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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23일)는 어머니와 동생네, 아내와 가족들이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을 듣고 가슴이 막혔습니다. 하루 종일 답답한 가슴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원래 마음이 강퍅해서 그런지 눈물이 없는 편이라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주일 아침 예배를 드리면서 찬송을 부르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신앙관으로 도저히 노 전 대통령 명복을 빌지 못하였지만, 하나님께 불경인줄 알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남긴 족적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습니다. 그가 당선된 것을 보고 아내와 하룻밤 내내 즐거워하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현충원 참배와 당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취임과 탄핵, 남북정상회담이 눈 앞에 그대로 보였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나였기에 비록 그가 대통령이었지만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순대국밥 한그릇 할 수 있는 옆집 아저씨처럼 생각했던 순간 순간이 스냅 사진이 되어 지나갔습니다.

또 마음 한켠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대통령이 그렇게 미웠다면 대통령 한 사람만 내치면 될 것을 아내와 아들, 딸까지 한오라기 실하나 남겨두지 않고 발가벗기는 이명박 정권의 잔임함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예배를 어떻게 드렸는지 예배 순서 중 '사도신경' 고백과 '십계명' 교독를 빼먹었습니다. 정신을 놓은 것이지요. 하나님께 예배드리면서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정말 불경이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내 마음이 이렇게까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증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다른 후보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니 그를 지지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임기 기간 중 대북송금과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대연정은 어느 누구보다 비판했기에 예배 시간에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겨우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내를 두고 어떻게 죽었을까"라면서 안타까워하는 사람, "진짜 나쁜 놈은 따로 있다"면서 현 정부와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구차하게 살지 않고, 굵고 짧게 멋지게 살다가" 갔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나 자신부터 그를 너무 매몰차게 비난만 했을뿐 진정어린 조언과 대안있는 비판을 하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슬퍼하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리는 거대한 수구언론과 수구세력와 진검 승부를 해야 합니다. 감정과 증오가 배인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저들과 싸워야 해야합니다.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냉철한 판단과 민주시민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을 숭배하고, 추앙하는 것이 아니라 수구세력와 조금이라도 싸우고자 했던 그 정신을 본 받자는 말입니다. 그가 수구세력과 20%만 싸우고 떠났다면 우리는 30%,50%, 60%,70%를 넘어 우리 후손들에게 수구세력이 지배하는 비극적인 대한민국을 다시는 넘겨주지 말아야 합니다. 민주시민이 시민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공동체를 넘겨주어야 합니다.

몇 년 만에 하염없이 울어었던 하루였습니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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