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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카마츠시 한 스시전문점에 들렀다. 손님이 전혀없다
 타카마츠시 한 스시전문점에 들렀다. 손님이 전혀없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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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 카가와현의 중심도시 타카마츠. 스시전문점 신산(森山)에 들렀습니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전무합니다. 음… 이거 잘못 들어온 것 아닌가 몰라. 일단 자리에 앉았습니다. 텅 빈 다이에 혼자라 편하고 좋습니다. 하지만 편안함도 잠시, 요리사와 1대1로 마주한 시간. 서로 간에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라 너도 서먹 나도 서먹. 그래도 좋습니다. 사실 좀 전의 그 가게에서는 다이 좌석이 만석이었던 데다 흡연자까지 있어 미각에 방해를 받았었거든요.

 피조개는 스시용으로 훌륭한 소재이다
 피조개는 스시용으로 훌륭한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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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에 뭐가 있나 살펴보고 일단 넙치부터 주문. 요리를 떠받들 주류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입니다. 연어알, 피조개, 시메사바 등으로 이어지는 스시가 미각의 만족을 이끌어내진 못하네요. 스시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사시미를 주문하였습니다. 맞춤형으로 말이죠. 횟감을 직접 고르고 가격도 2000엔으로 잘랐습니다. 우리 돈으로 3만3000원하는 사시미가 되겠습니다. 당시 원엔활율이 최고점수준인 1650원대에 일이라 지금 생각하면 약간 속이 쓰리기도. 현재는 1300원대까지 낮아졌죠.

 사시미, 광어, 참치, 복으로 구성되었다. 사케는 사시미를 잘 떠받들어주는 욜리이다.
 사시미, 광어, 참치, 복으로 구성되었다. 사케는 사시미를 잘 떠받들어주는 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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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은 광어, 참치, 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타카마츠에서 밤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사케도 주문합니다. 이런 곳에선 브랜드 술보다 지자케(지역술)를 마시는 게 현명하죠. 특별한 업소가 아닌 이상, 브랜드 술은 구비도 해놓지 않겠지만. 카가와현에 왔으니 카가와현산 지자케로 골랐습니다. 술 이름 한 번 참….

悦 凱 陣  興 うすにごり生 純米吟醸
(에츠 가이진 코우 우스니고리나마 준마이긴죠)

술명이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이게 또 지자케의 매력 아닐까요? 대형 주류회사의 획일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의식의 세계를 술로 표현하고 있는 게 일본 양조장의 장점이죠. 이 술도 만드는 이가 마음껏 장난을 부렸는데요. 술명에 들어가 있는 코우(興)의 뜻이 뭔가 하고 살폈더니, 세상에 글쎄 자신의 이름 한자를 집어넣었지 뭡니까. 장난이라고 표현했지만 설마하니 심심풀이 땅콩으로 그러진 않았겠죠. 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충실히 담아내겠다는 각오의 표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에츠 가이진 코우 우스니고리나마 준마이긴죠/ 정미율: 50%/ 사용미: 핫탄니시키(八反錦)/ 도수: 18도 이상~19도 이하/ 효모: 구마모토 9호/ 타입: 단네카라구치(엷은 드라이)/ 사케도 -4~6 /양조책임자(社氏): 丸尾 忠興/ 제조지역: 카가와현
 에츠 가이진 코우 우스니고리나마 준마이긴죠/ 정미율: 50%/ 사용미: 핫탄니시키(八反錦)/ 도수: 18도 이상~19도 이하/ 효모: 구마모토 9호/ 타입: 단네카라구치(엷은 드라이)/ 사케도 -4~6 /양조책임자(社氏): 丸尾 忠興/ 제조지역: 카가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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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명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게 우스니고리나마(うすにごり生)입니다. 니고리(にごり)는 탁함을 말하고 따라서 '니고리자케'는 탁주가 되겠죠. 나마(生)야 다들 아실테고.

우스(うす)는 니고리와 반대의 개념입니다. '엷은'의 뜻을 담고 있으며 즉, 탁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뭐 설명이 뒤죽박죽이지만 쉽게 말하자면 이게 되겠네요.

청주!

