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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허위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가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생중계 인터뷰에서 아고라에 글을 쓰게 된 경위와 검찰에 구속된 뒤의 심경 등을 밝히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허위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가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생중계 인터뷰에서 아고라에 글을 쓰게 된 경위와 검찰에 구속된 뒤의 심경 등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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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1일 그동안의 활동 무대였던 다음 아고라를 떠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유롭게 글을 쓰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박씨는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및 이어진 간략한 인터뷰에서 "이제 자유의 몸이 됐으니 복귀 인사 차원에서 아고라에 글을 한 번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물음에 "검찰이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아이디와 비번을 가져갔으니 검찰이 (글을) 쓰지 않겠냐"며 다소 냉소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박찬종 변호사의 김승민 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어떤 글을 쓰더라도 비난하고 의심하는 댓글이 많기 때문에 아고라에 글을 쓰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며 "변호인단이 지난 석 달 동안 박씨 아이디로 접속해서 글도 남기고 그가 진짜라는 걸 증명했는데 굳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럴 필요가 있겠냐"고 설명했다.

박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 "항소심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경황이 없을 것 같다"면서 "블로그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의 말은 검찰 수사로 자신이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아고라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보다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와 관련 김승민 보좌관은 "항소심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 전문가들과의 팀 블로그를 만드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씨가 아고라를 떠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게 된 이유는 아고라를 관리해온 다음이 검찰에 그의 인적사항을 넘긴 정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씨는 자신의 이념 성향과 관련, "나는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니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라며 "한쪽으로 치우치면 개인의 생각이 가미되면서 왜곡의 요지가 있기에 중도를 견지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개인의 권리'를 강조했다.

"한국사회는 개개인이 병역과 납세, 심지어 개인의 선택인 출산까지 의무로 떠넘기면서도(강요하면서도) 당연히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행정력으로 제한하거나 왜곡된 법의 잣대로 재단하려고 한다. 학교 다닐 때는 주인의식 가지라고 가르치면서 왜 사회에 나오면 정반대로 말을 하려고 하는데 법치주의다, 실명제다 하며 제약을 가하는가? 1960~70년대식으로 따라오게 하면 안 된다. 이런 것으로 기본권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그런 현실을 일깨운 케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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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씨는 "나는 구치소는커녕 경찰서에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내가 왜 1.07평의 독방에 갇혀야 하는 것에 화가 많이 났지만, 그 안에서 마인드 트레이닝으로 마음을 다스렸다"고 감옥 생활을 회고했다.

박씨는 이날 대담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과거와 달리 신중하게 언급했다.

그는 "경제를 보던 흐름이 교도소에서 끊겼고,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에 취임했으니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는 7월쯤 생각해볼 문제"라고 이명박 2기 경제팀에 대한 평가를 아꼈다.

박씨의 모습이 방송되는 동안 "글은 예리한데 말은 어눌하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이 많았는데 이에 대해 그는 "글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지만 말하는 건 연습이 안 되어 있다"며 "글쓰기가 더 익숙하기 때문에 말하는 데는 어느 정도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박씨의 주요 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함축적인 글로 검찰에 기소... 이제는 각별히 유념하고 글 쓰겠다"

- 만약 최종 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된다면 자신을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생각인가?
"검찰에 법적인 피해보상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 정부를 상대로 손배소를 한다고 해도 결과가 나오는 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그걸 감수하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 갑작스러운 유명세를 감당하기 어렵지 않나?
"나도 처음에는 조용히 끝내려고 했다. 그런데 사람이 (감옥에)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오니 그런 생각이 안 든다."

- 앞으로는 글쓰기에 보다 정확성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그 당시로써는 익명성이 유지되는 상황이어서 함축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실수가 생겼다. 왜 그런 지 부연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함축적인 글 때문에 검찰에 기소까지 됐다. 그동안 익명으로 글을 썼지만, 이제는 각별히 유념하고 글을 쓰겠다."

- 이제는 글을 쓰는 환경이 다르다. 예전에는 부담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미네르바 글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주시할 것이다.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느낀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게 중요하다. 익명으로 글을 쓸 때는 욕도 많이 섞어서 썼는데, 앞으로는 언어순화를 해야겠다."

- 인터넷에 글 쓸 때 미네르바라는 익명을 유지할 것이냐, 박대성이라는 실명을 쓸 것이냐?
"첫 공판에 방청객들이 많이 오셨더라. 익명성은 그때 이미 끝난 것이기 때문에 익명이냐, 실명이냐는 지엽적인 문제다."

- 앞으로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글을 쓰겠다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자기 전문분야 외에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정치·경제·사회 등(으로 나눠) 개별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데, 경제학도 사회과학에서 파생되지 않았나? 내가 누릴 수 있는데 무심결에 지나가는 부분들, 세금을 내면서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들, 사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의 가능성 등을 따져보고 싶다."

- 전문성을 문제삼는데 글을 잘 쓰기 위해 공부를 더 하겠다는 생각은?
"완벽한 보고서까지는 못 되더라도 미흡한 부분을 대폭 보강해서 자세한 글을 써보겠다."

- 지난해 대선 때 왜 투표를 안 했나? 투표를 하지 않아서 공범이라는 게 무슨 뜻이냐?
"왜 내가 교도소에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니 내가 행사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권리를 누리려면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내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방관자적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런 게 논란이 되면 안 되는데, 그동안 권리를 방관하고 외면한 측면이 있다."

"나는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니 중도라고 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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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가 비판으로 바뀐 것 같다.
"그 당시 정부 정책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비판적으로 쓰게 된 것이다."

- 보수·중도·진보 중 본인의 이념적 성향을 스스로 평가하면?
"나는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니 중도라고 보는 게 맞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개인의 생각이 가미되면서 왜곡의 요지가 있기에 중도를 견지하게 된다."

- 교도소에서 어떤 책을 읽었나?
"어떤 분이 안토니오 그람시(이탈리아의 좌파 혁명가)에 대한 책을 보내주셨다. 그것 말고는 <성경>과 <버락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이 기억난다."

- 글 쓰는데 영향을 준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미국의 폴 크루그먼이나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 같은 분의 책이나 논문에 많이 공감했다."

- 호감을 갖는 국내의 유명인은?
"교도소에서 KBS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마음을 비우라'고 말씀하시는 대목이 나오는데(웃음)…. 그분을 존경할 정도는 아니라도 심리적 공백을 채워주는 데 많이 도움이 됐다."

- 외국어 공부는 어떻게 했나?
"솔직히 사는 데 바빠서 공부를 제대로 못 했다. 극복해 보겠다."

- 검찰에 처음 체포됐을 때 본인의 학력 문제가 부각됐는데….
"그건 사실이니까….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겠다. 그냥 담담하다."

▲ [풀영상]'미네르바' 박대성씨 오마이뉴스 생중계 대담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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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네르바, #박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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