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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24일, 오리온측에서 기자에게 보내 온 메일에 따르면, "오리온에서 제조하는 모든 제품에는 GMO 원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니다.

유명 제과업체가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친환경 과자를 꼼꼼히 분석한 기사 '친환경 과자 엄마 마음 어디에 숨었나'가 나간 후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쪽지를 보내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기사를 처음 송고했던 <오마이뉴스>뿐만 아니라, 주요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에 노출되거나 뉴스 랭킹 1위를 기록하면서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그중에는 친환경 과자 선발 주자인 오리온 마켓오 제품에 대한 분석이 빠졌다는 글도 더러 있더군요.

그래서 퇴근길에 마켓오 제품을 하나 더 샀습니다. 분석기사를 쓸 때 마켓오 제품을 빠뜨린 실수도 만회하고 소비자들의 궁금증도 충족시켜주자는 의미입니다.

'마켓오', 친환경 과자 맞나?

마켓오, 순수감자 프로마즈
 마켓오, 순수감자 프로마즈
ⓒ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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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후배의 추천을 받고, 편의점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물어 마켓오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순수감자 프로마즈' 제품을 살펴보았습니다.

"증숙감자 30%, 미국산 찰옥수수 전분, 카놀라유, 정백당, 곡류 혼합분말(밀, 전분, 찹쌀), 타피오카 전분, 까망베르치즈분말 5%, 옥수수 전분, 소맥전분, 체다치즈분말 4%, 고다치즈분말 2%, 알파옥수수분말, 레시틴(대두), 식염"

소비자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성분표에는 이렇게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소비자들 눈에 확~ 띄는 포장박스 광고에는 어떻게 표시되어 있을까요?

"100% 순수한 국산감자를 사용한 순수감자 프로마즈(불어로 치즈라는 뜻)"
"0%, 마켓오 과자에 넣지 않은 것, 합성첨가물, 쇼트닝, 마가린, 색소"

'꽃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민호를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오리온 '마켓오'
 '꽃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민호를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오리온 '마켓오'
ⓒ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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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첨가물과 쇼트닝, 마가린, 색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기는 합니다. 인체에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합성착색료, 합성팽창제, 산도조절제, 향미증진제 같은 대표적인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 트랜스지방 위험이 있는 쇼트닝이나 마가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진일보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증숙감자(국산)는 고작 30%를 사용하고 나머지 재료로 미국산 옥수수 전분, 곡류혼합분말, 타피오카 전분 등을 주로 사용하면서 "100% 순수한 국산감자"라고 포장 박스에 적어 놓은 것은 소비자를 오인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저에게 이 과자를 사서 살펴보라고 소개한 후배도 100% 감자로 만든 과자라고 알고 있더군요.

TV-CF에는 <꽃보다 남자>의 배우 이민호씨가 나와 "밭에서 직접 '수확'한 감자"로 만들었다는 것을 특히 강조합니다. 하지만 성분표를 살펴보면, 30%만 국산 증숙감자를 사용했고, 나머지는 옥수수를 비롯한 다른 곡물 전분을 사용했습니다.

미국산 옥수수분말, GMO일 가능성은?

미국산 옥수수라면 GMO(유전자조작) 옥수수일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습니다. ISAAA에서 만든 '생명공학·유전자재조합 작물 세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미국 전체 옥수수 재배면적 중 77%에서 GMO 옥수수를 재배한다고 합니다.

또 식약청 자료를 살펴보면, 2007년에는 전체 옥수수 수입량 190만 톤 중 99톤이 GMO 옥수수였는데, 2008년에는 10월까지 전체 옥수수 수입량 127만 톤 중 73만 톤이 GMO 옥수수였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전분당협회가 GMO 옥수수 수입 선언을 한 5월 이후에 수입된 옥수수 중 83.5%가 GMO 옥수수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전분당협회 소속 식품업체는 이렇게 수입한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전분과 물엿, 액상과당, 올리고당 등의 형태로 가공하여 과자, 음료수, 빙과류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GMO 옥수수 전분 수입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유기농 친환경 먹을거리를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려고 하는 생협에서는 GMO(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가공한 식품 재료가 사용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거든요.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위험을 더 알고 싶은 분들은 <먹지마세요 GMO>,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라는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마켓오 제품은 미국산 옥수수 전분을 수입해서 사용하면서 '친환경'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가 내세우는 이 제품의 또 다른 장점은 '캐나다산 카놀라유'를 사용하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카놀라유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카놀라유는 유채를 원료로 하는데, 2007년 캐나다 전체 유채재배 면적 중 87%에서 GMO 유채를 재배했다고 합니다.

물론, 포장 박스에 인쇄돼 있는 것처럼 카놀라유의 포화지방산이 낮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식용유의 경우 포화지방산이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만, 기름 추출과정에서 인공처리가 이루어졌는가 아닌가가 더 중요하다고 하지요. 모든 기름은 압착 대신 정제를 하거나 혹은 경화시키는 순간 '나쁜 지방'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대관령 유기농 농장 원료는 어디 들었나?

마켓오, 순수감자 프로마즈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는 포장박스
 마켓오, 순수감자 프로마즈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는 포장박스
ⓒ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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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박스에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또 다른 광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마켓오 농장(Market O Farm)' 광고입니다.

"강원도 대관령에는 유기농 유제품, 유기농 채소, 천연발효종을 만드는 청정 Market O Farm이 있습니다. Market O Farm은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위한 Market O의 의지입니다."

이 광고 문구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마치 마켓오 제품은 모두 강원도 대관령에 있는 농장에서 생산된 유기농 유제품, 채소, 천연발효종을 사용해서 만든 것으로 오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도에는 대관령 농장에 감자연구소가 있다는 표시도 되어 있더군요. 그러나 이 제품에 사용된 감자는 '국산'이라고만 표기되어 있고, '유기농'이라는 표기는 없습니다. 또한 Market O Farm에서 생산된 어떤 재료가 이 제품에 들어갔다는 표기도 없습니다.

멜라민 파동을 비롯한 끊이지 않는 식품 사고로 소비자들의 친환경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제과업체들이 안전을 표방하는 과자들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이윤을 좇는 기업의 한계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민호가 광고하는 '순수감자 프로마즈'에는 감자보다 더 많은 미국산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 전분이 들어 있을 뿐이고, 밭에서 직접 수확한 감자는 유기농 감자가 아니라 그냥 국산 감자일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켓오, #과자, #친환경, #꽃남,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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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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