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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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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MB 교육'과 '반MB 교육'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번엔 심야 학원교습 규제를 둘러싸고 양쪽이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렸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나라당은 18일 당정회의를 통해 "획일적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동안 논란이 됐던 심야 학원교습 금지 추진 문제를 백지화했다.

이와 관련,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 정책기조에 맞지 않는다"며 "자율성과 다양성, 기회를 확대하는 측면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상곤 교육감이 이끄는 경기도교육청은 정부·여당과는 정반대의 정책 내용을 발표했다. 당장 오는 2학기부터 심야 학원교습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조례안이 나온 건 아니지만, 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정부 "심야 학원교습 금지 반대" vs. 경기도교육청 "심야 학원교습 반대"

현재 경기도교육청의 '경기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학교 교과를 가르치는 학원의 교습시간은 초등학생은 밤 10시, 중학생은 밤 11시, 고등학생은 자정까지로 제한돼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학원이 교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현행보다 좀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앙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상반된 정책을 발표·추진할 수 있다. 특히 학원 교습시간은 이미 각 시도교육청에서 조례로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모양새 측면에서 중앙정부가 체면을 구겼다. 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면할 수 없어 보인다.

이번 일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과 관련부처 간의 엇박자가 드러난 것이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학원 심야교습 금지 추진"을 밝힌 건 지난달 24일이다. 곧바로 안병만 교과부장관은 "학원 심야교습 금지는 지금 교과부에서 실무자 수준으로 대화하는 도중인데, 준비절차 없이 성공할 부분이 아니다"며 "앞으로 곽 위원장이 발표를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고 제동을 걸었다.

국민들은 무엇이 정부의 정확한 견해인지 혼란스러워했다. 게다가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6일 예정됐던 당정회의도 연기되면서 여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의 의견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어쨌든 결론은 "없던 일"이 됐지만 정부로서는 보여주지 말아야 할 실책을 모두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진정성은 더욱 의심받게 됐다.

국민들 '고작' 1시간에 분노... 서울시교육청은 두 차례 '연장' 좌절

사실 심야 학원교습 제한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문제였다. 그리고 다수 국민들은 '학원의 자율'이 아닌 '학생의 자율'을 지지했다.

작년 서울시교육청은 3월과 6월 두 차례 학원교습 시간 연장을 추진했다. '고작' 1시간 연장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는 매서웠고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은 불발로 그쳤다. 현행 서울시의 학원 교습은 5시에서 22시까지만 가능하다.

이런 일은 서울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3월 17일 고교생 대상 학원교습 시간을 밤 12시에서 새벽 1시로 연장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역시 '고작' 1시간 연장이었다. 하지만 대전시의회는 여론에 밀려 통과 3일 만인 3월 20일 관련 조례안을 폐기했다.

이런 사례는 대다수 국민이 학원 교습시간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18일 결정으로 국민 다수의 여론을 등지고 'MB식 실용 교육'을 따랐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김상곤 체제'의 경기도교육청은 최소한 일관성은 있게 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밝힌 대로 심야 학원교습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곧바로 학생 두발 단속이나 체벌 등을 제한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학생인권조례를 교육청이 앞장서 만들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런 경기도교육청의 계획이 모두 안정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심야 학원교습 금지는 한나라당 성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교육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어 역시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의 경우도 일선 학교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이미 김상곤 교육감은 당선인 시절 업무보고 거부를 당한 적이 있다. 또 경기도 내 국제고 설립에 '신중한' 견해를 밝히자 국제고 예정지역 주민의 반발도 있었다.

정부와 경기도교육청 "비교되네"

어쨌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정부의 '수월성 중심 교육'에 맞서 '평등 교육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예상대로 정부와 경기도교육청은 특목고 추가설립, 일제고사 실시에서 상반된 견해를 나타냈다.

심야 학원교습 제한 문제만 두고 본다면,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던 정부는 여론을 버리고 'MB 교육'을 택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여론과 학생인권을 선택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선택은 정부의 결정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앞으로도 양쪽의 선택과 결정은 국민들에게 이 둘을 비교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양쪽이 협력과 보완의 관계로 가면 가장 이상적이만,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요원해 보인다. 결국, 국민들 평가에서 어느 쪽이 '비교 우위'를 차지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학원교습, #김상곤, #MB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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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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