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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대 학생회가 걸어놓은 석가 탄신 축하 펼침막
 한신대 학생회가 걸어놓은 석가 탄신 축하 펼침막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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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심은 온누리 기쁨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걸렸습니다. 한신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학생회가 석가탄신일을 맞아 한신대 정문에 매달아 놓은 펼침막 말입니다. 1997년에 처음으로 축하 펼침막을 내건 이래 지금까지 학생회가 해마다 바뀌어도 이 일만큼은 변함없이 실천에 옮겼습니다. 화계사도 12월이면 항상 성탄을 축하하는 펼침막을 달아 응답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어찌 된 일인지 여느 해보다 늦게 펼침막이 걸렸습니다. 학교 앞을 지나다니며 최근까지도 걸리지 않는 걸 보고 '이번 학생회는 좀 게으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석가탄신일 일주일 전쯤에야 겨우 펼침막이 달려 있어 취재하러 4월 28일 방문했더니, 이마저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박윤호 한신대 관리부장은 "한신대 학생 세 명이 전날 밤늦게 펼침막을 잘라갔다"고 말합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학생회는 다시 제작하여 29일 달았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2주 전에 걸자마자 누군가 떼버려서 다시 달아놓았는데, 이번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학생회가 게으른 게 아니라 펼침막을 못마땅하게 여긴 누군가의 소행이었던 거죠. 그동안에는 극성스런 보수 기독교인들 짓이겠거니 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신대 학생이 그랬다는 사실에 관계자들은 놀랐습니다.

한세욱 한신대학생회 사회부장은 이웃 종교의 큰잔치를 축하하지 못할 정도로 막혀 있는 사람이라면 왜 우리 학교에 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박 부장은 "인성교육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거들었습니다. 신앙의 문제이기에 앞서 인간됨이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신앙 문제라기보다 인성 탓"

 화계사가 내건 성탄 축하 펼침막. 12월이면 화계사는 어김 없이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펼침막을 걸어놓는다.
 화계사가 내건 성탄 축하 펼침막. 12월이면 화계사는 어김 없이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펼침막을 걸어놓는다.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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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침막 하나 가지고 뭐 그러느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신대와 화계사의 오랜 인연을 알면, 그게 상당히 소중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3년 전 화계사는 연달아 세 번이나 불이 난 적이 있습니다. 모두 극성스러운 개신교인의 짓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신대 김경재 교수님과 학생 20여 명이 수업을 마치고 화계사를 찾아 흉물로 변한 법당을 둘러본 뒤 개신교인으로서 깊은 사죄의 뜻을 전하고 법당 청소를 도왔습니다.

기독교인의 방화에 분노하던 현각 스님을 비롯한 외국에서 온 스님들도 한신대 학생들의 진심 어린 사과에 울분이 눈 녹듯이 녹았다고 고백했습니다. 화계사 스님들은 한신대생의 예기치 않은 방문에 그해 12월 성탄 축하 펼침막을 거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이듬해에는 한신대학원 학생회가 석가 탄신 축하 펼침막으로 응답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마을 개신교와 불교는 불미스러운 일을 극복하고 서로의 큰잔치를 축하하는 좋은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후 한신대는 화계사 행사 때 운동장을 내어주고 화계사는 한신대에 버스를 빌려주는 등,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화계사와 수유동성당, 송암교회가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바자회를 한신대 운동장에서 펼칩니다.

악연을 화해의 계기로

동네 사람들이나 등산객 등도 이들의 행동에 "종교들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환영합니다. 그런데 보수 기독교인들은 이들이 친하게 지내는 게 불편했나 봅니다.

한신대 학생들이 걸어놓은 석가 탄신 축하 펼침막을 누군가 밤에 찢어놓으면, 다음날 학생들이 새로 만들어 걸어놓기를 반복했습니다. 조금 더 극성스런 개신교인들이 한신대로 항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떻게 신학교 학생들이 마귀의 괴수를 찬양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걸어놓을 수 있느냐, 학교는 그걸 말리지 않고 왜 내버려두느냐는 것입니다. 심지어 김경재 교수는 "몇 년 동안 집으로 걸려오는 협박 전화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반대가 예전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한신대 대문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는 "아직도 항의전화가 걸려오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줄었다"고 말합니다. 10여 년이라는 세월 동안 화계사와 한신대가 서로에게 보시하며 꾸준하게 신뢰를 쌓아온 덕에 주변도 조금씩 변화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까움이 더욱 컸습니다. 시대를 역행하는 행동에 맞서 한신대 학생회는 보수적인 신앙인들의 무례한 행동을 규탄하기보다는 묵묵하게 다시 펼침막을 제작해 달아놓습니다.

"이웃 종교 큰잔치 축하한다는데 왜 반대하는지"
[인터뷰] 한신대 신학대학원 임장혁 학생회장

 한신대 신학대학원 임장혁 학생회장
 한신대 신학대학원 임장혁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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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신학대학원 16대 평생지기 학생회가 내건 석가탄신 축하 펼침막이 찢겨지자, 임장혁 학생회장을 비롯해 학생회가 4월 29일 다시 펼침막을 달았습니다. 학교 정문에서 펼침막을 설치하고 있는 임 학생회장을 만났습니다.

-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올해는 두 번이나 펼침막이 찢겼는데.
"보수적인 신앙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훼손했다. 우리는 이웃 종교의 큰 잔치를 축하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오심이 온누리의 기쁨입니다'라고 내걸었는데, 이 문구가 그들을 자극한 것 같다."

- 특별히 자극할만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은데.
"온누리 기쁨이라는 말을 마치 부처님이 인간을 구원하는 신으로 여기는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 우리는 그저 이웃으로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웃 종교의 큰잔치를 축하한 것이다. 그들은 오직 예수만이 우리를 구원하는 분인데, 신학생들이 다른 부처님도 예수님과 같은 분으로 여긴다고 생각한 것이다."

- 그들과 만나보았나.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이웃 종교를 존중하는 의미였다는 우리 뜻을 전달했다. 그들이 자극받은 문구는 나중에 조금 수정하는 대신 다시는 훼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들도 대화 없이 찢어버린 것에 대해서 사과했다. 그렇지만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대응할 생각이다."

- 한신대는 이웃 종교에 열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학교 안에서도 석가 탄신 펼침막을 달자는 의견과 달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당연히 달자고 한다. 일부 학생이 강하게 반대하는데, 그런 목소리는 크게 들리기 마련이다."

- 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당연히 다시 달아야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웃으로 함께 살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서울 강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단체 생명평화연대 홈페이지(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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