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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인 인터넷 경제논객 SDE 서지우씨는 현재 정부출연기관의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속해있는 구체적인 기관이나 실명, 가족관계 등은 밝히기를 꺼렸다.
 공학박사인 인터넷 경제논객 SDE 서지우씨는 현재 정부출연기관의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속해있는 구체적인 기관이나 실명, 가족관계 등은 밝히기를 꺼렸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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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통화량 증가가) 200조원이 넘어가게 되면 물가는 10% 이상 오를 것이고, 이 상황에서 외환시장까지 흔들리게 되면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면 한국은행도 파산할 수 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표정도 그대로다. 이야기를 나눈 지 1시간여가 지나면서, 그의 입에서 "한국은행도 파산할 수 있다"는 말이 거리낌 없이 나왔다. 그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아이디 'SDE'로 잘 알려진 경제논객 서지우(필명)씨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단기간에 통화량이 크게 늘어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폭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서씨는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재정지출과 추가경정예산 등을 들면서 "이 같은 금액이 모두 집행될 경우 시중에 모두 240조원이 넘는 돈이 풀리게 된다. 거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직전까지 와 있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사실상 국가부도 사태나 다름없다"면서 "자칫 이대로 가면 올해 말 이나 내년 초에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 오후 대전역 인근에서 만난 서씨는 현재의 위기상황과 대처 방법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2시간이 넘는 경제 현안 질문에도 그는 별도의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곧장 구체적인 수치 등을 내놓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말 아고라 토론방에 올린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에서 처음으로 -5%를 전망하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로 봤고 국내 대다수 경제연구소도 3% 내외를 전망했던 때였다. 올해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경제성장 전망치를 -4%로 내놓은 이후, 윤증현 경제팀은 뒤늦게 올 경제성장 전망을 -2%로 수정했다.

공학박사인 서씨는 "지난 1998년 금융공황 때와 달리 이번 위기는 제조업 분야의 타격이 심각해, 질로만 따지면 더 나쁜 경우"라며 "올해 5% 이상의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현재와 같은 통화량 완화와 감세정책, 재정 적자로 인한 부작용이 올 4분기 이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씨는 또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 기능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경제공황의 초입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국내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서씨는 과거 대공황 시절 스웨덴 등의 사례를 들면서 "(구조조정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앞으로 6개월 동안은 고금리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외환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만들어놓고 점차 금리 인하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 등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최근에 낸 <공황전야> 개정 증보판에서 "현재와 같이 은행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은 둘 중 하나가 되고 있다"면서 "한국경제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일부 계층만을 살리려다 모두 다 함께 죽을 것인가"라며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현재 정부 정책을 그대로 쓰게 되면 국민들은 재난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제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올해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

서지우씨는 최근에 낸 <공황전야> 개정 증보판에서 "한국경제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일부 계층만을 살리려다 모두 다 함께 죽을 것인가"라며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서지우씨는 최근에 낸 <공황전야> 개정 증보판에서 "한국경제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일부 계층만을 살리려다 모두 다 함께 죽을 것인가"라며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 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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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나. 3월 위기설 등 전체적으로 불안한 모습이 여전하지만.  
"굉장히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공단지역인 울산·창원·거제 등에 가보면 확실히 느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일감이 떨어지면서 중소기업들이 폐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아반떼 공장을 제외하고 3교대가 1교대로 바뀔 정도로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피부로 아직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국경제 전체로 보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제조업 분야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IMF 때보다 질이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다."

- 제조업 쪽 분위기가 그 정도인가.
"(고개를 끄덕이며) IMF 때는 수출이라도 잘됐기 때문에 제조업 분야는 괜찮았다. 예를 들어, (IMF 때) 서울에 노숙자가 급증했다고 하지만 창원 같은 경우 노숙자가 한두 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실업률이 많이 높아졌다. 거의 20% 가까이 된다."

