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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해안을 지키는 돈대와 오래된 소나무가 역사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강화도 해안을 지키는 돈대와 오래된 소나무가 역사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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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강화버스터미널에 내려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을 향해 달리면서 해안가의 많은 돈대들을 만났습니다.
 버스를 타고 강화버스터미널에 내려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을 향해 달리면서 해안가의 많은 돈대들을 만났습니다.
ⓒ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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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고려시대 몽골과의 항전등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섬으로 근대에는 프랑스, 미국, 일본등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교역을 구실로 침략행위를 할때 꼭 들렸던 중요한 위치의 섬입니다. 새끼섬인 석모도와 세계 5대의 넓은 갯벌, 유명한 사찰과 산들로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의 여행지로도 사랑받고 있지요. 아직 일부 구간이지만 섬의 해안도로 옆에 자전거도로도 생겨서 애마 잔차를 타고 강화도 해안도로를 달려보았습니다. 

2호선 전철 신촌역앞 신촌버스터미널에서 버스 짐칸에 잔차를 싣고 강화도를 향합니다. 강화버스터미널에 내려서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를 보며 남쪽으로 달려갑니다. 남쪽 코스를 택한 것은 강화도의 지키미 돈대들을 보고자 한 것인데, 북쪽 해안가의 돈대들은 군시설인 경비초소와 같이 있어 입장이 제한된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강화도의 해안길에는 옛 조상들이 이 섬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두돈대, 택지돈대, 분오리돈대부터 큰 규모의 돈대인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등등이 그것인데 섬 전체 해안길 1.3Km마다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돈대의 총수는 53개로 가히 강화도를 지키는 든든한 존재네요.

* 돈대(墩臺) : 바다를 통한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만든 주변보다 높은 곳의 작은 초소나 성첩을 이르는 것으로 서해바다가 시야에 훤하게 들어오는 전망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정말 돈대들의 존재를 실감하는 것이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무슨 휴게소처럼 팻말과 함께 자주 나타납니다. 돈대를 일일이 구경하느라 여행시간은 지체되지만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도 좋고, 안내책자에 쓰여있는 돈대와 관련 있는 역사 이야기도 흥미로워 돈대위에 앉아 읽게 됩니다.  

강화도의 해안길은 역사의 메아리가 들려오는 기행길이네요. 저도 군복무 시절 힘들게 보초를 서봐서인지 이런 성벽 위에 서서 저멀리 바다를 응시한 채 적막함과 고단함을 견뎌냈을 조상이자 옛 병사들의 모습이 현실감있게 다가옵니다.

일부 구간이긴 하지만 강화도에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풍경을 감상하며 맘편히 달리기 좋습니다.
 일부 구간이긴 하지만 강화도에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풍경을 감상하며 맘편히 달리기 좋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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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를 지키는 돈대위에 오르면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집니다.
 강화도를 지키는 돈대위에 오르면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집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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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대안에 전시되어 있는 대포. 당시 우리의 대포는 적의 배에 구멍을 내는 수준이지만 적이 배에서 쏘아대는 함포는 그야말로 폭탄수준이어서 우리의 피해가 컸다고 합니다.
 돈대안에 전시되어 있는 대포. 당시 우리의 대포는 적의 배에 구멍을 내는 수준이지만 적이 배에서 쏘아대는 함포는 그야말로 폭탄수준이어서 우리의 피해가 컸다고 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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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 내리막하는 섬의 언덕길도 돈대를 만난다는 기대 덕분에 덜 힘들더군요. 굉음을 지르며 쌩쌩 달리는 무서운 차량들도 신경 안 쓰고 맘 편하게 자전거도로를 달리니 이제 봄을 맞는 강화도의 갯벌과 전원풍경도 눈에 찬찬히 들어옵니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찬바람을 일으키면서 오는 봄을 시샘하고 있지만, 섬 주민들은 논과 밭을 갈며 파종을 하는 모습이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규모가 큰 돈대인 광성보나, 덕진진, 초지진등에는 관광안내소와 문화해설사도 있어 역사의 현장을 공부하는 관광지로도 좋더군요. 관광안내소의 나이 지긋한 어느 직원분은 자전거 길과 가볼 만한 곳등을 지도에 형광펜으로 표시해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어 참 고마웠습니다.

