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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강제연행' 광우병 위협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을 든 지 1년이 되는 5월2일, 서울시내는 '계엄령'을 방불케했다. 그리고 경찰의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강제연행'으로 얼룩졌다. 이날 하루 연행자만 112명에 달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을 든 지 1년이 되는 5월2일, 서울시내는 경찰의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강제연행'으로 얼룩졌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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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과 촛불 시위 1주년 기념식 때 강경진압을 했던 경찰이 지난 2일 밤 한 일본인 남성 관광객을 붙잡아 마구잡이로 구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본인 관광객은 자신이 한국인이 아니라는 뜻을 수차례 표하면서 전경 버스에 강제 탑승을 거부하다가 전경들로부터 "외국인 행세를 한다"며 군홧발로 맞았다.

또 그는 강제 연행되는 과정에서 가방 등 개인 소지품을 분실했으나 찾지 못했다.  일본 대사관의 한 관계자도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고만 답했다.

강제탑승 거부하자 "외국인 행세한다" 구타

지난 2일 서울 명동 밀리오레 부근에서 경찰에 연행됐던 백아무개(37)씨는 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2일 밤 10시50분께 밀리오레 부근의 한 계단에 앉아서 시위를 구경하다 경찰에 붙잡혀갔다"며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일본인 관광객도 같이 끌려가 전경들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백씨에 따르면 연행 당시 현장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이 자리에는 시위하던 사람, 외국인 관광객, 지인들과 술 자리를 끝내고 귀가하려던 시민들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경 100여명이 몰려오더니 "이 새끼들 다 잡아!"하면서 시민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저항하는 사람들은 그자리에서 구타 당했다. 백씨는 "당시 경찰은 도로에 있던 사람들은 놔두고 계단에 있던 사람들만 잡아갔다"며 "미란다 원칙 고지 등도 없었다"고 밝혔다.

백씨는 전경 4명에게 끌려갔고, 그의 옆에 있던 한 일본인 관광객도 손을 뒤로 꺾인 채 전경 3~4명에게 붙잡혀갔다. 그는 다른 일행 없이 혼자였다.

백씨와 일본인 관광객은 연행 현장에서 150m 정도 떨어진 명동 호텔 부근의 전경 버스로 끌려갔다. 연행되던 도중 이 일본인 관광객은 일본말로 "자신은 외국인"이라고 항변하다 나중에는 서툰 영어로 "포리너(foreigner)"라고 외쳤다. 그러나 전경들은 들은 체도 안했다.

이 일본 관광객은 전경 버스에 강제 탑승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전경이 "외국인 흉내 내지 말라! **새끼"하면서 군홧발로 정강이를 3~4대 세게 걷어찼다. 결국 이 일본인 관광객은 울먹이며 버스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백씨는 "'이 사람 아무리봐도 외국인 같다'고 말했으나 전경들은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패스포트 제시에 당황한 경찰... 잃어버린 가방은 나몰라라

나중에 영어를 좀 할 줄 아는 선임병이 나타나 "패스포트"라고 말하자 일본인 관광객은 자신의 여권을 꺼내보였다.

백씨는 "그가 여권을 보여주자 전경들은 무척 당황해 했다"며 "갑자기 친절한 태도를 취하더니 상부에 무엇인가 보고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일본인 관광객은 "연행 과정에서 빨간색 가방을 잃어 버렸다"고 항의했으나 "그건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경찰은 밤 11시20분께 일본인 관광객을 신세계 백화점 부근에서 버리듯이 내버려두고 버스에 끌려와있던 한국인 11명을 구로경찰서로 데려갔다.

백씨는 "경찰은 별다른 물증도 없이 4일 밤 8시30분까지 약 46시간 동안 나를 유치장에 가둬놓고 조사했다"며 "유일한 증거는 시위 현장 부근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찍은 '채증 사진'이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감금되어 있으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상당히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인테리어 공사 도중 목장갑 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돌 던진 혐의로 끌려온 아저씨가 있었다, 그의 동료가 전경버스 안까지 와서 사실 확인을 했지만 경찰서로 끌려가 불구속으로 풀려났다"고 전했다.

백씨는 "현 정권이 막무가내로 잡아 가둔 채 최소한의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과거 집회사진과 대조해본 뒤 물증이 없으면 풀어주는데, 그것도 불구속으로 풀어준다"며 "사과는 못할 망정 한 경찰은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맨 당신들 잘못이다'라는 코미디 같은 말을 했다"고 혀를 찼다.

한편 "한 일본 관광객이 한국 경찰에 끌려가 구타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대해 6일 오후 주한 일본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이 직접 주한일본 대사관에 신고했는가 아니면 한국 경찰이나 외교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는가" "이 사건을 외교 문제로 삼을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고만 답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일본인 관광객)과의 관계가 있어서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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