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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의 객원연구원인 필자는 현재 유럽 내 특히 독일어권의 대안경제, 사회적 기업, 사회적 비즈니스 등의 실천적 흐름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2009) 2월 20-22일 오스트리아의 빈(Wien)에서 개최된 '연대의 경제 콩그레스'와, 3월 11일에 독일의 쾰른(Koln)에서 개최된 '사회적 비즈니스 지역컨퍼런스'에 직접 참석하여, 이 분야의 새로운 실천동향과 조우하는 기회를 가진 바 있다. 이 글은 필자가 두 행사에 참가하여 얻은 지식, 정보, 소회를 토대로 하여, 유럽에서 나타나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흐름들을 소개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기사는 희망제작소의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의 지면에 동시 게재된다. [편집자말]
비엔나 연대의 경제 콩그레스
▲ 플레텐바허의 시간교환 강좌에서의 토의 모습 비엔나 연대의 경제 콩그레스
ⓒ 박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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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에 이어 오스트리아의 생태학도 플레텐바허가 비엔나 연대의 경제 콩그레스에서 행한 강연과 그의 저서 내용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지역화폐와 함께 실천되고, 논의되는 소위 '시간교환(Zeittausch)'운동을 다룬다. 시간교환운동에 대해서는 수십 권의 책에 담을 정도로 풍부하고 창의적인 시도들이 최근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국경지대에서 특히 활발하다.

시간교환시스템

소위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s)'로 알려진 상호신용시스템(Mutual Credit Systems)은 1983년에 캐나다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영미권으로 확산되어 현재는 남미에서 가장 활발히 실행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상이한 특기와 재능을 지닌 이웃들이 그것을 동일한 시간의 양만큼 교환한다. 자신의 이웃들을 위해 일정한 시간을 들이고, 그만큼 이웃들로부터 시간제공을 공급받는, 일종의 자발적인 용역서비스교환 시스템이다. (어쩌면 우리의 전통적인 두레나 품앗이와 기본 아이디어는 같아 보인다.)

독일어권으로도 수입되고 발전된 이 시스템은 근래에 지역화폐의 활성화와 함께 같이 부각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타우쉬링(Tauschring)'이라는 개념으로, 오스트리아에서는 타우쉬크라이스(Tauschkreis)라고 하는 이름으로 불리워왔다. 독일의 타우쉬링은 약 350개, 오스트리아의 타우쉬크라이스는 약 35개 가량 존재한다.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만들어진, 보다 체계적이고 대규모적인 타우쉬링도 있다. 이들은 지역 사회 내 상호부조를 활성화고 상품경제 대신 협력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기본취지를 넘어, 여러가지 특수한 경제사회적인 효과를 도모한다. 이를테면 세대간의 부조, 고령자들이나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 등이다.

플레텐바허는 독일어권 국가들의 대표적인 시간교환운동의 사례로 스위스-오스트리아 접경지대의 '포어아를베르그 재능교환모임(Talente-Tauschkreis-Vorarlberg)과 시간돌봄(Zeitvorsorge)', 오스트리아의 '세대네트워크 (Generationennetzwerk Österreich: GNW)', Grafenwörth의 '활성화된 시민사회(Gelebte Aktive Buergergesellschaft: GAB)', 독일의 '시니어협동조합(Seniorengenossenschaften)',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Salzburg) 인근 엘릭스하우젠(Elixhausen)의 '사회적시간 증서(Sozialzeitausweis)'와 '사회적시간계좌(Sozialzeitkonto)', 그리고 오스트리아 내 몇몇 소도시에서 실행되고 있는 '시간은행(ZeitBank) 55+', 그리고 자신이 직접 주도하고 있는 타임조치알(Timesozial) 등을 언급하였다. 이번 회와 다음 회에 걸쳐 이들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겠다.

'재능교환 공동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국경지대에 위치한 포어알베르그(Voralberg)라고 하는 도시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재능교환 공동체(Tlaente-Tauschkreis)를 구축해 그 실천을 시행해 오고 있다. 이미 13년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이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다.

현재 이를 주도하는 "조직화된 이웃간 상호부조협회"는 약 1500여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협회는 포어알베르그 전역에서 활동하며, 8개 권역으로 나뉘어 월례 정기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들과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그 사이 기업과 단체들도 참가하게 되어 전체 회원의 약 15%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공급시스템이 전문적이고 규모가 커야 모든 참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해서 이들의 참가는 고무적이고 결정적이다. 지역경제의 미래를 위한 재능교환협동조합의 설립으로 더 한층 발전을 이루었다.

(http://www.talentiert.at)
▲ 재능교환 공동체 포어알베르그의 웹사이트 (http://www.talentier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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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교환공동체에서는 1시간을 100 탈렌트(Tt)로 계산을 한다. 이는 유럽 내에서 유로화와 1대1로 실제로 교환이 되는 유일한 시간화폐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정기적인 가치보정을 이루어, 실질 구매력을 유지시킨다. 2006년 이래로 100탈렌트를 7.7유로로 (1유로=13Tt)로 환산해 왔다.

영수증(Kassenbons)에 물건 가격을 탈렌트로도 기업토록 하여, 고객들이 계좌번호를 기입하고 서명하여 탈렌트를 화폐로 이용토록 하고 있을 정도로 발전되어 있다. 탈렌트 구매권(Talente-Gutscheine)도 만들어 10, 50, 100, 150, 1000 Tt권을 발매해 비회원들도 재능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매권 뒷면에 서명을 하게 하여 누가 이를 이용했는지 화폐의 수명 기간 동안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였고, 최고 10회까지만 교환, 유통되도록 하였다.

