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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해효 "막장드라마? 현실이 픽션을 압도하는데..."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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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집회나 여성단체 행사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으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그가 '데모꾼'이어서가 아니다. 그렇고 그런 행사에서 늘 사회를 봤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평소 사는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듯한 그 편안함.

연기자 권해효에게는 그런 미더움이 있다. 이런 내공은 그의 직업인 연기의 힘에서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다. 호주제 철폐를 위해 토론에 나서고, 여의도 권력의 오만함을 꾸짖는 촛불집회에서 사회를 보고, 양심수의 어머니들과 시선을 맞추고, 또 북녘의 어린이를 위해 빵을 구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연기의 영역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적어도 '이게 옳다'는 생각과 '이렇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 실천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는 일들이다. 생각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는 그 진정성, 권해효에게는 그런 게 있다.

권씨가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를 찾았다. 탁현민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교수와 마주 앉아 연기와 '연예인의 사회참여'로 불리는 그의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오마이TV>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됐다.

"나를 걱정하는 분위기, 가슴 아프다"

 배우 권해효가 15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연기철학, 사회참여 등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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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교수의 말대로 권해효는 "명계남, 문성근 이후 가장 정치 활동을 많이 하는 연예인"이다. 이런 규정은 틀리지 않다. 다만 더 이상 뉴스로 다뤄지지 않을 뿐이다. 권씨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게 뭐가 문젠데?'라는 게 권씨의 생각이다.

"사람이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일 빼고 정치적인 일이 아닌 게 어디 있나. 사실 밥 먹는 일도 정치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예술가들이 정치 활동을 하는 건 뉴스도 안 되는데, 우리는 시민과 정치가 너무 분리돼 있다 보니 특별하게 보는 것 같다."

권씨가 연예인이라는 직함을 버리지 않고 사회참여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는 여성 운동은 물론이고 인권과 교육, 그리고 크게는 통일 운동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의 사회참여 활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최근 들어 나를 걱정하는 질문 등이 많은데, 내가 속이 더 상한다. (연예인이 사회참여를 하면 문제가 되는) 이게 더 문제가 아닌가. 이전에는 내 신념에 비춰 옳은가 그른가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른 쪽으로도 한 번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검열이 심해지는 듯하다."

그는 허탈한 듯 옅게 웃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깊게 팬 입가의 주름이 더욱 깊어 보였다. 그렇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사회를 성토하거나 잘 바뀌지 않는 세상을, 아니 어쩌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지금의 현실을 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고민과 화두를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했다.

권해효는 "내가 과거 몇 년 동안 '양심수 석방을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에 참여할 때 비웃는 사람도 많았다, '저런다고 세상이 바뀌겠느냐'는 게 그들의 지적이었다"고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종종 비아냥과 지적을 받아온 그가 붙들고 있는 최근 화두는 이러했다.

"'세상이 변했는데 저렇게 한다고 바뀌겠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정작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하고 우리가 변한 게 아닌가. 물론 세상은 지금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내게 중요한 화두다."

"세상이 변했다고? 혹시 나와 우리가 변한 건 아닐까?"

권해효의 직업은 연기자다. 아무리 사회참여 활동을 많이 한다고 해도 그가 NGO활동가, 혹은 사회 운동가는 아니다. 권씨 역시 자신이 연기자라는 걸 강조한다.

그는 "내가 보통 시민사회단체에서 맡는 건 홍보대사 정도인데, 사진 한 장 찍는 걸로 그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원칙은 무슨 일이든 내 촬영과 공연, 그리고 연기자 일정에 우선해서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내가 배우로서 더 열심히 사는 게 (시민사회단체 등 NGO 진영을) 가장 많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는 "뭐가 됐든지 한 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연예인으로서 얼굴 한 번 비추고, 사진 하나 찍고 땡치는 '쇼'는 하지 않겠다는 거다.

연기자 권해효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서도 단호한 견해를 밝혔다. 리스트에 거론되는 인물들에게 "법적으로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최소한 도덕적 책임은 물어야 한다"는 게 확고한 그의 생각이다.

그는 MBC 9시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교체와 윤도현 'KBS 퇴출' 에 대해서도 분노와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그런 것도 군사 문화인 것 같다. 알아서 기는 문화. 교체 근거라고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온통 '카더라' 식이다. 한심하고 황당하다. 최근 몇 달 동안 한국에서 뉴스를 보는 게 참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MBC 9시 뉴스를 통해 희망을 보게 됐는데, 진행자가 교체되다니···."

"근거 없이 가수와 앵커 퇴출, '막장드라마'에 뭐라 할 상황인가"

 배우 권해효가 15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와 그의 연기철학, 사회참여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우 권해효가 15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와 그의 연기철학, 사회참여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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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효는 이날 행사 초반에 일명 '막장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예전 드라마는 그래도 기승전결이 있고 원인과 결과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려 했는데, '막장드라마'는 그런 걸 생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일갈했다.

"우리는 지금, 현실이 픽션을 압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 현실이 픽션에 뭐라 손가락질할 상황인가."

이런 그의 말은 요즘 방송사의 '퇴출' 정국과 여러 모로 겹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탁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권해효는 몇 번 통일 이야기를 꺼냈다. 거대 담론 그 '통일' 말이다. 아무래도 '철지난' 것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 이야기 끝 무렵 권해효는 진지한 얼굴로 탁 교수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탁현민 "과거 평양 순안공항에 가 봤더니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통일 이야기는 지루한 느낌을 주는데, 어쨌든 평양 도착했을 때 느낌은 그랬다."

권해효 "요즘 같은 남북 분위기에서, 이런 이야기 하면 '철없다' '너무 낭만적이다' 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애초 남과 북이 갈라설 땐 우리 뜻이 아니었지만, 만날 때는 우리 뜻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2000년 우리는 남과 북의 최고 통치자가 순안 공항에서 서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며 가슴 설레지 않았나. 그 느낌을 절대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한 누리꾼은 생중계 창에 "통일을 아직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배우가 있다니 희망이 있네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권해효는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을 향해 "투표하십시오, 현실적으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첫 번째이자 확실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뉴스를 보면 고통이 느껴지는 시대. 빈약한 근거로 앵커와 가수를 퇴출하는 '막장 드라마' 보다 막장 같은 사회. 그래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통일과 여성과 인권을 이야기하는 '철지난' 배우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권해효 "지도층이라고? 지도밖으로 확!"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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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해효 "MBC 9시 뉴스를 통해 희망을 보게 됐는데..."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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