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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열린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총파업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비롯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투쟁가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2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열린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총파업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비롯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투쟁가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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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70m 높이의 굴뚝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고, '왜 하필 당신이냐'고 펑펑 울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연단에 선 윤영미(44)씨의 외침은 이내 흐느낌으로 변했다. 멀리 굴뚝 꼭대기에서는 10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윤씨의 남편 김을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이하 노조) 부지부장이 윤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윤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당신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던 날, 민정이가 '우리가 울면 아빠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느냐'고 했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한 부조리한 세상을 먼저 보여주는 이 사회가 원망스럽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승리해 달라"고 전했다.

연단 아래에선 많은 노동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눈에서 물기를 닦아냈다. 특히, 윤씨를 지켜보던 또 다른 '아내'들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10일째 굴뚝농성 중인 쌍용자동차 노조 김을래 부지부장의 부인 윤영미씨가 무전기로 남편과 대화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70m 굴뚝 위에서 "여보, 사랑해"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10일째 굴뚝농성 중인 쌍용자동차 노조 김을래 부지부장의 부인 윤영미씨가 무전기로 남편과 대화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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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 농성천막에서 노조원들의 자녀들이 잠들어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 농성천막에서 노조원들의 자녀들이 잠들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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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파업 결의대회는 이렇듯 눈물로 시작됐다. 공장의 각 출입구를 열쇠로 잠그고, 정문에는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공장을 봉쇄·점거한 노조는 사측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점거를 풀지 않겠다고 전했다.

"노동자와 함께 새로운 쌍용차 해법을 찾자"


"해고는 살인이다."


공장을 뒤덮은 노동자들의 외침이다. 이들은 "정리해고를 철회하라, 경영진을 해고하라"고 강조했다. 공장 곳곳에서 '총고용 사수', '결사항전', '함께 살자' 등의 대형 펼침막이 걸려, 노동자들의 비장한 각오를 알렸다.

한상균 노조 지부장은 "회사가 잘되길 바라면서 시키는 대로 일만 했는데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며 "해고는 살인이고 가정파괴다,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 결사항전할 것"이라고 파업을 재차 선언했다.

그는 이어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4년 간 신차 한 대 없었다"며 "쌍용차 문제는 '먹튀 자본'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드러낼 시금석이다, 쌍용차 주식의 53%를 소유하고 상하이차의 주식을 소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되면서 자연스레 국유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지부장은 "노조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신차 'C200' 개발 비용 1000억원과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 12억원을 내겠다고 했다"며 "(정부와 회사는) 모르쇠하지 말고, 우리 노동자와 함께 새로운 쌍용차 해법을 찾자"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함께 싸우겠다"고 밝혀, 향후 민주노총 차원의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쌍용차 파업을 운수노조·화물연대·건설노조의 파업과 함께 민주노총의 5~6월 총력 투쟁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총파업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비롯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가 적힌 수건을 펼쳐들고 있다.
 총파업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비롯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가 적힌 수건을 펼쳐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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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해고명단에 회사 떠나는 노동자

이날 노동자들은 회사의 희망퇴직 신청 압력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노조는 회사가 '유령' 해고대상자 명단을 밝혀 조합원들의 희망퇴직 신청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14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는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전체 구조조정 대상 인원 2646명의 절반이 넘는다.

제조품질1팀의 김응중(40)씨는 "팀장이 '정리해고 명단에 있다'고 전화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면서 "확인해보니 명단은 없었고, 팀장이 노조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마음대로 말한 거였다"고 지적했다.

조립1팀의 최강주(40)씨는 "어제 중간 관리자가 내게 '정리해고 명단에 있다, 희망퇴직하라'고 말했다, 너무 분통이 터져 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다"며 "15년 동안 어깨 연골이 두 번이나 파열되면서도 성실히 일했는데, 이제 와서 정리해고한다니 도대체 기준이 무엇이냐"고 말했다.

그는 "쉴 때는 막노동을 하며 지낸다, 시골에 있는 노모가 '집에 쌀 떨어지지 않게 하라'고 30만원을 보내줬는데, 가슴이 찢어졌다"며 "초등학교 6·5·3학년에 다니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남편을 둔 박윤정(32)씨는 "남편이 허리를 다쳐 오랫동안 산재처리가 됐다, 회사는 정리해고하려 할 것"이라며 "희망퇴직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지만 남편이 새 직장을 얻기 힘들다, 회사가 정리해고를 철회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2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열린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총파업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비롯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성화'에 불을 붙인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2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열린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총파업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비롯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성화'에 불을 붙인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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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쌍용자동차 공장내 70미터 굴뚝에서 1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3명의 동료들을 찾아가 격려하고 있다.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쌍용자동차 공장내 70미터 굴뚝에서 1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3명의 동료들을 찾아가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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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쌍용차 존속 가치 인정... "회생계획안 제출하라"

한편,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4부는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한 1차 '관계인 집회'에서 "쌍용자동차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고 인정된다"며 "쌍용차는 9월 15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 제출 이후 두 차례의 관계인 집회를 통해 쌍용차의 회생안이 최종 결정된다.

회사 쪽은 "앞으로 회생절차를 밟아 조기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채권자와 이해관계인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행 가능성이 있는 회생계획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쌍용자동차, #공장 점거, #정리해고, #희망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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