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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삼성동 코엑스 구 태평양홀과 인도양홀에서 '2009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했다. 17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의 올해 슬로건은 '책의 확장, 책의 상상력, "다시, 책에서 시작한다"'다.

올해의 가장 큰 특징은 주빈국 제도다. 이 주빈국 제도는 '특정국가의 문학작품을 한자리에 전시함으로써 그 나라의 문화와 문학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지난해(2008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지난해의 주빈국은 중국, 올해는 일본이다.

많은 책을 전시했지만 다만 전시물일뿐

2009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 일본 부스
 2009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 일본 부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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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서울국제도서전-출판기념회 및 독자와의 대화를 위해 방한한 혼다 나오유키와 이즈미 마사토
 2009서울국제도서전-출판기념회 및 독자와의 대화를 위해 방한한 혼다 나오유키와 이즈미 마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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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전은 다소 부실했다. '중국 최우수 디자인 도서'와 '중국 판권 수출 도서', '중국 고전 그림책'과 중국 여러 출판 집단의 일반 도서들, 교과서 등을 전시하였기 때문에 중국의 다양한 출판물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어 좋았으나, 전시물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어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 국내에서 출판된 중국 출판물만을 따로 모아 본다든지 판매를 했다면 도서전을 계기로 중국의 문학작품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련만 이런 코너마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올해는 주빈국 일본 부스 옆에 교보문고 코너를 마련, 일본 책들을 모았기 때문에 지난해 중국전에서 느낀 아쉬움은 어느 정도 가셨다. 하지만 일본 소설이 대부분이요, 책이 나올 때마다 서점에서 볼만큼 봤던 책들이 대부분.

나처럼 일본의 사회과학 분야나 또 다른 인문교양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잡초를 학문의 한 분야로 연구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로 사회 과학이 발달한 일본인데. 때문에 지난해 도서전 때 올해의 주빈국 일본전을 기다렸는데….

잡지를 비롯한 전문서적 등 출판이 워낙 발달해서 그런지 대형서점을 방불케 할 만큼 넓은 공간에 많은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때문인지 사람들도 많았다. 책표지만을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고 책 한권을 오랫동안 보고 있는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그런데 역시나 지난해 중국전처럼 많이 아쉽다.

"일본어? 하나도 몰라요. 그냥 감으로 보는 거죠. 그런데 사실 그 책이 그 책 같고, 어떤 책인지 실은 잘 모르겠네요. 설명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설명도 없고…."

한 관람객은 이렇게 대답한다. 지난해 주빈국 중국전처럼 전시코너의 간략한 제목뿐, 별다른 설명이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일본 문학의 시대적 흐름이나 굵직한 문학 관련사건,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등 일본의 문학과 문화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간단한 설명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전시회를 통해 일본의 문학과 문화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내년 주빈국은 어느 나라지? 내가 못 봤나?

"오늘만 대폭할인?"... 그래도 명색이 도서전 아닌가요?

주빈국 코너를 비롯하여 일반도서들과 특별전, 북아트 작품 등이 중점 전시되는 태평양 홀의 올해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다소 혼란스러웠다. 지난해와 달리 독서운동단체 코너도 분산되어 있었다. 커피도 마시고 싶고 아동 출판물도 보고 싶어 인도양홀로 이동했다.

2009서울국제도서전
 2009서울국제도서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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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골라보세요. 오늘은 대폭할인 3만 5천원에 팔던 거 1만7500원!"

커피 한잔을 주문하려는 순간 들려온 우렁찬(?) 소리다. 뒤돌아보니 한 여자직원이 연신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여자만이 아니다. 그 코너 남자직원도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여자직원처럼 큰 소리로 외쳐대고 있었다.

"좀 웃기지 않니? 그래도 명색이 도서전인데 꼭 할인점이나 시장 같다. 어이상실이다!"
"그러게 말이야. 저게 책이니 물건이니? 재고물건 땡처리 하는 것 같다. 참 웃긴다."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부스로 다가가 봤다. 또 다른 직원들도 다가간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가격을 물어보자 원래 정가는 얼마, 평상시는 얼마, 오늘은 얼마까지 판다고 설명하다가 덧붙였다.