- 창원지역의 실업률이 20% 가까이 되나.
"(곧장) 그렇다. 중공업 분야의 경우 대형 3개 조선회사가 몇 달째 조선 수주를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고. 경제 전체로 봤을 때 (올해)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등의 피해가 심하다고 하는데.
"IMF 때는 대기업이 계속 파산해서 속칭 사무직 직원들이 대량 정리해고 됐고 중산층이 한순간에 몰락했다. 지금 같은 경우 대기업은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반면에 제조업체 사정은 너무 안 좋아서 자영업자들·일반 노동자들이 일차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들 가운데서도 조만간 전문직종에 있는 사람들, 예를 들어 의사와 변호사 등 자산가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부동산 소유보다 달러 보유가 부의 기준이 될 수도"

- 왜 그런가.
"자산가들의 부가 너무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선 부동산 등 한쪽으로 자산이 몰려 있을 경우 제때 대처하기 어렵다. (웃으면서) 따라서 예를 들어 향후 1년 이내에 부자를 결정하는 요인은 달러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될 수도 있다.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 부동산 값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나.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부동산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금융기관의 신용 창조기능이 완전 정지된 상황이고 부동산 가격도 여전히 너무 높다. 지금은 자기 돈만 가지고 부동산을 (구입)해야 한다. 10억씩 되는 집을 자기 돈만으로 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무리 각종 (부동산) 완화 대책을 내놔도 당분간 추가 수요가 나타나지 않으니 (부동산)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은행이 돈을 대출해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점점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풀고 있지만 중소기업 등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은행에서 대출된 총액은 4조원이 좀 안 된다. 2008년 7월만 하더라도 대출이 20조원이 넘은 적이 있었다. 그전에도 한 달 동안 10조원이 넘은 경우가 3번이나 있었다. 그 정도로 대출이 많이 됐다. 그런데 넉 달 동안 4조원이라면 한 달에 1조원 내외라는 것인데, 실제로 한 달에 2조원 대출되고 다음 달에 수천억원이 회수되고, 3∼4조원이 대출되고 2조원이 회수되다 보니, 평균적으로 1조원 내외의 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나.
"(목소리를 높이며) 은행에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은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들어오는 돈만큼 대출해준다. 2008년 9월까지 43조원이 더 많이 대출됐다. 그런 상태에서 작년 하반기에 은행이 고금리 예금과 채권 등을 발행하면서 돈이 들어오게 됐다. 그래도 작년 말까지 은행에 20조원이 초과 대출된 상태여서 한은이 약 25조원을 환매조건부채권 형식으로 은행에 공급해줘야 할 상황이 됐다."

- 은행에 돈이 없다면 심각한 문제 아닌가.
"그렇다. 모든 경제주체가 돈을 빌릴 수 없으니까 오직 자기 자본만 가지고 뭐든지 해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든, 부동산을 구매하든, 자영업을 열든... 조그만 점포 하나 열려고 하더라도 1∼2억원은 있어야 하는데..."

"은행에 빌려줄 돈이 없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

- 하지만 요즘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에서 주택담보 대출 등도 많이 권장하는 것 같은데.

"(고개를 저으며) 지금도 여전히 돈을 빌리기 어렵다. 개인 신용에 따라 예전엔 (신용등급) 7등급에서도 빌릴수 있었지만 (지금은) 6등급까지도 대출이 잘 안 된다. 가산금리까지 붙여서 거의 8~9% 이상을 (이자로) 줘야 한다. 기준 금리하고 대출금리하고 괴리가 너무 크다. 또 은행들이 장기 은행채를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8월 이전에 은행에서 발행한 채권의 49%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은행채)였다. 그런데 지금은 (은행채의) 71%가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채권이다. 그러니 은행들이 대출을 하더라도 대개 1년 이하로 하고 있다."

