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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첫날 저녁, 갑자기 내리는 보슬비에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이 젖을세라 우산으로 영정을 지켰던 박범계 변호사.

 

노무현 정부 시절 정무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거치며 노 전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신뢰를 받던 대표적인 대전 인사인 그가 자신을 향해 "비겁했다"며 자책했다.

 

박범계 변호사는 국민장 마지막 날 밤 10시에 시청 분향소에서 기자와 만나 "변호사이면서도 이번 수사가 시작될 때 봉하마을에 내려가서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되뇌었다.

 

2개월 전 기자와 인터뷰할 당시 '조만간 봉하마을로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 뵐 것'이라고 말했던 그였기에 죄책감이 더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홀로 코너에 몰렸는데도 과잉수사의 부당함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받아서 경마 식으로 중계하는 언론에 딴죽 걸지 못하는 내 용기 없음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한 "노 대통령이 철저하게 홀로 코너에 몰렸는데도 왜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았는지, 지금 슬픔의 반의 반만의 에너지로 분노했다면 저들이 쉽게 대통령을 코너에 몰지 못했을 것"이라며 "저를 포함해서 모두 비겁했다"며 아쉬워했다.

 

박범계 변호사는 "영결식장부터 운구를 따라 노제를 보고 서울역까지 내려왔는데 지금은 허망하고 허전하다"면서도 "지난 1주일의 슬픔도 슬픔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와 업적을 놓고서 1주일을 보냈기 때문에 외롭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그런데 이제 화장까지 마친 지금 무엇에 의지하고 살 것인지, 앞으로 무슨 재미로 살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의 상실감을 표현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답게 그의 현실 진단은 냉정했다.

 

박범계 변호사는 "단기적으로 추모 열기는 식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우리 국민의 특성상 국민장 기간 동안 보여줬던 마음은 가슴 깊이 아로새겨졌다고 본다"며 "외형적으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추모 열기가 가라앉은 듯이 보이겠지만 깊은 내면, 가슴에 깊게 새겨졌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오히려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일방통행식이 아닌 국민과 소통이 되는지를 조용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지자들로서는 이 죽음의 의미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지키려고 했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로 ▲권위주위를 탈피하는 서민정치 ▲지역균형발전 ▲특권 거부 ▲돈 안 드는 선거를 통한 정치개혁 등을 들었다.

 

박범계 변호사는 "이번에 대전시민의 놀라운 시민의식을 직접 목격했다"며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미안함이 있을 텐데 그 미안함이 질서정연한 조문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대전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말 끊임없이 밀려오는 시민들과 그들의 오열을 보면서 제 육체적 고통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더군다나 고인이 고통스럽게 돌아가셨는데 제가 뭐가 힘들겠느냐"며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정말 당신이 사랑하는 이 나라 이 민족이 평안하려면 하늘에서 굽어 살펴 주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고 같은 대학 후배인 장남 건호씨에게는 "어머니 잘 모시고 굳건하게 살라"는 당부의 말로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전뉴스 (www.daejeon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박범계, #대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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