그렇다면 간단히 사케라고 하면 되지 해골 아프게 우스니고리나마는 또 뭣인게냐? 라고 하실 지도 모르겠는데요. 이래서 사케가 재미난 술 아니겠습니까? 통일되지 않은 다양성에 복잡미묘함을 담고 있고 또 그것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존재하니 말이죠. 획일주의 교육으로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말살하는 윗대가리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자~ 암튼.

그렇다면 또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게 있죠. 나마자케(生酒)와  우스니고리나마(うすにごり生)와의 차이는 뭘까요? (나도 점점 머리가 가열되기 시작함)

 모로미(もろみ), 아직 술과 지게미를 분리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모로미(もろみ), 아직 술과 지게미를 분리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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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모로미(もろみ)는 아직 거르지 않은 술이나 간장을 뜻하는데요. 압력을 가해 술지게미를 걸러내고 모은 청주를 또 다시 미세한 성분까지 여과한 게 '나마자케' 즉, 생주죠. 반대로 여과를 거치지 않은 술이 우스니고리자케가 되겠네요. 술지게미와는 분리되었지만 효모는 고대로 포함되었죠. 당연히 나마자케보다는 우스니고리자케가 더 살아있는 술입니다. 오죽하면 병에 활성생주(活性生酒)라고 써붙였을까요.

나마자케도 그렇지만 맛이 계속 살아 움직이기에 신선함이 무기이죠. 따라서 빠른 소비가 관건입니다. 때문에 국내에 들여오기는 쉽지가 않죠. 즉, 우스니고리자케는 본고장에서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술이다 이 말씀입죠. 더군다나 에츠 가이진 코우 우스니고리나마 준마이긴죠(헉헉…)는 한정상품이라 특별함이 더해지다마다요.

사용미는 히로시마산 주조호적미 핫탄니시키(八反錦)네요. 니가타현을 대표하는 주조호적미 고햐쿠만고쿠와 비교하면, 쌀 중심부의 전분부위가 크고 정미 내성이 센 게 장점이라는군요. 그러니까 결론은 고햐쿠만고쿠보다 더 좋다는 얘기인데, 왜 명성이 덜 났는지는 굳이 고민하지 않겠습니다.

 우스니고리나마자케는 살아있는 술이라 맛의 변화가 빠르다. 신선한 기간에 마시는 게 좋다
 우스니고리나마자케는 살아있는 술이라 맛의 변화가 빠르다. 신선한 기간에 마시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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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니고리나마자케는 병 마개를 오픈 후 몇 잔 마시고 일주일 후쯤 마시면 더욱 맛이 좋아진다는데요. 그래서인지 잔술로 팔더라구요. 저 술을 병째 마신 건 아니구요. 잔술로 주문했죠. 우리네 '되'와 같은 모양의 마스(ます)에 술잔을 놓고 넘치게 따른 게 한잔입니다.

 복사시미를 집고 있다. 튕겨내는 식감이 출중한 소재이다
 복사시미를 집고 있다. 튕겨내는 식감이 출중한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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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회를 맛보니 일본은 일본입니다. 신선함에 놀랄 정도니까요. 튕겨내는 듯한 식감을 지닌 복어회는 어떻구요. 신선하고 싸~한 느낌의 신주 한 잔이 있어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에츠 가이진 코우 우스니고리나마 준마이다이긴죠, 이 술이 또 아주 재미나군요. 사케도가 -4~6이라면 상당히 아마자케(단술)에 속하는데요. 마셔보면 아마자케스럽지가 않더란거죠. 이유인즉슨 18.5도라는 경이적인 도수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일반적으로 사케는 14~16도인데 반해 2~3도나 더 위에 있으니 만만히 볼 술은 아니겠죠. 양조장을 고대로 병에 담은 듯한 신선함, 이게 바로 신주(새술)의 맛이죠.

 요리사가 한사람의 손님을 위하여 늦은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요리사가 한사람의 손님을 위하여 늦은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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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를 경험한 신산(森山)은 요리사의 수준이 최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로 인해 요리의 불만족은 어느 정도 희석되었습니다. 덕분에 이곳에서의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호텔에서 바로 잠들기는 뭐해, 사바스시와 맥주 한 병 들고 일어섰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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