-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정부는 한국은행을 통한 자금공급 등으로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정부가 단지 돈만 집어넣는다고 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가 한은이 은행에 지원해줄 수 있는 돈은 3개월짜리 단기자금이다. 이것은 한국은행법에 나와 있다. 단기로 자금을 가져가 쓰니까. 한은이 통화량을 조절할 수 없다. 은행이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돈을 빌려오거나(채권 발행) 예금을 유치하는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 상황에선 채권은 팔리지 않으니 은행은 예금 밖에 믿을 게 없다. 금리가 낮으니까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 그렇다고 은행들이 당장 무너질 정도는 아니지 않나.
"(곧바로) 물론 선진국 은행들보다는 나쁘지 않지만, 자금 중개 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로 반쪽 기능만 하고 있는 셈이다. 그냥 가만히 버티는 수준이다."

- 서지우씨는 그동안 꾸준히 고금리 정책을 주장해 왔는데.
"그렇다. 최소한 6개월 정도는 고금리 정책을 펴야 한다. 작년 말부터 6~7% 정도의 금리를 취해왔으면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수도 있다. 6개월 정도 고금리 정책을 펴왔으면, 은행 예금이 크게 늘면서 대출도 증가했을 것이다. 자금중개 기능이 유지됐을 것이다. 외환시장도 지금처럼 불안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2월 동유럽발 위기가 터졌을 때, 고금리를 유지했던 브라질 화폐는 8% 정도 떨어진 반면, 원화는 (원-달러 환율이) 18% 가까이 하락했다. 전보다 그리 큰 위기도 아니었는데 우리는 작년 9월 같은 충격을 받았다."

- 금리를 올리면 당장 부작용도 클 텐데.
"(약간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금리 올리면 기업이 파산하는 등 부작용도 클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부실채권이 드러나야 한다. 경제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반드시 지나서 정화가 돼야 한다. 부실채권이 다 드러나서 해결되고 그동안 은행에는 자금이 들어와 신용창조가 일어나야 경제가 살아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 이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한 달 정도 남았다."

"올 4분기에 대형 기업부도 일어나면 심각한 쇼크 올 수도"

서지우씨는 "정부가 단지 돈만 집어넣는다고 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은행에 지원해줄 수 있는 돈은 3개월짜리 단기자금이다. 단기로 자금을 가져가 쓰니까 한은이 통화량을 조절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본점의 모습.
 서지우씨는 "정부가 단지 돈만 집어넣는다고 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은행에 지원해줄 수 있는 돈은 3개월짜리 단기자금이다. 단기로 자금을 가져가 쓰니까 한은이 통화량을 조절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본점의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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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정도 남았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건설사든 조선사든 기업의 부실은 올해 9월까지 드러나면 괜찮다. 10월 이후, 4분기에 부실이 드러나면 안 된다. 연말 은행 결산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 유지 기간을 6개월 정도로 봤을 때, 이번 3월이나 4월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 6개월 정도 고금리 시절을 겪고, 10월 이후부터 다시 금리를 내리면 된다."

- 지금 2%인 금리 상황에서 한 달 만에 금리를 얼마나 올릴 수 있다는 것인가.
"(목소리를 높이며) 크게 올려야 한다. 1933년 대공황 시절 스웨덴의 경우 금리를 약 4% 수준에서 8% 까지 크게 올렸다."

- 한 달 만에 올린 것인가.
"(곧장) 그렇다. 그것도 한 번에. 물론 경제에 엄청나게 충격을 줬다. 당시 금본위제에서 탈퇴해 스웨덴 화폐의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워 파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썼다. 이후 외화가 들어오면서 금리를 서서히 낮췄고 재정 확대정책을 폈다. 1934년 세계 대공황에서 스웨덴은 7% 경제성장을 했다."

