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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 인수동에 있는 대안학교 '아름다운다운마을초등학교'에서 5학년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칩니다.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면, 가르친다기보다는 함께 논다고 해야겠습니다. 내가 한 마디 하면 다섯 명의 어린 친구들이 돌아가며 서너 마디 하는 분위기이니까요. 그래도 친구들은 "기억할 것은 다 한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이번 주 우리가 '놀아 볼' 주제는 '인터넷 중독'입니다.

어린 친구들과 대담.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터넷 중독이 호한마마보다 무서운 세상이 되었네요.
▲ 어린 친구들과 대담.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터넷 중독이 호한마마보다 무서운 세상이 되었네요.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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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미리 초등학생 12.8퍼센트가 인터넷 중독에 걸렸다는 기사를 함께 보았습니다. 한 반에 3~4명은 중독이라는 말인데, 정말 그럴까요. 함께 공부하는 친구 중 제도권 학교에 다니는 친구 둘이 '실태'를 알아오기로 했습니다.

사실 특별히 알아오고 조사할 것도 없습니다. 인터넷 중독에 빠졌다고 생각이 드는 친구들이 같은 반에서도 여럿이라고 말했습니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사례를 들어보니, 행정안전부에서 조사한 결과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컴퓨터 없이는 못 살아, 나는 정말 못 살아"

지민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습니다.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이것 없으면 못 살겠다 싶은 것'을 설문 조사하셨답니다. 여자 애들은 음식이나 물이라고 대답했답니다. 그런데 남자들 대다수는 '컴퓨터'라고 응답했다는 겁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답을 한 친구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당수는 반사적으로 그런 대답을 했다는 게 지민이 판단입니다. 우리의 지민이는 "가족이라고 적었다"고 하네요. 주변 친구들이 정말이냐는 듯 쳐다봅니다.

예진이도 친구들이 컴퓨터와 인터넷 게임에 얼마나 빠져있는지 거들었습니다. 예진이랑 같은 반 친구 중에 집에서는 잘 때까지 온종일 컴퓨터 앞에만 있는 아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너무 심하다 싶어서 아빠가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고 못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아쉬운 대로 닌텐도에 푹 빠졌답니다. 학교까지 가져와 화장실에서 가지고 놀다가 걸려서 선생님이 며칠 뒤에 주기로 했습니다. 이 친구가 울면서 하는 말. "컴퓨터도 못 하게 되었는데 그거 없으면 안 돼요." 친구들 분위기는 선생님이 너무 했다는 것.

예진이는 중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절제할 수 있기에), 집에서 동생들과 컴퓨터 쟁탈전을 자주 벌입니다. 큰누나라는 이유만으로 양보해야 할 때 정말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컴퓨터가 없이 못 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서 놀 때 1순위 장난감 정도는 됩니다.

다른 친구는 자기 집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중학생 오빠가 밥 먹는 시간을 빼면 방 안에서 컴퓨터만 한다는 겁니다. 부모님이 별의 별 '당근과 채찍'을 써도 소용없습니다. 중독이 남 이야기가 아니라고 혀를 찹니다.

친구들이 말하는 해법, 자제력 기르든지 약속하든지

우리의 이야기는 즐기는 것과 중독의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중독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컴퓨터나 인터넷을 끊고는 살 수 없으니 자제력을 길러야 한다고 '정답'을 내놓았습니다. 상원이와 지민이는 스스로 약속하는 지키는 편이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다른 친구들의 주장입니다.

그래서 친구들(친구들의 가정)이 선택한 건 '약속'이었습니다. 약속은 가지가지입니다. 진혁이는 책을 읽을 만큼 좋아하는 만화책 혹은 컴퓨터를 할 수 있게 한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를 하고 싶다면, 우선 책을 읽어야겠지요. 책이 싫어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읽을 만화책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성격이 낙천적인 데가 있는 친구입니다.

해민이는 이미 정해진 잠자는 시간(9시 30분)까지만 하기로 약속한 거지요. 물론 잠잘 준비를 끝내놓으면 더 많이 할 수 있겠죠. 조금 더 하고 싶다면? "더 해도 좋은데, 그러다가 아침에 늦잠 자면 안 깨운다." 해민이는 엄마의 이런 말이 부적 같다고 합니다.

바로 컴퓨터를 끄게 된다는 겁니다. 아침에 늦잠 자면 수업 시작하기 전 친구들과 놀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니까요. 듣고 있던 친구들이 알람을 이용하라고 권했지만, 해민이는 알람이 울리면 끄고 자버리면 그만이라며 해 봤는데 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역시 엄마표 알람이 최고.

예진이는 주말에 한 시간씩 쓰기로 가족과 약속했다고 합니다. 가끔 조금 늘어나기도 하지만, 초과하면 다음에 그만큼 못 하게 되니까 잘 지키는 편이라고 합니다. 엄마가 기분이 좋을 때는 봐주기도 한답니다.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조언했습니다. "그럼 안마해드리고 엄마 기분 좋게 해드려!"

어른들은 "친구 사귀렴", 친구들은 "친구가 없어요"

약속은 약속일 뿐입니다. 사실 부모님이 안 계시면 몰래 할 수도 있고, 거짓말을 하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친구들에 숙제를 하나 더 내주었습니다. 컴퓨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주변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공감하는 내용을 발표하자고 했습니다.

대부분 친구들은 엄마에게 여쭈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들의 해법도 비슷합니다. 기계 대신 친구들을 만나거나 책을 읽으라는 겁니다. 자꾸 보면 하고 싶으니까 컴퓨터에서 멀어지라는 거지요. 해민이 어머니는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어보는 방법도 들려주었습니다. 더불어 놀고,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길러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의 지적에 아이들은 "맞는 말이기는 한데" 하며 말끝을 흐립니다. 진혁이는 밖에 나가봐야 함께 놀고 이야기 나눌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고 합니다. 다들 학원에 갔거나, 집에서 컴퓨터 앞에 있거나, 밖에 나와 있어도 계단 같은 곳에서 닌텐도 따위의 게임기를 만지작거리느라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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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에 살면서,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영월한옥협동조합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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