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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밤에 운동 삼아 여수시 소호 요트장 주변을 걸었다. 바닷가에서 실뱀장어 잡는 모습을 보고 시작한 취재. 호기심이 부른 연이은 취재랄까. 중간 상인과 뱀장어 양식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 필자주-

뱀장어 양식장인 여수시 화양면 용화양식.
 뱀장어 양식장인 여수시 화양면 용화양식.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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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말이 필요 없는 뱀장어 스테미너

25일, 실뱀장어 중간 상인에게 주워들은 양식장을 물어물어 여수시 화양면에 있는 '용화 양식'을 찾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기모(43)씨가 맞이한다. 사장은 부재중. 그에게 인터뷰와 양식장 내부 촬영을 부탁했다. 돌아온 소리는 '노'.

"뱀장어가 쾌적한 환경을 원해요. 들락날락 시끄러운 걸 싫어하죠. 그러니 이해하세요."

난감했다. 그렇다고 발걸음을 되돌릴 수 없다. 미적미적 서서 뱀장어 양식업 등에 대해 물어야 했다.

"뱀장어? 두 말 할 필요 없잖아요. 스테미너에 그만이니까!"

김기모씨는 뱀장어에 대해 자신만만했다. 직접 양식하는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다음은 김기모씨와 한 인터뷰.

실장어 폐사율, 10%면 조금 남고 20%면 본전 30%면 적자

- 실뱀장어는 몇 마리나 들여와 기르는가?
"양식장에선 뱀장어 새끼인 실장어 5천 미(마리)를 1㎏으로 본다. 지난해에는 60㎏ 30만 미를 들였다."

- 그게 값으로 따지면 얼마나 되는가?
"2년 전에는 실장어 ㎏당 300만 원 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실뱀장어가 귀해 ㎏당 750만 원으로 올랐다. 2년 전, 마리당 600원이었는데, 지난해는 1500원이었다."

- 올해 실뱀장어는 얼마에 들였는가?
"4월에 들일 예정이라 아직 잘 모른다. 들리는 소리로 실장어 잡는 사람들이 마리당 400원 전후로 받는다니까, 아마 500원 선이 되지 않을까."

- 양식 폐사율은 어느 정도인가?
"뱀장어 치어가 10% 죽으면 조금 남고, 20%면 본전, 30%면 적자다. 지난해엔 10% 정도 죽었다. 폐사율이 양식업자를 울고 웃게 만든다. 실뱀장어 값이 비싸면 손쓸 수가 없다."

- 어느 정도 키워 상품으로 내는가?
"일 년은 키워야 상품 가치를 한다. 하루에 아침과 저녁 두 차례 사료를 먹인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 년 키우면 도매상에게 ㎏당 1만9000원에서 2만5000원 받고 판다."

뱀장어 새끼인 실장어는 kg당 5천 마리 정도 되고, 다 자란 뱀장어는 kg당 4~5마리 정도가 된다.

뱀장어 사료.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단다.
 뱀장어 사료.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단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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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로 인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수입 줄어"

- 양식장 사정은 어떤가?
"네 명이 일하다가, 지금은 사장님하고 단 둘이 일한다. 뱀장어 값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사료 값, 기름 값은 배로 올랐다. 말해 뭐할까, 속만 터지지. 양식은 주로 전남북에서 하는데 나주, 함평, 해남, 강진, 영광, 고창 등에서 많이 한다."

- 외국에서 수입도 하는가?
"국내에서 잡히는 실장어 물량이 딸려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수입한다. 중국 때문에 죽어난다. 요즘은 환율이 높아 수지타산이 안 맞아 덜 들어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히면 수입 안 할 텐데. 잡히는 것도 해 걸이를 해서 어쩔 수 없다."

- 잡는 사람과 직거래 하면 더 싸게 구입할 텐데 왜 안하는가?
"여수에서 잡히는 양이 너무 적어 할 수가 없다. 잡아봐야 10만 마리 정돈데, 우리 양식장에선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를 가져온다. 이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 소비는 어디에서 하는가?
"서울 부산 등 주로 대도시다. 다른 곳에서는 환영받는 뱀장어인데, 이곳 여수는 바닷장어가 판쳐 민물장어 소비가 적다. 출하를 중간업자에게 하니 소매도 없다."

착한 잡이ㆍ착한 양식ㆍ착한 소비는 '물 건너' 갔을까?

실장어부터 뱀장어까지 취재한 결과, 뱀장어 시장 흐름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올해는 마리당 400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여기에 중간상 마진은 20~50원, 대형 유통업자는 100~200원 마진이다.

꿈꿨던 착한 실장어 잡이, 착한 양식, 착한 소비는 현실상 어려움이 있었다. 자본주의 법칙(?)처럼 결국 뱀장어 경제 흐름도 생산과 소비 물량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에서 뺄 수 없는 게 소비 욕구를 부추기는 일일 것이다. 뱀장어 먹고 왕성한 '스테미너' 유지하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뱀장어 양식장 내부.(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찍었다)
 뱀장어 양식장 내부.(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찍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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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 U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실장어, #뱀장어,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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