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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나이키사를 방문해 여신상 가슴을 만지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었던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이 이번에는 어버이날 행사장에서 관할 동장을 폭행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등에는 분노한 누리꾼들의 비난 글이 잇따라 올라와 있고, 경기도의회와 한나라당 경기도당이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다 공무원단체는 해당 의원의 퇴진운동까지 벌이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혀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1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안산시지부 진상조사 결과와 일부 언론 보도내용에 따르면 경기도의원 폭력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6일 오전 11시 20분쯤 안산시 대부동 탄도마을 어촌전시관 앞에서 진행된 어버이날 기념 경로잔치 행사장에서였다.

 

경기도의원, 경로잔치서 동장 다그치다 술 사양하자 폭력

 

탄도마을 19통 주민들이 마련한 이날 행사는 당초 어버이날인 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부분의 주민들이 횟집 등 상가를 운영하고 있어 주말을 피해 이틀 앞당겨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마을 노인들과 지역인사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참석한 대부동 지역구 출신 한나라당 소속 노아무개(52·안산 8선거구) 경기도의원은 옆에 있던 홍아무개(47) 대부동장에게 "왜 행사 일정이 변경된 것을 뒤늦게 보고했느냐"면서 욕설과 반말을 섞어가며 다그치기 시작했다.

 

이에 홍 동장은 "마을에서 행사일정을 변경해 나도 뒤늦게 연락을 받았다"며 "일부러 보고를 늦게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19통 통장도 나서 자체적으로 일정이 변경돼 행사당일 오전 9시 30분쯤 동사무소로 통보한 사실을 확인해 줬다. 

 

하지만 취기가 오른 노 의원은 계속 홍 동장에게 "왜 내게 연락을 늦게 했느냐"면서 질책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홍 동장에게 술을 여러 차례 권했고, 홍 동장은 "근무시간이고, 몸도 좋지 않아 술을 마시기가 곤란하다"며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너는 내가 주는 술은 받지 않느냐"는 등의 막말과 함께 잔에 담긴 술을 홍 동장의 얼굴에 끼얹고, 플라스틱 의자를 들어 등 뒤를 내리쳤다. 이로 인해 홍 동장은 오른쪽 어깨 등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고 안산 J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술 끼얹고, 의자로 내리쳐 전치 3주 부상 입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안산시지부는 곧바로 진상조사를 벌여 폭행사실을 확인한 뒤 8일 "폭력을 휘두른 한나라당 노아무개 도의원은 안산시민과 경기도민에게 사과하고 즉각 자진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노조는 성명에서 "도의원이 어버이날을 맞아 어르신을 모신 뜻 깊은 행사에서 대낮 술기운을 빌어 각종 욕설을 내뱉음은 물론 대부동장에게 술을 끼얹고 의자로 내리치는 등 삼류 깡패짓거리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산시민과 함께 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을 우습게 생각하고 안산시를 하부 조직쯤으로 여긴 일개 도의원의 부도덕한 행위가 치를 떨게 한다"면서 "공무원의 명예훼손 및 폭행 등의 행위에 대해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그러면서 ▲ 경기도의회 진상조사와 윤리위원회를 통한 징계 ▲ 한나라당 경기도당과 안산시 단원구지구당의 사과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한 중징계 ▲ 박주원 안산시장의 공무원에 대한 폭행피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모든 조직역량을 동원해 노아무개 도의원이 자진사퇴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는 11일부터 노 의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는 한편 경기도의회 의장,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면담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민병일 공무원노조 안산시지부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폭력사건이 아니라 시장을 대리해 공무를 수행중인 지역 기관장을 폭행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기본적인 자질이 안 된 해당 도의원에 대해 끝까지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개 도의원이 자신에게 주민행사 일정을 보고하지 않고, 근무시간에 술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기관장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면서 "이는 공무원을 마치 자신의 하수인처럼 생각하는 못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경기도당도 성명을 내고 "노아무개 의원의 동장 폭행은 도의원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막장 행동"이라며 "한나라당은 당 소속 도의원의 부끄러운 행동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쇄신의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경기도의회-한나라당 경기도당, 진상조사 나서... 비난여론 고조

 

이처럼 노 의원 폭행사건 파문이 커지자 경기도의회와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진종설 경기도의회 의장은 전화통화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 해당 의원의 윤리위원회 회부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경기도당도 지난 8일 고제영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진상조사반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당 관계자는 "피해자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면서 "이번 주 내로 조사를 마치고, 해당 도의원의 징계수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등에는 분노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무원노조 안산시지부 홈페이지에도 수십 건의 비판 글이 올라와 있다. 

 

이아무개씨는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한 지역의 기관장을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하고 인격적으로 짓밟은 도의원이 기관장 밑의 직원이나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면서 "저런 사람을 지역대표로 뽑은 사람들도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아무개씨도 '술 취한 경기도의회'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해할 수 없는 해외연수로 물의를 일으키더니, 이제는 대낮에 술 마시고 어른들 앞에서 동장에게 폭행과 폭언이냐"면서 "그냥 알아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폭행사건 관련 기사에도 780여개의 누리꾼 의견 글이 달리는 등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아이디 '예쁜그대님'은 "자기가 한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지 마냥 모르쇠로 나가면 사기꾼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늘 푸르른 그녀님'은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맞게 법대로 처리했으면 한다"고 주장했고, '햇살님'은 "동장이 업무 중이라 술을 못 마신다고 하면 칭찬을 해야지, 구타를 하느냐"면서 "도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자숙하라"고 요구했다.

 

 

"동장 타이르는 과정서 불상사... 진상조사 결과 나오면 입장 발표"

 

이에 대해 폭행사건 당사자인 노 의원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평소 홍 동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인데, 지난 6일 홍 동장을 타이르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있었다"면서 "이미 홍 동장과 화해를 했고, 지역 어른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또 "언론보도 내용 중 사실관계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부풀려졌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한나라당 경기도당 등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홍아무개 동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치료관계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홍 동장의 부인은 "오른쪽 어깨 부상이 심해 현재 물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면서 "우리는 이번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노 의원은 지난해 3월 경기도의회 미국친선의원연맹방문단 일행으로 미국 나이키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승리의 여신 '니케'의 동상 가슴과 국부를 손으로 만지는 등의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태그:#경기도의회, #경기도의원, #동장 폭행, #퇴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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