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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지킴이 강호선 할머니. 강호선 할머니는 35년 동안 꾸준히 북한산을 청소하며 세상을 정화하는 꿈을 꾸고 계신다.

 

강호선(75) 할머니는 눈에서 빛이 나는 분이다. 웬만한 청년들도 할머니와 대화하다보면 금세 눈을 내리깔게 된다. 기세에 눌리는 것이다. 할머니가 세상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으로 마을 사람들과 소리 높여 대화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대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마을 모두가 쓰는 물건을 저 혼자 쓰는 사람에게 호통 치는 것이다.

 

특히 가르멜수녀원 위 작은숲속과 영락기도원을 거쳐 북한산에 오르는 등산로에 쓰레기는 버리다가 들키면 '큰일' 난다. 할머니는 1973년 지금 살고 계시는 인수동 430-7번지로 이사와 지금까지 마을에 살고 있다. 우연히 북한산에 등산하다가 산 곳곳에 피어나는 벚꽃과 진달래가 아름다워 남편을 설득해 아예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인수동으로 집을 옮겼다. 그리고 날마다 산에 올랐다. 기운이 나는 날은 인수봉까지, 그렇지 않으면 칼바위까지 오르락내리락했다.

 

산을 사랑한 만큼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신음하는 산이 안타까웠다. 매일 북한산에 오르면서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주워 내려왔다. 대여섯 포대씩 모아서 내려오는 날도 부지기수다. 누가 알아주거나 상 주기를 바란 건 아니다. 그렇지만 늘 쓰레기를 모아오는 할머니를 사람들이 넝마주이로 오해할 때는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사람들의 괜한 오해와 속상하게 하는 말을 피하려는 마음에 얼굴을 가리려고 수건을 쓰고 다녔다. 그래도 사람들이 야속했을까, 할머니는 이 때 일을 이야기하는 순간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목소리가 떨렸다. '북한산 호랑이' 같은 할머니 풍채에는 왠지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하던 초기까지는.

 

3000그루 심어 딱 한 그루만 남아

 

할머니의 북한산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산에 꾸준히 나무를 심었다. 사철나무‧향나무‧단풍나무를 한 해에 100그루 넘게 심었다. 할머니는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묘목을 구해다 산에 옮겨 심었다. 30년째 그렇게 심었으면 3000그루도 넘을 텐데 주로 어디에 심었는지 여쭈었다. 그러자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기 집에 심는다고 뽑아가는지 모르겠는데 남는 게 없다. 나무를 심고 나서 잘 자라는지 살펴보러 가면 누군가 뽑아간 흔적만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냥 내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심었을 뿐이다."

 

그래도 살아남은 나무가 있을 것 아니냐고 했더니, 10년 된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다고 말했다. 손바닥 크기만 한 놈을 심었는데 이제는 사람 키 정도로 컸다고 자식 자랑하듯 행복해하신다.

 

아무리 취미여도 그렇지 심어놓기 무섭게 뽑아가는데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나무를 심었을까. 할머니는 "쓰레기를 줍고 나무를 심은 건 사람도 생명도 모두 숨 쉬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정화하고 싶었다. 그게 내 삶의 목적이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종교 신념 수준이다.

 

매일 산에 오르다 '불' 받다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는 청룡빌딩 2층에 미륵본불여래사를 세웠다. 그렇지만 우리가 아는 정통적인 불교신자나 비구니는 아니다. 승가대학을 나오거나 사찰에서 불경을 배운 게 아니라는 말이다. 2001년, 매일 같이 북한산에 오르던 할머니는 어느 날 산에서 신 체험을 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불을 받았다고도 했고, 미륵본불이 되었다고도 했다. 신비한 경험을 한 뒤부터 산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미륵으로 보였다. 그 때부터 내가 세상에 온 목적은 세상을 깨끗하게 하라는 뜻이라고 확신했다. 70이 다 된 나이네 새로운 꿈이 생긴 것이다.

 

산에 버리는 쓰레기를 줍는 것도 산에 나무를 끊임없이 심는 것도 세상 정화라는 더 큰 꿈으로 모아졌다. 그리고 마음이 더러워지는 것도 진실한 마음을 품어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인 변종렬 할아버지(82세)가 할머니와 대화에 들어오셨다. "남 이야기하지 마라. 자신만 제대로 살면 된다. 남 탓할 것 없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길게 설명할라치면 "그만해라", "길게 말할 것 없다", "요새 사람들은 그 정도 이야기하면 다 알아 듣는다", "젊은 사람이 노인네 이야기 길게 하면 겉으로는 들어줘도 사실은 싫어한다"고 끝없이 말을 끊으셨다. 망구를 넘긴 할아버지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운이 넘쳤기 때문일까, 할머니는 신나게 말씀하시다가도 할아버지 한 말씀에 바로 멈추셨다. 기분 나쁜 내색을 전혀 하지 않으셨다. 조금 더 길게 설명하셔도 된다고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할아버지 뜻에 따랐다. 할아버지는 이야기가 길어지면 실수하기 마련이라는 지론을 계속 강조하셨다.

 

아직도 꿈꾸기를 포기 안 해

 

할머니는 아침저녁으로 여래사에 들러 세상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법화경 같은 불교 경전을 읽는다. 무슨 말인지는 겨우 이해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게 깨닫지 못해 늘 아쉽다고 했다. 할머니는 학문에 능통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그런 사람을 만났더라면 내가 깨달은 바를 더 깊게 풀어낼 수 있었을 텐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굵디굵은 눈물을 쏟아내셨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그 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셨다. 보기에 민망하셨는지 할아버지가 "당신이 실력이 없어서 그런 사람 못 만나는 것이다"고 다그치셨고, 할머니는 그제야 "당신 말이 옳다"고 마음을 진정하셨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꿈을 포기하지 않으신다. 오늘도 북한산에 오르며 인간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고 나무를 심는다.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불호령도 내린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을 기다린다. 할머니는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총기 있게 돌아다니면 반가워 가슴이 뛴다고 하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서울 강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단체 생명평화연대 홈페이지(www.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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