광성보 돈대의 문화해설사님이 1866년(고종) 이후 몇 년간 강화도에서 차례로 벌어진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과 침탈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듣다보니 저도 모르게 프랑스놈, 미국놈, 일본놈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침략자의 함포와 총에 죽어갔을 수백명의 병사들과 주민들. 그들이 기록이랍시고 찍어 남긴 생생하고 처참한 사진과 함께 후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특히나 7척의 군함을 타고 1866년 처음 쳐들어온 프랑스군은 끝까지 파괴, 약탈, 살상을 저지르다가 다량의 금은괴, 강화사고의 귀중한 서책 수 천권을 군함에 싣고 침략 한달여 만에 강화해역을 빠져 달아났습니다.

그때 맛들인 프랑스인들의 한국 문화재 약탈행위는 그 뒤로도 이어져 구한말 주한 프랑스 대사 꼴랭드 쁠랑시는 외교관직을 교묘히 이용, 저 유명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을 빼돌려 가서 자기 나라의 것인양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국주의 시절 정당하지 못하게 가져온 다른 나라의 중요한 역사적 유물들을 사과는커녕 원래 주인에게 반환조차 거부하고 있으니 문화 선진국의 본질은 이런 것인가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돈대들을 거쳐 가자니 강화도 해안길의 반도 못 갔지만, 왠지 마음은 무언가로 꽉 차는 기분입니다. 초지대교가 보이는 초지진 돈대를 지나니 자전거길이 사라지고 해안도로를 차들과 함께 달립니다. 찻길의 맨우측 하얀선을 생명선으로 생각하고 앞바퀴를 하얀선에 힘주어 고정합니다. 다행히 뒤에서 지나가는 차량들이 위협적으로 경적을 울리거나 가까이 스쳐가지는 않네요. 자전거를 대하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현상에 기분이 좋아 언덕길이 나타나도 기운을 내서 페달에 더욱 힘을 줍니다.

강화도의 남쪽 해안길은 오후 시간이 지나면서 땅거미가 질무렵 나타나는 황혼의 노을로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길위의 표지판에 '전등사'란 유명한 절과 '동검도'라는 작은 섬이 한 번 들르라고 유혹(?)하지만 오늘은 돈대를 하나라도 더 만나기 위해 그냥 지나쳐 달려갑니다.

섬의 최남단에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귀한 새인 '저어새'가 산다는 세계 5대 갯벌 동막리 해변가의 분오리 돈대는 지도에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따로 써있을 정도입니다. 전망좋은 돈대위에 올라 서서 강화도의 노을을 감상하자니 저도 돈대를 지키는 초병이 된 듯한 느낌이 드네요.

1866년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기록이랍시고 찍어놓은 강화도 곳곳의 처참한 사진들이 후손의 마음을 더없이 아프게 합니다.
 1866년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기록이랍시고 찍어놓은 강화도 곳곳의 처참한 사진들이 후손의 마음을 더없이 아프게 합니다.
ⓒ 광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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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대앞에 세워진 안내판을 읽다보면 내가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돈대앞에 세워진 안내판을 읽다보면 내가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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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세계적인 갯벌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강화도는 세계적인 갯벌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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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강화도 가는 버스는 서울 신촌 전철역 옆에 있는 신촌강화버스터미널을 이용하거나, 5호선 전철 송정역 앞에서 강화도 대명포구행 버스를 타면 됩니다. 강화도 안에서도 버스가 자주 다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수월합니다.



태그:#강화도 , #돈대, #덕진진, #광성보, #초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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