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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수진영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변희재'입니다. 이른바 조중동 보수언론은 그의 말과 글을 심심치 않게 기사화하며 그를 부각시킵니다. 각종 토론회나 세미나에도 보수진영을 대표해 자주 토론자나 발제자로 출몰합니다.

또한 그는 진보진영 토론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진중권과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면서 보수진영의 진중권 대항마로 급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보수진영, 특히 보수언론은 변희재 같은 젊고 공격력 있는 '보수논객'의 출연이 대단히 반가운 모양입니다.

진보논객에서 보수논객으로 변신한 변희재

 미디어발전국민연합 변희재 공동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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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수논객'으로 소개되고 있는 변희재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진보논객'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은 <조선일보> 지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안티조선의 선봉에 서서 <조선일보>를 열심히 공격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변희재가 거쳐 온 매체들을 살펴보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그는 <대자보>-<서프라이즈>-<브레이크뉴스>-<빅뉴스>-<미디어워치> 등을 거쳐 왔습니다. <대자보>는 진보를 지향하고 있는 매체이고, <서프라이즈>는 노무현 지지성향이 강한 정치웹진입니다.

<브레이크뉴스>는 열린우리당과 분당한 구 민주당을 지지해 온 인터넷신문입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그가 활동하고 있는 <빅뉴스>는 보수성향의 인터넷신문이고, <미디어워치>는 보수단체들이 모여서 만든 오프라인 미디어비평지입니다.

그가 옮겨 다닌 매체들로 변희재의 정치적, 이념적 정체성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진보-중도보수-보수로 변신을 거듭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가 과거에 썼던 글을 최근 그의 글이나 행보와 비교해보면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그의 저서 <미학 오디세이>는 내가 처음 미학을 공부할 때 길라잡이 역할도 해주어 개인적으로도 진중권에 대한 관심은 항상 갖고 있었다.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진중권은 훨씬 더 유쾌하고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어차피 한번 태어난 인생, 그래도 세상에 태어난 명분과 실리는 찾아야하지 않겠는가?
- 대자보 24호, 1999. 11. 24 '상식적인 좌파 진중권' 중에서

진중권은 나에 대해 듣보잡이라 불렀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이 나보다 더 유명하다는 것이고, 다르게 표현하면 언론 노출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386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의 수준이다. 누가 누가 언론에 많이 나왔냐 가지고 서열 가르고 계급 가르겠다는 이 발상, 수구세력들도 하지 않는 짓이다. 언론 노출도로 계급을 갈라버리는 정신상태이니, 학력과 학벌로 사람 차별하는 거야 오죽 하겠는가?

사실 좌파 386세대들 중에서도 언론노출도를 갖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진중권만의 독특한 행태이다. 왜 그럴까? 진중권 스스로 학벌과 전문성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출신이기는 하지만 미학 분야에서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은 독일의 자유베를린 대학에서조차 박사 학위 취득에 실패했다. 미학분야에서 독일이나 유럽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넘쳐난다. 진중권은 이 부분에서 처절하게 실패했기 때문에 학력 가지고 말빨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 빅뉴스 2009. 1. 27 "언론노출 장사꾼, 진중권은 늙은 강의석" 중에서


그의 글대로라면 변희재는 미학분야에서 처절하게 실패한 진중권이 쓴 <미학 오디세이>를 자신의 전공 길라잡이로 삼은 셈이고, 언론노출증에 걸린 무능한 진중권의 삶을 한 때 동경해 온 것입니다.

왜 진중권 스토커로 나섰을까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진중권을 '상식적인 좌파'라며 동경하던 변희재가 지금에 와서 '좌파 바바리맨' 정도로 간주하며 독설을 퍼붓고 있는데, 과연 지난 10년 동안 상식적이던 진중권이 몰상식해진 것인지 아니면 변희재의 가치관과 시각이 달라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덧붙여 변희재가 진중권이 미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데 실패했기에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비판을 했는데, 정작 본인은 미학과 '학사' 출신이면서 대중문화, 사회, 언론, 미디어 전문가를 자처한다는 것입니다. 학(력)벌 중심적인 그의 논리대로라면 변희재 스스로 자신의 전문성을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의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래 글을 한 번 봅시다.

