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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마운드에 나와 투수 김광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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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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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SK야?' 지난 2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SK와 롯데의 경기에서 벌어진 빈볼 시비는 많은 팬들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SK가 8-1로 크게 앞선 8회 초, SK의 세 번째 투수 채병용의 공이 롯데 조성환의 왼쪽 얼굴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조성환은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이튿날 서울 한양대병원에서 함몰된 부위를 복원하는 대형수술을 받아야 했다.
감정이 상한 양팀은 8회 말 SK 공격에서 롯데 투수 김일엽이 SK 박재홍의 무릎쪽으로 날아가는 위협적인 볼을 던지면서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난입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박재홍은 김일엽의 투구가 고의적인 보복성 사구라고 판단하고 마운드 위로 뛰어올라가 손찌검을 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또 경기가 끝난 후에는 롯데 공필성 코치가 SK 덕아웃으로 찾아가 설전을 주고받으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박재홍이 장식한 250-250(홈런-도루) 달성 대기록은 그라운드 위의 소란과 맞물려 슬쩍 묻혀버렸다. 이 과정에서 팬들도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물병과 이물질을 투척하며 거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처음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채병용은 조성환에게 던진 볼이 고의적인 빈볼이 아니라 몸쪽으로 던진 승부구가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SK가 이미 7점차로 크게 앞서 있던 상황에서 상대 타자에게 고의적으로 빈볼을 던져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채병용이 등판 이후 김주찬과 이인구에게 연속 출루를 허용하며 무사 1·2루로 몰린 데다 조성환이 채병용의 볼을 끈질기게 커트해내며 팽팽한 승부를 펼치고 있던 상황이었는지라 오해를 불러오기 충분했다.
SK의 빈볼 시비 '전례'들
그러나 고의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SK 야구가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야구팬들이 이번 사태를 단순히 우발적인 사고 정도로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것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채병용은 지난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김동주에게 빈볼을 던져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채병용은 빈볼에 항의하는 선배 김동주와 언쟁을 벌이고 나중에는 벤치 클리어링 상황에서 멱살을 잡으며 맞붙기도 했다. 당시 두산은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만 SK 투수들에게 7개나 되는 사구를 당했다.
지난 시즌에는 윤길현이 기아 최경환의 얼굴을 향해 사구를 던져서 논란을 일으켰다. 파문이 커진 것은 윤길현이 빈볼을 던지고도 대선배를 향해 사과 한마디 없었던 것은 물론, 이후 최경환을 삼진으로 잡은 뒤 덕아웃으로 돌아가며 욕설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이 일로 김성근 감독이 윤길현을 한동안 2군에 내린 것은 물론, 자신역시 공개사과와 함께 다음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것으로 책임을 졌다.
빈볼과는 다른 경우지만, 지난해에는 LG 김재박 감독이 SK의 '위험한 2루 수비'를 지적한 것이 일파만파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재박 감독은 'SK 선수들이 2루 수비시 베이스 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포수처럼 블로킹을 한다"고 지적하며 "베이스 러닝 때 상대 주자나 수비수가 모두 다칠 수가 있는 위험한 동작"이라고 언급했다.
당연히 SK 구단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고, 후쿠하라 미네오 수비코치가 직접 기자들 앞에서 SK의 수비동작을 시연해 보이며 공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 사건은 불필요한 확전을 원치 않았던 양팀 관계자들이 한 발씩 물러나며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한동안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을 일으키며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공공의 적? SK는 억울하다
문제는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에 유독 SK가 자주 얽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우연을 가장한 어떤 필연일까. 물론 SK 구단이나 팬들 입장으로서는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우발적인 사건들을 작위적으로 엮어서 SK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확실히 SK가 몇 년째 너무 잘 나가다보니 타구단들의 견제심리도 작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SK 투수들이 유난히 몸에 맞는 사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적극적으로 몸쪽 승부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몸쪽 승부는 SK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야구에서는 필연적인 것이며, 여기에 감독의 성향이나 포수의 투수리드 성향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제구가 받쳐주지 못하는 몸쪽 승부는 언제든 타자를 위협할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야구에서 몸쪽 승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빈볼 자체는 고의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 과정에서 상대 타자들이 무분별하게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특히 젊은 투수가 유난히 많은 SK에는 사실 제구력보다는 파워 위주의 피칭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조성환의 경우만 하더라도, 얼굴을 강타한 공이 행여 조금만 더 안구나 급소쪽으로 향했다면 부상 정도가 아니라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었다. 이 문제를 단순히 우발적 사고로 취급하고 넘기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투수와 타자는 직접 대화를 하지 않고도 팔의 궤적이나 볼의 각도만 보더라도 빈볼 여부를 직감할 수 있다고 한다. 컨트롤 난조에 따른 우발적 사구의 경우, 타자들도 어필을 할 수는 있지만 웬만해서 투수와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SK 경기중에는 빈볼 시비로 인하여 충돌을 빚는 경우가 빈번하다. 타자들이 SK 투수들의 제구력 문제보다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지난 과거의 몇몇 사례에서 보듯, 문제가 벌어질 때마다 일부 선수들의 좋지 못한 매너와 불필요한 대응도 SK 야구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어냈다. 채병용은 지난 경기에서 조성환에게 부상을 입히고 난 뒤 롯데 선수단과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사과하고 그라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과거 한국시리즈에서의 채병용이나 기아전에서 윤길현은 빈볼을 던지고 난 후 항의하는 상대 선수들에게 오히려 감정적으로 맞대응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던 전례가 있다.
아직도 적지 않은 팬들이 이때의 기억으로 인하여 SK나 김성근 야구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승부 근성'이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
프로야구는 전쟁이 아니라 스포츠다. 상대가 없는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 상호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프로라는 타이틀은 동네싸움만 못하다. 프로의 미덕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SK에 쏟아지는 비판적인 여론에 대하여 '절대강자에 대한 시샘'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대한 자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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