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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있은지 50일이 지나고 있다.
그 사이 매서운 추위는 물러가고 살랑이는 봄이 어느덧 찾아왔다. 개구리가 깨어나고 들과 산에는 꽃이 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용산참사 그 무엇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그 흔한 입발린 반성과 사죄도 책임자 처벌도 없이 용산참사의 진실은 철저히 왜곡-은폐되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마치 지우개로 칠판을 지우듯 사라지고 있다. 살기 위해 발버둥친 것밖에 없는 세입자-철거민을 체포.구속하고 유가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인 언론과 정부는 물타기와 여론조작, 공권력을 총동원해 모든 것을 입막음, 눈가림하려 지금도 바득바득 거린다.

그 가운데 어제(9일) 용산참사 현장에서는 살인진압으로 억울하게 숨진 망자의 명복을 비는 49재가 열렸다.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했지만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잠들지 못하는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고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위령제를 가졌다.

이렇게 용산 철거민과 세입자, 유가족들이 대책없는 재개발과 뉴타운 정책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도, 개발이익만 앞세운 서울시의 뉴타운 지역은 26개나 되고 철거될 주택만 12만 채가 넘고, 뉴타운을 포함한 재개발과 재건축이 진행되는 곳만 1천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은평구 응암동 재개발지역
 은평구 응암동 재개발지역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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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암동 재개발로 철거되는 집들
 응암동 재개발로 철거되는 집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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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지난 1월 22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열린 '뉴타운/재개발 전면 중단 촉구, 가옥주/세입자 공동기자회견'에서 재개발지역 가옥주와 세입자들은 "서울은 1000개의 화약고를 품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입자와 원주민들에 대한 대책하나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정부와 서울시의 뉴타운-재개발 정책이, 사회적 약자인 서민들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빼앗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어, 용산참사와 같은 끔찍한 일들이 다른 곳에서도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영세 소형주택들이 사라지고 있다.
 영세 소형주택들이 사라지고 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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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터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누군가의 삶터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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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집을 철거해 아파트를 짓는다고 한다.
 멀쩡한 집을 철거해 아파트를 짓는다고 한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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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철거민들이 주거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다.
 세입자, 철거민들이 주거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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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삶터가 사라진 자리
 서민들의 삶터가 사라진 자리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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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지난 2월 28일 용산참사 6차범국민추모대회가 있던 날, 자전거를 타고 백련산을 내려가는 길에 은평뉴타운과 맞물려 서울 서북부 재개발 중심지역인 응암동 재개발(정비사업) 지역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오랜동안 산비탈에 자리했을 소형주택들과 서민들이 옹기종기 살았을 마을은 거슬리는 기계음을 내뿜는 중장비들에 의해 쉴새없이 철거되고 있었고, 파괴된 집터는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말끔히 변해있었다.

그렇게 누군가의 소중한 삶터가 사라진 곳에는 대형건설사의 고층아파트가 들어선다 한다. 한 건설사가 은평구 응암동 7-9지역을 재개발해 총 3221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것이라 한다. 세입자와 원주민들은 영영 되돌아올 수 없는 삭막한 아파트만 치솟게 된다는 말이다.

음침한 응암동 재개발지역을 빠져나와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에 이르렀을 때, 한 곳에서 46년 동안 중국집을 운영해 온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이 가게와 골목 상가들도 유진상가 재건축과 홍제동 재개발로 사라진다는 소리를 점심을 함께 한 단골로부터 들었다.

정말 골목에는 정비사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서울 곳곳은 재개발-재건축 지역이 아닌 곳이 없어 보였다. 46년 된 작은 중국집과 맛난 짜장면과 탕수육마저 앗아갈지 모르는 재개발 제발...이젠 그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응암동, #재개발, #용산참사, #중국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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