"다른 곳들 다 둘러봐도 우리처럼 싸게 파는 곳은 없을 걸요. 한번 돌아보세요!"

올해부터 유료... 일반인 3천원, 청소년 및 아동 1천원

ⓒ 김현자

지난해까지 도서전 입장과 관람이 무료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유료다(어른 3천원, 청소년 및 아동 1천원).

도서전 개막을 앞두고 교보문고 등에서 책을 구매할 경우 무료입장권을 준다든지, 도서전 홈페이지에서 사전등록을 할 경우 무료입장할 수 있는 특혜를 주기도 했지만 "경기도 힘든데 이런 전시회까지 돈을 받다니"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출판사 관계자 A : "경기도 힘든데 왜 하필 올해부터 유료화 했는지 좀 그래요. 그렇다고 참가자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년보다 부스 값도 오른 걸로 아는데(이에 대해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올해 부스 비용이 작년에 비해 대폭 할인되었다'고 알려왔다 - 기자 주)"
출판사 관계자 B : "참가자들은 당연히 불만이 많겠죠.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유료면 관계자들은 많이 오겠지만 일반인들은 그만큼 덜 오겠죠. 일반인들이 많이 와야 하지 않나?"
출판사 관계자 C : "난 무조건 반대예요. 책은 일반 전시물과 다르잖아요. 따져놓고 보면 이런 책들이 있다고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건데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돈 내고 홍보를 보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무슨 이 도서전이 거창하게 잘 된 것도 아니고 부스 값만으로도 특별전시 등비용은 다 나올 텐데. 내가 순수 일반인이라면 돈 내고는 안 오고 싶어요."

일반인 A : "3000원을 냈어요. 유료든 무료든 크게 상관없어요. 아이들 책을 많이 볼 수 있고 또 좀 싸게 살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뭐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은평구에 사는데 해마다 오는 편이라고. 6세 이전 아동을 둔 주부).
일반인 B : "아무래도 이런 전시는 무료가 좋긴 좋지요. 작년까지 무료였다가 올해부터 유료니까 잘 모르고 온 사람들은 좀 기분 나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교보에서 책을 사면 무료입장권을 준다든지 행사를 많이 한 것 같던데, 난 무료입장권을 받았거든요(초등학생 자녀 둘을 두었다는 주부).
일반인 C : "무료인줄 알고 왔는데 유료라서 기분이 좀 나빴습니다. 올해부터 돈 받는 건데 TV광고에 유료라는 사실을 알려야 하지 않나? 그런데 자막하나 없었거든요. 이왕 왔으니 아쉬우면 돈 내고 보라는 식이잖아요. 관람객들 돈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 기분이 좀 나쁩니다. 사실 3000원이 크다면 큰돈이고 작다면 작은 돈 아니에요? 기분에 따라 다르죠. 경우에 따라 더 많은 돈도 내야한다면 낼 수 있지만 기분에 따라 단돈 백 원도 아까울 때가 있잖아요?"

전시회 관계자 : "오늘은 사전등록을 한 사람들이나 관계자들이 주로 많이 와서 별다른 잡음들은 많지 않았는데 일반인들이 많이 오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잡음이 좀 많을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사실 걱정 되네요."

참고적으로 도서전 TV광고를 지난해에는 개막 1주일 전부터, 올해는 이틀 전부터 했다. 그리고 홈페이지 사전등록 팝업창에 사전등록을 하면 무료입장할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이 문구는 팝업창의 주요 내용보다 아주 작은 글씨라 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어떤 시민의 말마따나 이왕 온 거 아쉬우면 돈을 내고 보고가라는 식인데 관람객들의 주머니 돈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올해부터 유료라면 이 부분을 누구나 잘 알 수 있도록 알려야 하지 않을까?

"유료화는 몇 년 전부터 있어온 말이다. 국내 무료전시는 없다. 때문에 유료화가 옳다고 생각한다. 요금으로 어떤 이익을 내자는 것이 아니다. 유료로 하면 지나가다 시간 때우기로 들르는 사람들보다 정보가 꼭 필요한 사람들만 주로 올 것이다. 그럼 그런 사람들의 관람여건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

도서전 개막을 앞둔 며칠 전 대한출판문화협회에 전화, 이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글쎄 그럴까? 시간 때우기로 도서전을 찾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기에?