- 시중은행 이외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쪽 부실은 어떻게 보나.
"심각하다고 본다. 어제 중견 건설사인 신창건설이 부도나지 않았나. 그런데 그 사실을 채권단도 몰랐다고 한다. 부채가 8000억원인데, 상당한 금액이 저축은행에 물려 있을 것이다. 문제는 또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 1997년에도 주로 재벌계열 아파트 건설사 중심으로 연쇄부도가 이어지면서 IMF로 급속히 이어졌는데.
"지금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펑' 터지고 조금 있다가 다시 '펑' 터지니까, (IMF 때보다) 훨씬 더 안 좋다. 이것은 금융권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기존 건설사들을 상대로 돈을 회수하게 된다. 지금 다른 건설사들도 돈을 회수 당하고 있다고 한다."

- 그래서 부실 건설사 등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것 아닌가.
"(한숨을 내쉬며) 지금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이 같은 갑작스러운 대형 부도 사태 등이 올 4/4분기에 일어나면 굉장히 큰 쇼크가 될 것이다."

- 어떤 면에서 그런가.
"4분기에 은행들이 연말 결산에 들어간다. 이 시기에 대형 부도 사태 등으로 부실채권이 증가하면 짧은 시간에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또 각종 은행 건전성 지표를 올리기 위해 모든 대출을 회수하고 자금 중개 기능을 중단하게 된다. 은행도 살아야 하니까…. 이렇게 되면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끊겨서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 이를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좀전에 말했듯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 같은 나라는 절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선 안 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한마디로 국가부도를 말한다. 한국 같은 나라에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동시에 외환시장이 흔들리면 발생한다. 그것이 꼭 파생금융상품처럼 기능한다. 인플레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끌어올린 환율은 다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다. 무조건 한쪽은 안정시켜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선 약간 디플레이션 상황을 유지해야 하는데 너무 돈을 많이 풀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1∼2%가 적당하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하이퍼인플레 올 수도"

-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데.
"(잠시 하늘을 본 후) 우리나라는 50조원의 국채를 1년에 차환해야 한다. 여기에 작년에 올 4% 경제성장을 예상하고 짠 예산안에서 20조원이 추가됐다. 하지만 마이너스 4.5~5% 성장으로 예상하면 올해 10조원 이상의 재정적자가 발생한다. 이것만 합하면 80조원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 30조원을 더하면 110조원이다. 우리나라의 총 통화량은 1100조원이다. 작년 통화량 증가율은 약 14%였다. 재정지출에만 한국의 1년치 통화량 증가분을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 시중에 유동성이 엄청나게 커질 것 같은데.
"한 국가가 견딜 수 있는 통화량의 최대 증가율은 25% 정도다. 그 이상이면 심각한 하이퍼인플레가 발생한다. (총 통화량) 1110조원을 놓고 봤을 때, 작년 통화량 증가량(증가율 14%)은 130조원, 추가로 110조원의 돈이 풀리면 모두 240조원이 된다. 거의 하이퍼 인플레 직전까지 와 있는 상황이다."

-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언제 발생하나.
"(탁자 위 물을 마저 마시고) 돈이 풀리고 난 다음에 6개월 정도 지나면 발생한다. 2008년은 2000년대 들어와서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그때 통화량 증가가 120조원이었고 물가상승률이 5%였다. 만약 (통화량 증가가) 200조원이 넘어가게 되면 물가는 10% 이상 오를 것이다. 이 상황에서 외환시장이 흔들리게 되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면 한국은행도 파산할 수도 있다."

- 한국은행이 파산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
"(허탈한 표정으로) 원화 가치를 잃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물물교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집 한 채 가격이 쌀 한 가마니 가격보다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경제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 이런 사례가 있나.
"(당연하다는 듯이) 물론이다. 과거 러시아에서도 그랬고 짐바브웨·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많은 나라에서 일어났다. 러시아는 1998년에 이런 상황에서 모라토리엄(국가부도)을 선언하지 않았나."

- 언제쯤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나.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이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기가 더 침체돼야 한다.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져서 통화량 증가가 10% 이내로 이뤄져야 한다."

