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개성공단 문제와 PSI 전면참여 여부에 대한 현안보고를 마친뒤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에게 사적인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은 지난 22일 외통위에 출석해 한미FTA 비준안 상정을 기다리다가 야당의원들의 반발로 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되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천정배 의원 등에게 "미친 X" 등 막말을 해댔다. 회의장 마이크가 켜져 있었기 때문에 유 장관의 발언은 국회 영상회의록에 그대로 녹화됐다.

 

당일 외통위 영상회의록을 보면 유 장관은 회의가 진행되자 일어서서 서성이다가 박진 위원장의 자리정돈 지시를 듣고 제자리에 앉았다. 이어 김 본부장과 위원장석 주변 기자와 보좌관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다가 천 의원 등을 발견했다.

 

유명환 "(국회 보고) 기본적으로 없애버려야 돼"

 

이때 유 장관은 "(천정배는) 여기 왜 왔어? 미친 X"(영상회의록 1시간 29초 53초)라고 발언한 뒤 "이거(국회 보고) 기본적으로 없애버려야 돼"(1시간 32분 30초)라고 내뱉었다.

 

공개적인 발언은 아니었지만, 유 장관의 욕설은 국민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국무위원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어서 파문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이 문제삼고 나섰다. 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개브리핑을 통해 "외통위를 소집해서 유 장관의 욕설 발언 경위를 따지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관료들이 국회를 경시하고, 국회의원을 모독하는 행태가 이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폭언을 퍼붓는 막말 관료들이 어떻게 국민을 섬기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유 부대변인은 "필요하다면 유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사퇴 요구나 명예훼손 소송도 제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인촌, 윤증현, 유명환... MB정부 각료 막말 어디까지?

 

한편 '욕설'의 대상이 된 천정배 의원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천 의원측은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는데, 유 장관이 사적 대화에서 욕설을 한 것을 갖고 문제삼지는 않겠다"면서도 "국회를 무시한 발언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측은 또 "국회를 기본적으로 없애버려야 한다는 발언은 국민의 대표기관을 무시하는 심각한 발언"이라며 "개인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공식 대응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명환 장관의 '욕설 파문'이 확산됨에 따라 이명박 정부 각료들의 '국회 무시 관행'이 또 한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앞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월 26일 한 강연회에 나가 "국회가 깽판"이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야당이 윤 장관 발언을 문제삼고 나서 한동안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도중 국감장을 박차고 나가며 사진기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찍지마, XX", "정말 성질이 뻗쳐서~" 등 막말을 쏟아내 기자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그 뒤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유 장관은 공식석상에서 "죄송하다"며 사과해야만 했다.

 

유 장관 "누구 들으라고 한 말 아니다"

 

이에 대해 유명환 장관은 "누구를 모욕하려고 한 것도, 누구 들으라고 한 말도 아니었다"면서 천정배 의원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 장관은 28일 오후 외교통상부 기자실에 내려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당시 (지난 22일) 상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 상임위가 아닌 분들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한미FTA비준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김종훈 본부장과 이야기하다가 혼잣말로 '미쳤군, 왜 들어왔어'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천 의원쪽에서 더욱 크게 문제를 삼고 있는 "없애 버려야 돼"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몸싸움을 없애야 한다는 뜻이었다"면서 "일개 장관이 국회를 없애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번에 국회 폭력사태가 큰 문제가 됐는데, 이번에 한미FTA비준안 통과시키면서 또 그런 기사가 CNN 등에 나가게 될까봐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천 의원쪽에 계속 연락을 하고 있는데, 비서에 따르면 천 의원께서 상임위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면서 "오늘 저녁이라도 찾아가서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정식으로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기자들에게 "평소 저의 행동과 인격을 믿어달라, 고의가 아니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하지만 유 장관이 '국제신사'라는 직업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막말' 파문은 그에게 더욱 큰 흠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