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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리버풀 존무어 대학(Liverpool john moores university)의 마크 벨리스(Mark bellis) 연구팀은 '(록)스타들이 일반인들보다 2∼3배 빨리 죽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단명한 스타들은 대부분 스타덤에 오른 5년 이내에 주로 약물, 음주, 자살 등으로 생을 마감했는데, 이는 대부분 갑작스런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감, 명성에 대한 부담감 등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이 연구팀은 설명했다.

굳이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언뜻 생각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총기자살로 생을 마감한 커트 코베인, 약물중독으로 죽은 제니스 조플린, 공식적으로는 심장마비이나 역시 약물중독으로 인해 사망한 짐 모리슨이 있다. 또 불멸의 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약물중독)의 죽음이 있었고 비교적 최근에는  영화배우 장국영(자살), 히스 레져(약물과다복용) 등도 있었다. 올해 들어 국내 연예계는 연일 계속되는 자살소식에 망연자실한 상태다. 탤런트 안재환, 최진실, 유니, 정다빈, 장자연, 그리고 우승연에 이르기까지 이쯤 되면 연예인 자살사건을 한 개인의 선택만으로 놓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27일 목매 숨진 배우 우승연.
 27일 목매 숨진 배우 우승연.
ⓒ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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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연예산업은 철저한 스타시스템으로 구동된다. 스타시스템의 관점에서 보자면 결국 음악도, 영화도, 드라마도, 모두 스타를 만들어 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스타란 그 개인의 <personality>가 다양한 연예산업의 기제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character>로 환치된 것이다. 대중은 결코 스타의 개별적 품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감동시켰던 연예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고 나아가 동일시(identification)하게 된다.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사건, 우울증, 마약사건은 이러한 연예산업, 스타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서 비롯되었다.

한 인간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고(혹은 버리고) 영화나, 드라마, 음악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을 때 실존적 자아와 만들어진 이미지 사이의 괴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세상 모든 영광과 행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스타들의 심리가 불안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스타와 자기를 동일시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일상이 공공의 일상이 되어 버린 공포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때 정체성을 잃어버린 스타의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단지 먹고사는 문제의 고달픔이나 확실치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더욱 심각하게 연예인들을 위협한다.  

문제는 이들 연예인들이 마음 놓고 이러한 심리적 상처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해외 스타들은 파파라치로 인한 사생활 노출과 극심한 언론공세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있어 스스럼없이 병력을 공개하거나 치료중이라는 사실을 밝히는데 반해 한국에서 인기절정의 스타가 정신과 상담이라도 한번 받았다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면 그(혹은 그녀)가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될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야말로 연예인들의 죽음을 조장하는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병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숨겨야 할 비밀이나 치부로 여기는 시선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꽃' 같은 연예인들의 애석한 죽음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가슴이 아프다.    


태그:#연예인 자살, #우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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