그래도 볼 것 많은 2009 서울국제도서전

2009서울국제도서전-북아트작품
 2009서울국제도서전-북아트작품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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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서울국제도서전
 2009서울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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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서전에 참여한 출판사들이 무척 적다. 몇 년 동안 도서전에서 고정적으로 볼 수 있었던 출판사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 많이 보였던 소규모 출판사부스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경제 불황에 부스 값도 올라서 작은 출판사들은 부담이 클 것"이라며 "휑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평소 참 많은 책들을 접하는 나 역시 해마다 도서전을 기념하여 볼만한 책 한 두 권은 꼭 사는 편이다. 또한 앞으로 사보고 싶은 책을 메모해오거나 표지만을 촬영해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일반 출판사들의 참여가 몇 되지 않아 책과 관련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이 점 참 아쉽다.

그런데 출판사만이 아니다. 북아트 부스들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심심찮게 외국인 북아트 작가들이 보였는데 올해는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물론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예전보다 국내 북아트 작품들이 많이 성숙되고 세련된 것 같아 몇 안 되는 부스지만 꽤 오랜 시간을 북아트 코너를 서성이며 관람했다. 또한 몇 년 동안 북아트 작품들을 관람하며 궁금해 했던 것들을 물어보거나 작품 설명을 듣는 등 내게는 썩 유용한 시간이었다.

2009서울국제도서전-한국 고 출판 문화 사료전
 2009서울국제도서전-한국 고 출판 문화 사료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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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서울국제도서전-한국 고 출판문화 사료전의 목판과 능화판
 2009서울국제도서전-한국 고 출판문화 사료전의 목판과 능화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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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곳은 도서전 특별전인 '한국 고 출판문화 사료전'이다. 통일신라를 비롯하여 고려, 조선시대 출판물들이 꽤나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평소 교과서나 문헌, 문화재청 홈페이지 등에서 보던 것들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조 재위 때 우리나라 문물제도를 정리한 동국문헌비고, 1530년에 간행한 신증동국여지승람, 삼국사절요나 향악집성방, 궐리지, 석보상절, 삼유상영정집, 삼국지 방각본(1895년), 동의보감, 구한말 천문지리학 교과서, 한국 최초의 민간출판사사 1884년에 출판한 책등 다양한 출판물들을 접할 수 있는데 설명까지 자세하기 때문에 더더욱 좋았다.

'좁쌀책'이란 것도, 옛 책들의 표지 무늬를 찍는 '능화판'이란 것도 처음 봤고 처음 알았다. 책의 판식과 명칭, 능화판의 6가지 무늬, 세계 인쇄문화 연표 등은 좋은 자료 같다. 도서전에 이런 특별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DVD상영관도 눈에 띄었다. 상영관을 멀리서만 보고 '영화와 도서전이 무슨 상관인가?'싶었다. 그런데 다가가 이를 물어보니 이번 도서전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문학작품이 원작인 작품들이라고. 그것도 하루 몇 작품이나 상영한다. 혹시나 영화를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입구에 열명 남짓의 사람들이 나처럼 기웃거리거나 선채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주최측이 마련한 자리는 30석. 해마다 10만이 넘는 관람객 규모라면 그래도 100석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이 점 참 많이 아쉽다. DVD 제공업체나 일부사람들은 "이왕 돌리는 것,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면 좋을 것"이라며 아쉽다는 눈치다.

2009서울국제도서전-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2009서울국제도서전-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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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코너와 열린책들의 책단지는 전시 아이디어가 돋보여 무척 기분 좋은 코너. 아름다운가게 헌책방에는 시민들이 기증한 오래전 책들을 전시하는 한편 여러 가지 소품들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참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소품으로 쓰면 좋은 손가락 인형 판매 코너도 눈에 띈다.

이번 도서전은 일요일인 17일에 폐막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평일보다 시간을 연장, 작가와의 대화 등 관련행사도 많다. 아쉬움도 많지만 볼만한 도서전이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가보는 것도 좋겠다. 자세한 것은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 참고

덧붙이는 글 | ※13일과 15일에 다녀왔습니다.



태그:#2009 서울국제도서전, #삼성동 코엑스, #대한출판문화협회, #태평양홀, #인도양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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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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