. 언젠가 한 번 '우유팩은 종이 수거함에 버리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는 김 씨. 그렇다고 종이인 우유팩을 플라스틱과 함께 섞어 버리자니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우유팩, 주스팩과 같은 종이팩은 주로 위생적으로 안전이 필요한 우유, 두유 등을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용기다. 보통의 경우 김씨처럼 종이팩을 어디에 버려야할지 헷갈려 하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이팩을 당연히 종이와 함께 묶어서 배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이팩은 신문이나 잡지 등 일반 종이와는 따로 분리해서 배출해야 한다. 일반 종이와는 재질이 다른 비닐 등이 코팅되어 있어 재활용 공정 과정에서 일반 종이와는 분해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종이와 종이팩을 함께 배출할 경우, 종이팩은 재활용 공정 중 다시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게 된다. 반면, 종이팩을 따로 모아 재활용하게 되면 이를 고급 화장지, 냅킨, 벽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을 보여주는 (사)한국종이팩재활용협회 홈페이지.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을 보여주는 (사)한국종이팩재활용협회 홈페이지.
ⓒ (사)한국종이팩재활용협회

관련사진보기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올해 6월 초 종이팩만 별도로 분류하는 '종이팩 분리수거함'을 전국 지자체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 구리시에서 실시한 '종이팩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분리수거 시스템 개선방안' 시범사업의 결과가 만족스러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구리시 내에 '종이팩 분리수거함'을 별도로 설치하는 등 재활용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대국민 홍보 활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구리시 종이팩 수거율은 종이팩 분리수거함을 설치하기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사실 환경부는 지난 2006년부터 이미 '종이팩 별도 분리' 홍보 활동을 펼쳐 왔다.

구청 홈페이지, 여전히 종이팩을 '종이'로 분류

그렇다면 재활용품 분류 및 수거를 직접 담당하는 전국의 지자체는 종이팩 분류 지침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있을까. 서울시 내 자치구의 경우만 봐도 대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기자가 살고 있는 동대문구청 홈페이지상의 '재활용품 분리배출 요령'에는 종이팩이 버젓이 '종이류'에 올라 있다. 하지만 동대문구 청소행정과는 몇 개월 전, '재활용품의 종류 및 분리배출 요령'이 적힌 전단을 각 가정에 배포해 '종이팩 별도 분리'를 홍보하기도 했었다.

여기에는 "종이팩은 일반 종이와는 구분되는 귀중한 자원"이며, "종이팩 배출 시 일반 종이와 섞지 말고 캔, 플라스틱 등과 함께 배출"하라고 적혀 있었다. 동대문구는 전단을 배포하는 등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구청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데는 소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대문구청 홈페이지에는 종이팩이 종이류로 분류되어 있다.
 동대문구청 홈페이지에는 종이팩이 종이류로 분류되어 있다.
ⓒ 동대문구청

관련사진보기


동대문구 청소행정과가 배포한 팸플릿에는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이 바르게 나와 있다.
 동대문구 청소행정과가 배포한 팸플릿에는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이 바르게 나와 있다.
ⓒ 서유진

관련사진보기


서울시 내 다른 구청의 홈페이지도 살펴보았다. 서울시 내 25개 구청 홈페이지 중에서, 종이팩은 종이와 따로 분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힌 곳은 강서구, 금천구, 송파구, 강북구로, 4곳에 불과했다. 아직도 종이팩을 '종이류'로 분류해 놓은 구청은 은평구, 광진구, 관악구 등 11곳이나 되었다. 중구, 강남구, 영등포구 등 6개 구 홈페이지에서는 '종이류'와 '플라스틱류', '고철류'와 같이 포괄적인 품목 분류만 해놓았을 뿐 종이팩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을 잘못 전달하고 있는 관악구청 홈페이지.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을 잘못 전달하고 있는 관악구청 홈페이지.
ⓒ 관악구청

관련사진보기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을 잘못 전달하고 있는 동작구청 홈페이지.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을 잘못 전달하고 있는 동작구청 홈페이지.
ⓒ 동작구청

관련사진보기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을 바르게 전달하고 있는 강북구청 홈페이지.
 종이팩 분리배출 요령을 바르게 전달하고 있는 강북구청 홈페이지.
ⓒ 강북구청

관련사진보기


한국환경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재활용 홍보교육과' 홈페이지에도 방문해 보았다. 쓰레기 분리배출 요령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해 놓은 이곳에서도 종이팩은 '종이'에 분류되어 있었다.

종이팩을 종이와 함께 분류해 놓은 한국환경자원공사 재활용홍보교육관 홈페이지.
 종이팩을 종이와 함께 분류해 놓은 한국환경자원공사 재활용홍보교육관 홈페이지.
ⓒ 한국환경자원공사

관련사진보기


"종이에 버려라" "플라스틱에 버려라" 구청마다 딴소리

몇몇 구청에 전화를 걸어 우유팩 재활용을 어떻게 하면 되냐는 질문을 해 보았다. 홈페이지상에 종이팩을 '종이'로 분류해 놓은 은평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우유팩은 '종이'에 분류되니 신문과 함께 버려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영등포구 관계자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우유팩을 별도로 수거하는 분리수거함을 설치하는 중"이라고는 했지만, "지금은 '종이'와 함께 버려도 괜찮다"고 말했다. 두 구청 관계자 모두, '종이팩 수거함이 별도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폐지류를 제외한 타 재활용품과 함께 우유팩을 배출하라'는 환경부의 지침은 모르고 있었다. 

물론 종이팩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분리수거 요령을 알려준 곳도 있었다.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우유팩을 플라스틱과 함께 버리면 추후 분리센터에서 따로 분류를 한다"며 "우유팩을 절대 종이와 함께 (수거함에) 넣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종로구청도 홈페이지에는 종이팩에 관한 언급을 따로 해 놓치는 않았다. 우유팩 분류 지침을 아직도 모르는 주민이 대다수인 현재, 구청 측의 세심한 배려가 아쉬웠다.

종이팩의 70%가 쓰레기장으로

(사)한국종이팩재활용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연간 7만 톤의 종이팩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20년생 나무 140만 그루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100% 수입해야 하는 종이팩 원지로 연간 77억원 가량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배출되는 종이팩의 70%(약 5만9천 톤) 이상이 일반 폐지와 혼합 수거되어, 재활용되지 못한 채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환경부 재활용품 분리배출 담당 관계자는 "환경부는 (올바른 분리배출을 위한) 지원을 할 뿐 실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것은 각 지자체"라며 "(전국적으로) 243개나 되는 자치구를 직접 상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시·도에 분리배출 요령 지침을 담은 공문을 보내고, 시·도 직원들과 함께 회의도 하는 등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blog.naver.com/wien30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종이팩, #분리배출, #재활용, #분리수거, #우유팩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