5공비리 청문회 때부터 야당 정치인 노무현을 지지해왔던 나는 어느새 친 여당 및 친 대통령 논객이 되고 말았다.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이 지니는 중요한 의미를 생각해볼 때 아마도 나뿐 아니라 노사모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위상 변화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않을까 생각된다. ...... 나는 앞으로도 친 노무현 논객의 입장에서 글을 써나갈 것이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다 해서 갑자기 그를 감시하기 위해 억지 비판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처음부터 그의 위치를 보고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그가 내세운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개혁성,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주는 그의 과거행적을 보고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 대자보 2002.12.23 "신권언유착의 시대에 편향된 글쓰기" 중에서

이처럼 변희재는 친노무현 논객을 자처했지만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개혁세력 분열의 책임을 노무현에게 돌리며 아주 강한 비판을 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김대중 노선을 회복해야 산다'(브레이크뉴스 2004.3.28)는 글을 통해서는 김대중과 구 민주당에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물론 지지하던 정치인이 잘못하면 비판을 할 수 있습니다. 변희재는 노무현의 정치와 개혁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참여정부 역시 무능하다며 비판을 줄곧 해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스러운 것은 개혁성과 새로운 정치를 갈망했던 변희재가 지금 서 있는 곳이 과거 그가 수구로 몰아세웠던 보수진영이라는 것입니다. 보수진영이 지난 몇 년 동안 변희재가 만족할 만큼 개혁적이고, 깨끗해진 것인지 아니면 변희재에게 개혁은 더 이상 중요한 가치가 아닌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조선일보>를 대하는 변희재의 태도입니다. 다시 아래의 글을 한 번 봅시다.

만약 한국의 조선일보가 유럽의 언론들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수구세력들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영업을 했다면 300만부라는 엽기적인 발행부수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간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들의 수구적 색채를 진보로 포장하는 데 성공한 영업의 결과가 그들을 1등 신문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힘을 중요한 고비마다 한꺼번에 한쪽방향으로 쏟아버린다. ...... 한겨레나 오마이뉴스라면 한국의 정치 지형도상 일정 기간까지 진보정당을 대변하는 역할까지 해야함은 물론이다. 편향되었다는 비판에 겁먹지 말고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에 맞게 편집방향도 선명하게 하라는 말이다.

... 의원수 150명이라는 비정상적인 거대 야당 한나라당이 해체되어야 하듯이 기형적으로 비대한 조중동의 독자들도 헤쳐모여야 할 때이다. 최소 600만의 신문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헤쳐모여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 나로서는 각기 다른 정치색을 갖고 있는 언론들이 조중동과 맞짱을 뜨면서 그들의 색깔을 더 강하게 드러내주는 것 말고는 없어 보인다.

... 조선일보 사설의 허구성과 모순점을 비판하는 작업을 해오던 평범한 네티즌 홍재희씨가 조선일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서 네티즌들이 조선일보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오자마자 취한 조선일보의 첫 공식적인 반격이다. 조선일보의 문제는 보수편향이 아니다. 1등 언론으로서 평범한 네티즌들의 소통까지 장악하겠다는 지배욕이 문제이다. 조선일보의 홍재희씨 고소사건은 그래서 남의 일이 아니다.
- 대자보 2002.12.27 '조중동, 네 멋대로 해라' 중에서

7년 전 변희재는 <조선일보>를 수구, 엽기, 기형적, 지배욕 등의 단어를 써가며 비판한 것은 물론 일부 진보언론에게 진보적 성향을 더욱 선명히 하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디지털조선과 제휴를 맺고, <조선일보>에 진보언론을 비판하는 칼럼을 심심치 않게 쓰고 있습니다. 과연 그동안 <조선일보>가 수구적, 엽기적, 기형적 면모를 극복하고 소통에 대한 지배욕도 버렸는지 아니면 진보언론이 타락해 버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전향한 이유가 몹시 궁금하다