- 한은도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고개를 끄덕이며)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 정부가 한은에 국채를 매입해달라고 했을 때 '단순 매입하겠다'고 답변했다. '단순 매입'이라는 것은 시중에서 환매조건부채권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고 시중에 최대한 통화량을 억제하면서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한은법에 보면, 경제상황이 매우 위급할 경우 한은이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도 있게 돼 있다. 직접 매입이라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전액을 매입하도록 한다.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뉘앙스를 보면 사실상 직접 매입이다."

- 그동안 정부의 국채를 직접 매입한 경우가 있었나.
"한 번도 없었다. IMF 때도 없었다."

"4대 시중은행 중 한 곳 상황 좋지 않아... 현재 공황 초입 단계"

- 전망이 암울한데, 그래도 언제쯤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까.
"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은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이 살아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은행의 예대율(예금대비 대출비율)이 80% 수준까지 떨어져야 한다. 현재는 143% 수준이다. 낮은 예대율 속에 정부의 재정지출 정책 등이 함께 이뤄져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선 최소 5년 이상 지나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경제공황 초입 단계다."

- 그동안 다른 외국 언론에서도 국내 은행의 높은 예대율을 문제 삼았는데 정부 발표와는 차이가 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이며) 예대율 계산할 때 어떤 것을 예금과 대출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 쪽에선 CD와 은행채 등을 포함시켜서 예대율이 낮다고 하지만 이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다."

- 경제 공황 초입 단계라면 아직 공황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인가.
"좀 전에 말했지만, 현재 은행들의 신용 창조 기능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는 한국경제가 공황상태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시중은행이 무너지면 본격적인 공황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 국내 시중은행은 자기자본비율 등에서 양호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은 상황이 좋지 않다. 여러 경영지표 등을 보면 (다른 은행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 파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고개를 흔들며)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다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물 한 모금 마시고) 요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에서 한국이 일본에 콜드게임패를 당하지 않았나. 그랬으니까 2차전을 이겼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두 번 연속 졌을지도 모른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야 한다. 그래야 경제 상황도 유리하게 호전시킬 수 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한국경제도 이와 같다.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쓰게 되면 재난을 피하기 어렵다. 제발 정책기조가 변하길 바란다."

인터넷 경제논객 SDE 서지우씨는 누구?

인터넷에서 탁월한 분석과 비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SDE 서지우씨.
 인터넷에서 탁월한 분석과 비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SDE 서지우씨.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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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대전역에서 만난 서지우씨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물론 '서지우'는 그의 본명이 아니다. 7년여 전에 이공계의 위기라는 주제로 책을 펴냈을 때 썼던 이름이라고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사용하는 아이디 'SDE'는 확률미분방정식(Stochastic Differential Equation)의 약자라고 소개했다. 'SDE'는 서씨가 지난 15년 동안 공부한 것이어서 애착이 가는 단어라고 했다.

그는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제어공학 분야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땄다고 했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제어공학은 주로 미사일과 로켓, 로봇 등의 시스템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제어공학 분야에 경제를 응용해서 나온 것들이 금융파생상품이다. 주로 미국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등에서 수많은 파생금융상품을 만든 사람들 대부분이 한때 미 우주개발에 참여했던 공학자와 수학자들로 알려져 있다.

서씨는 "최근에 경제수학과 관련한 책을 사서 읽었는데 책에서 응용된 내용 대부분이 예전에 배웠던 것들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학부시절 경제학 관련 수업을 받은 것 외에 별도로 경제 관련 수업을 받거나 공부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그동안 수시로 국내외 각종 연구소 등에서 나오는 경제 논문과 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정부 주요기관에서 내는 보고서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말에 그동안 아고라에 올린 글 등을 묶어서 <공황전야>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고, 온라인 뿐 아니라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어 최근엔 1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올해 경제전망치 등을 새롭게 넣어 개정 증보판을 펴내기도 했다.


태그:#SDE, #금융위기, #공황전야, #서지우, #S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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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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