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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첫 밤을 지내고 첫 날부터 바쁜 일정이다. 아침 4시에 호텔에서 기상하라는 비상벨을 울려주고 서둘러 4시40분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타기로 되어있는데 어이없는 일이 생겨버렸다.

 

느긋하게 여행 첫 날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 되어 함께 방을 쓰는 친구와 방문을 열고 나섰다. 객실이 많은 호텔의 통로는 끝도 보이지 않게 길다. 그리고 미로처럼 객실과 객실 사이는 통로는 이어져 있다. 우리는 긴 통로를 한참 걸어서 왼쪽으로 돌아서니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벌써 다 나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벨을 누르고 있는데 친구는 건너편 객실들이 있는 통로에서

 

"그 쪽이 아닌 거 같아. 어제 이쪽 엘리베이터를 탄 것 같은데."

"아냐. 여기였어."

"그래. 그럼 아무데나 타고 내려가지 뭐."

"그런데 1층 스위치가 없다. 이쪽은 2층까지 밖에 안가나 보다."

"거봐. 아니지. 저쪽 엘리베이터가 맞아."

"그런가? 난 분명 이쪽으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다."

"그럼 그 쪽으로 가보자."

 

친구와 다른 쪽 통로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무심코 맨 아래 스위치를 누르고 내려가 보니 2층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리들을 내려서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니 살펴보니 역시 1층 스위치가 없다.

 

"아까 우리들이 탄 그 자리는 모두 2층까지 밖에 안 가나 보다. "

"우리가 내리는 곳이 분명히 1층이 맞지?"

"그래. 그런데 1층 스위치가 없는 건 뭐야.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 가보자. 올라가서 다른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자. 늦었겠다."

 

미로 같은 통로에서 엘리베이터를 잘못 탄 것 같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서 5층을 올라가서 다른 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도 역시 맨 아래층은 2층 스위치 밖에 없다. 그렇게 2층과 5층 사이를 오가며 긴장하다가 친구가 말했다.

 

"큰일 났다. 버스에서 우리들을 눈이 빠지게 기다릴 텐데..."

"그런데 어젯밤 밖으로 나갈 때 분명히 이곳에서 탄 것 맞는 데. 이상하단 말야."

"아냐, 우리가 잘못 탔어. 아마도 다른 곳에 1층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을 거야."

"따로 있다고 치자 그래도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비상계단이 있을 텐데. 비상계단도 찾을 수 없잖아."

 

우리들은 2층에서 비상계단을 찾으러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사람 기척은 고사하고 개미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는다. 결국은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지만 다시 오는 엘리베이터에도 2층까지만 있는 것이다. 도대체 누군가 사람이라도 만나야 손짓을 하던 발짓을 해서 소통을 해야겠는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찌 할 줄 모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우리 비상벨을 누르자. 그러면 누가 와도 오겠지."

"여기야. 이걸 누르면 된다. 비이익~~~비이익~~"

"왜 기척이 없지? 다시 눌러보자 비이익~~~"

"아무리 눌러대도 사람이 안 나타난다. 우리나라 같으면 비상벨이 울리면 온 직원이 출동할 텐데 말야."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비상벨이 호텔을 떠나가라고 울려도 아무런 기척이 없으니 말야."

"도대체 지나는 사람들도 없는 건 뭐야. 이 넓은 호텔에 말야."

 

우리들은 안절부절 하며 다른 쪽 통로를 걸었다. 누군가 백인이던 흑인이던 황색인이던 만나기를 바라며 기웃거리는데 흑인 인부들이 서너 명이 시트를 만지며 일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우리 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네가 손짓발짓을 잘하니 잘 해봐.ㅋㅋ"

"그래. 내가 혀 꼬부라진 소리는 못해도 몸으로 표현을 하라면 잘하지."

"헬로우. 응응."

 

하더니 손짓발짓 다 해보이며 1층을 찾는 표현을 하는데 그 흑인들은 고개를 흔들기만 할 뿐이다.

 

"그럼 이곳에서 우리들을 1층으로 함께 가자고 해봐"

"헤이. 1층."

 

검지손가락을 펴 보이고 아래로 가자는 표현을 해도 그들은 고개를 흔들 뿐, 절대 그들이 있는 곳에 접근도 못하게 한다. 난감해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는데 또 다른 흑인 한 명이 나타났다. 친구가 엘리베이터로 가자는 손짓을 하며 1층을 찾는다는 표현을 했다. 아마도 이 호텔의 뒷일을 하는 사람들의 총책임을 가진 사람인 듯한 그가 웃으며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

 

"헬로우, 여기. 1층. 어떻게 가는 거야."

 

친구는 손으로 얼굴로 몸으로 표현을 하자, 그 흑인은 그제야 알아들었는지.

 

"카지노?" 

"아~참. 카지노 맞다. 어제 1층이 카지노였어."

"예스. 카지노. 카지노 땡큐"

 

그 사람은 번호판을 보더니 맨 아래 커다랗게 따로 'CASINO'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린 안내해 준 흑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찬찬히 살피지 않고 헤맸던 일이 기가 막혀서 서로 마주보며 웃기만 하다가 흑인인부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하곤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은 카지노여서 'CASINO'를 눌러야 했다. 호텔의 손님들은 거의 카지노 손님들이기 때문에 1층 카지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CASINO'란 커다란 스위치를 별도로 편하게 누를 수 있게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1층 스위치만 찾다가 시간을 다 놓치고 말았다.

 

1층 로비에 내려오니 우리를 기다리던 버스는 이미 가버리고 가이드는 로비에서 우리를 찾다 치쳐서 커피를 들고 있다가 우리를 보더니 기가 막혀서 어떻게 된 거냐며 반가워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은 가이드는 예전에도 가끔 그런 일이 있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가이드는 택시를 잡아타고 우리를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 식당으로 안내를 하였다.

 

첫 날부터 좋은 징조인지 나쁜 징조인지 모르지만, 문화가 다른 세계에서 찬찬히 챙기고 살펴보지 못한데다가. 언어가 통하지 못해서 생긴 에피소드 한 가지를 남기고 미국에서의 첫 날 아침을 맞이했다. 이런 실수는 어쩜 여행에서 여행다운 묘미를 느끼게 한 색다른 체험이기도 하지만 평소의 덜렁거리는 성격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길이기도 했다.


태그:#첫 날, #아침, #에피소드,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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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민뉴스에 기사를 20 건 올리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마이 뉴스에도 올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올렸던 기사는 사진과 함께 했던 아이들의 체험학습이야기와 사는 이야기. 문학란에 올리는 시 등입니다. 이런 것 외에도 올해는 농촌의 사계절 변화하는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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