2006년 10월에는 '지속가능성 교환권(Nachhaltigkeitsgutscheine)'을 발매하여 유로화 가치를 명기하여 사용하고 있다. 115Tt를 10유로로 계산하여 8개의 다양한 모티브를 담아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주하는 단체들 지원토록 하고 있다. 유로화로 재교환시 10%의 환전료를 내도록 하되, 탈렌트로 교환할 경우에는 그렇지 않도록 하여, 재능교환으로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포어알베르그의 재능교환공동체는 근래에 한 차원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이 몇 가지 보다 특화된 프로그램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라입라흐탈의 교환, 포어알베르그의 시간 돌봄, 시간적립 모델 등이 있다.

라입라흐탈의 교환

2004년부터 오스트리아의 라입라흐탈(Leiblachtal) 지역 내 5개 지자체들의 수주를 받아 사회적 서비스와 관련된 프로젝트인 "라입라흐탈의 교환(Tauschen im Leiblachtal)"이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파트타임으로 노인들을 볼보기 위한 인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되었다. 지역기업(Lokale Betriebe)도 끌어들이게 되어 시스템의 매력을 한 단계 높였다. 탈렌트(Tt)를 지불수단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자발적인 봉사참가자들에게도 탈렌트로 임금을 지급한다.

"에버그린(Evergreen)"이라고 하는 캠페인을 통해 55세 이상 고령자들의 참여를 더욱 독려하고 있다. 현재 약 1만3000명 가량의 주민들을 포괄하며, 1년에 2만 시간 가량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출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지자체 라입라흐탈(SozialSprengel Leiblachtal) 이라고 하는 비영리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http://www.sozialsprengel.org)
▲ '라입라흐탈에서의 교환'을 주도하는 조치알 슈프렝엘(Sozialsprengel의 웹사이트 (http://www.sozialsprenge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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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어알베르그의 시간돌봄과 시간적립

2006년부터 시작된 "포어알베르그의 시간돌봄(Voralberger Zeitvorsorge)" 모델은 "지금 고령자들을 돕는 것이 미래에 고령자가 되었을 때 받을 도움을 보장해 준다"는 모토를 표방하고 있다. 조력제공자들은 시간을 적립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참여자들은 조력 서비스들을 전달하고, 지원하고 보장하며 또 지불한다. 조력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1시간에 8-12유로 정도를 지불하고 조력제공자들은 시간구매권(Zeitgutschrift)를 얻는다. 이는 1시간에 100탈렌트의 가치를 매기거나, 아니면 절반은 탈렌트로(50Tt)로, 절반은 유로화로 계산을 한다.

탈렌트는 인플레이션의 영향 없이 시간계좌(Zeitkonto)에 적립이 되도록 한다. '시간적립모델(Zeitsparmodell)'에서 인플레이션 변수를 제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조력제공자의 서비스는 그가 조력을 받기 수 년 전에 행해졌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자없는 시간신용(Zeitkredit)이 갖추어져야 하며, 시간구매의 확실한 보장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포어알베르그의 지방정부들이 협회의 운영자로, 교환사회의 안전한 버팀목으로, 그리고 조력의 상환보장자로 역할을 한다.

세대네트워크

2006년에 출범한 GNW는 말 그대로 세대를 초월한 이웃부조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으로, 1시간 단위로 사회적인 조력활동을 계산하여 시간구매권(Zeitgutschein)으로 환산한다. 현재 오스트리아 정부의 사회부(Sozialministerium)에 의해 지원이 되어 추진중에 있으며, 향후 오스트리아 전국으로 확산될 계획이 있다. 아직은 북부지역과 잘츠부르그 인근 5개의 지방소도시들에 거주하는 95인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에 불과하다. 현재 가입촉진을 위하여 신규가입자에게 매년 3시간에 해당하는 시간구매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세대네트워크 GNW의 웹사이트 (http://www.gnw.or.at)
 세대네트워크 GNW의 웹사이트 (http://www.gnw.or.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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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된 시민사회

GAB는 2006년에 오스트리아의 노동시장서비스, 노동공동체 NOe 요양원, 이동 서비스 등과의 협력을 기초로 전문적인 조력서비스의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제공을 목표로 출범했다.

조력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조력을 제공하려는 다른 시민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지방정부는 이들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조력을 제공받고자 하는 이들은 조력구매권(Gutscheine)을 지방정부로부터 구입하고, 조력제공자는 구매자로부터 이 구매권을 받아 자신의 '인생계좌(Lebenskonto)'에 적립해 두게 된다. 이후 자신이 일정한 조력을 필요로 할 경우 이를 활용해 조력을 제공받을 권리를 누린다.

ZETA

스위스에도 이들과 유사한 모델로 ZETA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ZETA의 시작은 스위스의 적십자가 독립에이전시인 BENEVOL이라고 하는 단체를 통하여 2007년 11월부터 St. Gallen 지역에서 시간교환시스템을 도입한 것에 있다.

순전히 자발적인 무급봉사와 유급노동간의 간극을 매워내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이후 해바라기재단(sunflower foundation)이 주도하여, 시간절약모델 개념을 보완시키면서, ZETA라고 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였다. 취리히에서 시작된 Zeta는 시간교환을 통한 조력과 지원을 추구하며, 시간박물관(money museum)을 표방하고 있고, 해바라기 재단은 이 모델을 스위스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http://zeta.moneymuseum.com/)
▲ 스위스의 시간교환을 통한 조력공동체 ZETA의 웹사이트 (http://zeta.money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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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간교환, #대안경제, #연대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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