 변희재 실크로드 CEO포럼 회장. 그는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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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언급한 의문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변희재가 진보논객에서 보수논객으로 일종의 '전향'을 하게 된 이유, 진정성, 당위성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이들이 있습니다. 오래전에는 이재오, 김문수가 민중당을 만들어 노동운동을 하다가 한나라당에 입당했고, 비교적 최근에는 소위 좌파 운동권이었던 신지호가 뉴라이트 활동을 하다 한나라당에 입당한 후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전향자들은 그래도 과거 자신의 좌파적 행보를 잘못된 것이라고 반성하며 우파로 전향했습니다.

그런데 변희재는 자신의 전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없었습니다. 또한 많은 글을 통해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고, FTA를 반대하고, 햇볕정책을 찬성하고, 한나라당은 척결해야 될 수구세력으로 공격했던 좌파적 행보에 대해서도 별다른 해명 없이 보수진영에 서 있습니다.

마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진보에서 보수로 똬리를 틀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그의 행보는 자신의 말과 글을 주목해주는 곳으로 계속 이동하며 영향력을 키워가는 기회주의자처럼 보입니다.

덧붙여 그가 맡았던 혹은 맡고 있는 사회적 직함을 살펴보면 그의 변신은 더욱 놀랍습니다. 인터넷논객-대중문화평론가-인터넷신문 대표-포털피해자모임 대표-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실크로드CEO포럼 회장(특히 이 직함을 처음 들었을 때 변희재가 '섬유업'까지 손을 댄 줄 알았습니다) 등 참으로 다양합니다. 이처럼 변희재가 단시간 안에 많은 변신을 보여주다 보니 마치 변신로봇이 주인공인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는 듯 정신이 없습니다.

어쨌든 변희재의 가공할 만한 변신을 보고 있으면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리>가 생각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인국은 살아남기 위해 혹은 성공하기 위해 친일, 친소, 친미를 거듭하며 기회주의자, 권력지향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변희재 역시 사람에게서 쉽게 바뀌지 않는 정치적 이념적 정체성을 그때그때 바꿔가며 영향력을 키워 왔다는 점에서 '꺼삐딴변'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가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시민기자라서 식견이 딸리고 아둔하여 변희재를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글을 변희재가 봐 주었으면 하는 것이고, 이 글을 본 변희재가 자신의 변신과정에 대해 명쾌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3년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고정칼럼을 쓰고 있고, 그 이전에는 한겨레와 경향에도 칼럼을 써왔다. 신문의 영향력으로 볼 때 진중권이 쓰는 마이너 잡지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진중권이 자신이 유명하다고 우겨댈 수 있는 유일한 매체는 TV이다. 나야 방송개혁의 선두에 서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TV든 라디오든 출연을 거부하고 있는 형편이다. 진중권의 놀이터나 다름없는 3류 저질프로인 <100분토론>은 일찌감치 출연 거부를 선언했다.
- 빅뉴스 2009.1.27 "언론노출 장사꾼, 진중권은 늙은 강의석" 중에서

사소하지만 그의 글에서 덧붙여 묻고 싶습니다. 옛날에는 한겨레, 경향 등 진보언론에 칼럼을 쓰다가 지금은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고정칼럼을 쓰는 것을 이념적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다고 해야 할지, 이념적 유연성이 대단히 고탄력이라고 해야 할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중권이 영화에 대해 연재한 <씨네21>은 마이너 잡지인지, 또한 3류 저질프로인 <100분토론>에 일찌감치 출연거부를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난 2008년 6월 26일 <100분토론> '촛불과 인터넷, 집단 지성인가 여론왜곡인가'편에는 패널로 왜 나왔는지 그 때는 <100분토론>이 3류 저질이 아니었단 말인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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